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노조를 결성했다고 치부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SBS 노조는 올바른 보도와 공정 방송이라는 방송사 노조의 역할에 충실할 것입니다.”

지난 26일 ‘날벼락’ 처럼 결성돼 언론계를 깜짝 놀라게 한 SBS 노조의 김두상 초대위원장(보도영상부 차장)은 결성의 취지를 이렇게 밝혔다.

“어려운 상황에서 큰 짐을 지게 됐다”며 “창립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의 의지와 열기를 지켜보면서 책임이 무거움을 느낀다”는 김위원장에게 최근에 경영진이 발표한 분사 방침과 관련한 노조의 대응책
과 이후 활동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창사 8년만에 노조가 결성됐다. 노조 결성의 배경과 의미를 말한다면.

“노조를 결성해야 한다는 얘기는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구심점이 없었다. 알다시피 SBS에는 수습기수
뿐 아니라 기존 방송사에서 옮겨온 경력자들도 많다. 또한 SBS의 경영진의 영향력이 KBS나 MBC의 경영진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구조조정 문제가 기폭제였다고 볼 수 있다. 방송은 말그대로 ‘창조적인 직업’이다.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창조적인 작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또한 국민들과 공익을 위해 힘쓴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일할 수 있는 조건과 상황을 스스로 확보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경영진은 노조가 특정 부서를 중심으로 갑작스럽게 결성된 것을 문제삼고 있는데.

“경영진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또한 노조의 세력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고 노조 결성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조합원수가 이미 과반수인 6백명을 넘어섰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도 심정적으로는 노조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믿는다.”

-회사측이 분사 방침을 밝혔는데 대응책은.

“단체교섭을 통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 노조의 입장은 우선 사원들과 대화 한 번 없이 추진된 일방적 구조조정안은 철회돼야 한다는 것이다. 감원에 앞서 충분한 자구노력이 진행돼야 한다. 이런 선행조건이 이뤄진다면, 회사의 발전을 위해 ‘분사’가 불가피하다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파국을 원치 않는다. 노사가 발전적 방향으로 논의해서 회사가 정상화되길 바란다. 하지만 이런 우리의 입장을 외면할 경우, 우리는 뜻을 굽히지 않고 법이 인정하는 테두리 내에서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다.”

-공정방송과 관련한 활동계획은.

“단체교섭 과정에서 편성권 독립과 공정보도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당장은 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인 만큼 이후 노조의 활동이 정상 궤도에 오를 때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마련할 수 있을 것같다.”

-조직확대 방안은.

“조직 대상자 중 과반수 이상이 노조에 가입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직능대표들이 참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당면한 구조조정문제에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추후 임시총회를 열어 집행부를 재구성하는 등 조직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SBS 노조원들에게 당부할 게 있다면.

“조합원들은 집행부의 강한 의지를 믿고 따라주길 바란다. 집행부를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 아직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도 심정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 노조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 언제든 참여해 건전한 노조를 함께 만들어 가자.”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