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통신 편집국 문화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 9월 15일 윤리헌장과 취재준칙안이 정식 공표되면서 눈에 띄게 몸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촌지는 물론 향응, 외유 등 기자사회의 고질적인 난제들이 하나둘씩 제어되는 추세이다.

노사 공동으로 설치한 개혁위에 최근 촌지 등과 관련한 기자들의 문의전화가 부쩍 늘었다. 권오현 간사(외신부)에 따르면 윤리헌장에 대한 유권해석 요구가 적지않다는 것. 아직까지 윤리위 세부준칙이 마련되지 않아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일주일 평균 4~5회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모범사례’도 발견된다.

한 기자의 경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취재원이 책상위에 10만원권 상품권을 놓고 간 것을 뒤늦게 알고 곧바로 취재원에게 다시 돌려줬다. 이밖에도 기자단 차원에서 접수한 ‘촌지’를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기증한 사례도 있다. 연합은 윤리헌장에서 상품권도 받아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자정 분위기는 데스크진에서 더욱 뚜렷하게 확인된다. 단적인 사례가 골프접대. 지난 10월 중순 천용택 국방장관이 주최한 언론사 사회부장 초청 골프모임에 연합은 불참했다. 취재와 무관한 향응 성격이 강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치부장의 경우 프레스센터 초청으로 북경에 갔다가 ‘구설수’를 우려해 외유도중에 귀국했다.

해마다 연말이면 줄을 잇던 취재원 제공의 외유도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 연합 편집국에 따르면 윤리헌장 제정이후 해외취재에 나선 사례는 모두 4건. 대통령 방일 등 절대적으로 필요한 해외취재외에 취재원이 경비를 부담한 경우는 1~2건에 불과하다. 이것도 50%이상의 경비는 회사측의 지원을 받았다. 기차표 예매 등 민원도 실종됐다.

이에비해 취재준칙안은 아직까지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는 듯 하다. 피의자의 반론권 보장 등을 명시하고 있지만 통신의 특성상 이같은 규정에 맞추기가 쉽지않다. 서울시경에 출입하는 이성한 기자는 “아직은 분위기를 다잡는 차원에 머물고 있으나 기자들 사이에선 과거와 다른 기사를 써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변화가 없는 건 아니다. 연합 사회부는 30명 이상의 집회일 경우 일단 기자를 내보내 ‘취재’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지난 8일 열린 민중대회에서 경찰서장을 구타한 혐의로 구속된 노동자의 경우 다른 언론과 달리 해당자의 반론이 게재되기도 했다. 남북관계부에선 취재원을 보다 분명하게 적시할 것을 지시했다. 그만큼 ‘기사 질 제고’에 관심을 기울리고 있는 셈이다.

연합 안팎에선 윤리헌장과 취재준칙안 이후 달라진 변화상을 현상태에서 평가하기는 아직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기자직업의 정체성 강화 차원에서 새로운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듯 하다.

윤리헌장 제정으로 인해 편집국 문화가 지나치게 냉각되는 것을 회사측이 우려할 정도로 소구력이 높아지고 있다. 연합노조의 이기창 사무장은 “윤리헌장이 명실상부한 언론인 윤리 가이드로 뿌리내리기 위해선 회사측과 기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