지난 5월2일, 조준호 전 대표(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결과 발표 이후 통합진보당 관련 보도가 나오지 않은 날이 거의 없다. 역설적 상황이지만 통합진보당은 한 달 가까이 여론의 중심에 서있다.

출발은 비례대표 후보 경선 과정에서 나타난 부실, 부정선거 의혹이었으나 지금은 색깔론에 이르렀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사안마다 이념적 색채를 씌워 통합진보당을 종북주의 당으로 낙인찍으려는 보도 형태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필자는 지난 5월23일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강기갑) 산하 새로나기특별위원회(이하 새로나기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뼈를 깎는 쇄신의 노력을 해 나갈 것이다.

새로나기특위는 당이 위기 상황에 이르기까지 누적된 근본적 문제들을 진단하고, 현대화 된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재창당 수준에 버금가는 당의 근본적 혁신 과제를 도출하고 제시하기 위한 특별 기구다.

새로나기특위는 당 혁신을 위하여 첫째, 패권주의와 정파주의를 넘어선 민주적 당 운영을 확립하기 위한 방안 마련, 둘째, 선명한 민생정당, 다양한 진보의 가치에 조응하는 미래지향적 현대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당의 가치와 비전, 정책노선 재정립, 셋째, 노동정치를 복구하기 위한 방안 마련, 넷째, 폐쇄적 진보를 극복하고 유연하고 개방적인 대국민 소통능력을 제고할 방안을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중 제일 중요한 게 패권주의와 정파주의를 넘어서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특위 활동의 목표를 두고 ‘종북 청산’이라고 말하는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필자는 그와 같은 이념적 프레임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혁신의 과제는 당 운영에 있어서 민주주의 확립이라 할 수 있다.

통합진보당은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정당이며 그와같은 지향이 반영된 정강정책은 종북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다만, 남북관계, 한미관계에 대한 인식과 대응에 있어서 변화하는 국제정세와 동북아 정세를 충분히 반영한 좀 더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열린 사고로 논의해 볼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언론은 선정적 제목을 붙여 보도한다.

“주한미군 철수 강령 재검토”(SBS, 5.24)
“통합진보 ‘종북’ 탈피 돌입, 새로나기 특위 구성”(매일경제, 5.24)
“자주파 ‘시대착오적 대북관’ 여전히 침묵·회피로 일관”(경향신문, 5.24)
“통진, 애국가 부를 수 있다. 노선투쟁 본격화?”(동아일보, 5.25)
심지어 “북 세습 수령 독재 옹호해선 진보 거듭날 수 없다(조선일보, 5.25)”는 제목의 사설도 등장했다.

언론의 과잉 보도는 “오랜 세월 통합진보당을 사랑하는 당원들과 지지자들에게 논란을 야기하고, 당 내 갈등을 증폭시켜 당의 분열과 종국에 분당으로까지 몰아가려는 언론을 통한 공작을 단호히 거부하며, 악의적 왜곡보도가 발생 할 때는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라는 반박 보도자료(5.24)까지 내도록 만들었다.

언론의 색깔론을 신호탄으로 새누리당은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를 제명하자고 민주통합당에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검찰 역시 지난 5월 21일 공당의 당원명부를 강탈해 가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저질렀다.

보수언론이 프레임을 짜고 검찰과 새누리당이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 익숙한 장면이다. 통합진보당 죽이기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나아가 야권연대를 흠집내고 깨뜨려 연말 대선에서 정권을 연장하려는 정치공작의 냄새마저 난다.

통합진보당은 진보의 토양이 척박한 한국사회를 대표하는 진보정당이다.

반값등록금, 비정규직 문제,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한국사회에서 통합진보당이 과거에 해온 역할을 이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통합진보당의 혁신을 바란다면 선정적 보도나 색깔론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보도, 애정 어린 비판을 부탁드린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의 마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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