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허재현 회사보다 유명한 스타기자들, 비결은?
주진우·허재현 회사보다 유명한 스타기자들, 비결은?
연예인 못지 않게 인기 구가하는 스타기자…소통과 전문콘텐츠

30대에 접어든 김현지씨에게 이미 스타는 곧 연예인이란 공식을 버린 지 오래다. 중고등학교 때 연예인들을 따라다닌 경험이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시시해졌다. 그에게 현재 스타는 주진우 기자다. 팟캐스트 '나는꼼수다' 팀이 운동회를 개최했을 때 그는 만사를 제쳐놓고 한강으로 달려갔다.

일찌감치 주진우 기자가 펴낸 <주기자>를 구입해 놓고 주진우 기자에게 사인을 받았다. 그의 '카카오톡'에는 주 기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 배경으로 등록돼 있다. 그에게 한겨레 허재현 기자도 이미 스타급 인물이다. 김씨는 청계 광장에서 4년 만에 처음 열린 광우병 집회에서 허 기자를 발견하고 사인을 부탁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김씨 이외에도 많은 시민들이 허 기자를 알아보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일명 스타 기자들이 뜨고 있다. '스타'라는 말이 '부끄럽다'고 말하지만 이미 시민들 사이에서 이들은 스타로 대접받고 있다. 1990년대 후반 한 분야에서 수십년 동안 꾸준히 한 우물을 판 기자들을 전문기자라고 불렀다면 2000년 웹 미디어 등장 이후 전문 기자와는 사뭇 다른 '스타 기자'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전문기자라는 직함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자의 능력을 지칭한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한 출입처에 수십년 간 출입을 하면 자사 언론사에서 예우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붙여준 타이틀이기도 하다.

반면, 스타 기자는 전문 콘텐츠를 제공하는 능력을 기본으로 갖추면서 대중성을 가지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원래 전통적인 신문 기자는 텍스트 속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나지 않는 존재라는 점에서 '신비감'을 지니고 있는 존재다. 독자들이 특정 기사의 바이라인을 보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통했다. 특정 기자 이름 석자를 보면서 해당 기사를 매일 챙겨본다는 것은 기자들에게 영광 그 자체였다. 방송기자는 상황이 좀 다르다. 웬만한 연예인보다 인기가 높은 방송기자가 있을 정도다. 외모는 물론 수려한 언변을 무게로 TV화면을 종횡무진하며 리포팅을 하는 모습에 많은 시민들은 스타 기자라는 직함을 붙여줬다. 방송과 신문이라는 정통적 미디어 사업에서 스타 기자란 기본적으로 좋은 콘텐츠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을 잘 하기만 하면 됐을 뿐이었다.

편파적 소신 ‘어필’…연예인 인기 못지 않아

그런데 미디어의 발달은 스타 기자의 조건도 상당히 변화시켰다. 스타 기자이기 이전에 좋은 기자는 단연 발굴의 취재력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일방적인 콘텐츠 제공에 머물지 않고 자신을 과감히 드러내면서 쌍방향 소통을 하지 않고서는 스타 기자의 반열에 오르기 힘들게 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뉴미디어 확산 이후 현재 스타 기자의 개념은 기본적으로 독자와의 소통과 논쟁을 즐기고, 취재 뒷이야기 뿐 아니라 핵심 정보를 공유하면서 평판을 쌓은 기자라고 할 수 있다.

스타 기자가 독자와의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는 플랫폼은 보통 블로그인데 독자들이 '즐겨찾기'로 등록해 들어가는 스타 기자들의 블로그를 보면 현재 스타기자가 갖춰야할 조건이 분명해진다.

우선 스타 기자들은 단순한 텍스트 콘텐츠에 머물지 않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해서 사진과 비디오 등을 활용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들을 내놓고 있다. 보통 시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들을 기자들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 이같은 정보를 멀티미디어 콘텐츠로 가공할 경우 독자와의 소통을 확산시킬 수 있는 셈이다. 직접 팟캐스트 방송을 제작해 자신과 소통하는 기본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한겨레 허재현 기자가 대표적이다. 허 기자는 자신이 취재한 뒷이야기를 중심으로 팟캐스트 방송 내용을 채우고 있다. 사소한 취재라도 기사에 담지 못한 뒷이야기가 수첩에 남아있기 마련이지만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경우다.

고급정보까지는 아니더라도 뒷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한다. 많은 독자들이 허 기자의 팟캐스트를 보고 허 기자의 개인 품성을 궁금해하는 댓글을 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같이 콘텐츠 뿐 아니라 콘텐츠 제공자의 외모, 성격 등을 궁금해하는 것은 그만큼 독자들이 해당 기자를 친밀히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의 특징은 쌍방향 소통에 있고, 사적 공간이라는 성격이 강한데 독자들과 논쟁을 벌이면서까지 당당히 자신을 노출하고 있는 것도 스타기자들의 공통점이다. 

앞서 김현지씨가 허재현 기자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는 이유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떳떳히 말하고 뉴스의 이면을 짚어주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도 스타 기자의 조건에서 독자와의 적극적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고 있다. 지식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려는 열정이 부족하다면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더라도 스타 기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얘기다.

단순 텍스트 아닌 SNS 등 독자와 직접 소통

한겨레 허재현 기자는 "저는 끊임없이 독자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기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한겨레 기자인 동시에 수십만 명의 독자들과 시민들에게 정보에 대한 갈증을 대신 해소해주고 전달해주는 봉사자와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기사만 올려놓고 할일이 끝났다라는 것이 아니라 취재과정과 느낌 등을 독자들에게 알리도록 노력을 한다"고 말했다.

소통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논쟁 역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기자 신분으로서 정제되지 않는 표현이나 한쪽으로 치우진 정파적인 의견을 표출하는데 신중할 필요는 있지만 애써 논쟁을 피할 경우 소통 자체를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주진우 기자의 경우 철저히 사회적 파급력이 큰 특종을 무기로 독자들에게 각인된 경우다. 특히 팟캐스트 <나는꼼수다>에 출연해 거침없이 권력층에 쓴소리를 쏟아내면서 '소신있는 기자' 이미지가 스타성으로 연결됐다. 웹을 통해 독자들과 적극적인 소통했다기보다 권력층 비판에 대한 기사에 더해 폭발적인 팟캐스트 출연 인기로 스타기자가 된 경우다.

주 기자는 자신의 책 <주기자>에서도 "누가 내 이야기 하는 것도 극도로 싫어한다. 칭찬이어도 달갑지 않다"며 "2008년 회사에서 강제로 기자 블로그를 열게 했는데, 나를 '귀엽다'고 하는 네티즌이 있어서 그날 바로 접었다. 그런데 요즘, 마이크를 들고 있는 나를 보고 내가 깜짝 놀란다"라고 할 정도다. 하지만 주 기자는 자신의 콘텐츠에 대해 "내 기사는 편파적"이라며 "힘 있고 권력 있는 자들에게는 현행법과 더불어 정서법을 들이대고 기준점을 넘으면 가차없이 돌팔매질을 한다. 중립이라고 자위하면서 음흉한 속을 감추는 언론보다 편파적인 게 백배는 낫다고 생각한다"고 강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정파성이 강한 글과 생각을 전할 때 스타기자의 책임감을 생각하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우세하다. 허재현 기자는 "저의 생각을 강요할 생각은 없다. 저 역시 대중들에게 배우려고 한다"면서 "기자이기 때문에 정파의 입장을 완전히 솔직히 드러내기 조심스런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소신있는 의견을 밝히는 것과 사측의 관계에 대해서도 허 기자는 "한겨레의 대표 의견처럼 받아들이는 측면도 있어 늘 조심한다"며 "한겨레는 한나라당에 비판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민주당이나 통합진보당에 대해서 조심스런 측면이 있다. 쓴소리를 잘못 전달했을 경우 피드백이 날카롭고 공격적이다. 일례로 경기동부연합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중립적인 잣대를 보였다. 굉장히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조직 내에서 소신이 강한 의견을 밝히면서 독자와 소통하는 스타기자를 바라보는 눈도 곱지 않다. 허 기자는 "조직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기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움을 주는 것보다 튀는 기자라고 인식한다. 조직 부속품이 돼서 말그대로 톱니바퀴처럼 기능을 잘하길 바라지 뭔가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하는 것으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저에 대한 평가가 극단으로 갈린다. 모든 사람들이 적극 독자와 소통하는 활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선발·재교육·관리 등 시스템 구축도 필요

하지만 스타기자는 자신의 속한 매체의 브랜드 인지도를 역설적으로 자연스럽게 재고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시사인 기자이면서 블로그 '독설닷컴'의 운영자인 고재열 기자가 대표적이다. 그의 블로그와 트윗은 웬만한 중소 언론 매체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덩달아 고 기자가 속한 매체의 영향력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례로 고 기자 블로그의 영향으로 시사인의 구독으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실 2000녀 중반까지도 해도 스타기자들은 매체의 영향력과 온라인상에서 트래픽을 끌어올리면서 반짝 '조명'을 받긴 했지만 해외 사례처럼 스타기자들이 사측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활동할 공간이 자리잡았다고 평가하기에는 무색할 지경이다.

블로그에서 IT 분야의 글을 써서 독자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는 S씨의 경우는 기존 업무 부담이 커서 짬을 내 자신의 블로그를 관리하고 있다. IT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만 깊이있는 콘텐츠를 생산할 만한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없는 셈이다. 해외의 경우 스타 기자로서 가능성이 보이고, 이미 스타성을 인정받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면 독자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콘텐츠 생산에 필요한 '어시스턴트'를 붙여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것과는 천지 차이다.

한마디로 조직과 기자의 궁합이 잘 맞아야 스타기자도 탄생할 수 있는데 현재까지는 조직의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다. 하물며 매체의 내부 사정에 따라 짧은 기간에 출입처를 변경하면서 스타기자가 나올 수 있는 '싹'조차 잘라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잘 나가던 스포츠 기자와 영화 기자들이 자신이 내놓은 콘텐츠가 시장에서 환영을 받자 미련없이 전문 블로거나 기고가로 변신한 이유도 회사의 배려나 지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온라인 저널리즘을 연구하는 한국경제 최진순 기자는 "해외 매체는 기본적으로 스타기자를 회사의 자산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스타성을 가지고 있는 기자가 자사 사이트의 트래픽과 오프라인 명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통계적, 과학적 판단을 하고 있는데 우리의 경우 이 사람 평가가 좋다. 케어해야겠다는 정도로 주먹구구식"이라며 "해외 매체는 스타기자를 내세워 마케팅적인 접근을 하고 서비스적인 기획을 내놓는 등 접근과 폭의 깊이가 다르다. 우리는 자기들끼리 전문기자하라고 그치는 것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최 기자는 "기자의 스타성에 대한 언론 매체의 계산이 필요하다. 출입처 관리만 잘하고, 한 우물만 잘 파는 것이 중요한지, 독자의 소통에 임펙트를 주고 어떤 효과를 줄 것인지 경영 내부적인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며 "아직까지 스타기자는 뉴스룸의 주류로 생각하지 않는다. 근엄한 분위기에 불협화음을 내는 기자를 스타기자라고 생각하는 단견을 가지고 있는데, 훌륭한 자산이라고 인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선일보 군사전문 유용원 기자의 경우는 매체의 지원을 받는 특별한 케이스다. 유 기자는 지난 2001년 8월 국방부 출입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유용원의 군사세계'라는 홈페이지를 열었다. 개인블로그 성격보다는 자료 구축의 의미가 컸고, 회원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커뮤니티 성격이 짙었다. 개설 1년만에 누적 방문자가 100만명을 기록했고, 2004년 누적 방문자 1000만명을 달성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현재는 유 기자가 올리는 콘텐츠보다 회원들이 전문가보다 날카로운 콘텐츠를 등록하는 등 커뮤니티로서 자리를 잡았다. 유 기자는 "전문성을 키우는데 출입처가 1년 마다 바뀌면 힘들지 않겠나"라며 "저 자신도 20년 가까이 국방부 출입을 맡겨놓는 등 회사가 그만큼 배려를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원의 군사세계'는 조선닷컴 메인 화면에 링크를 걸어뒀을 뿐 아니라 에서는 프로그램까지 제작해 유용원 기자에게 진행까지 맡겼다. 유 기자가 진행을 맡은 '유용원의 밀리터리 시크릿'은 유용원 기자가 군사관련 지식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준다는 포멧으로 지난 2~3월에 총8회분으로 제작됐다. ‘유용원의 군사세계’는 모바일 앱으로도 제작돼 수만명이 다운받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유 기자는 "국방부를 혼자 커버하면서 사실 사이트 관리가 빠듯했는데 지난해 2진 후배 기자들을 배치해 여유가 생겼다. 회사 쪽에서 배려를 해줬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유 기자는 “스타기자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의지와 열성이 필요하다. 브랜드를 가진 기자가 되려면 온라인 공간을 확보하고 어떤 분야에 대한 의견과 정보 공유의 장을 마련해 '멍석'을 깔게 되면 기자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1인 미디어 영향력을 갖게 된다”면서도 “하지만 회사의 이해와 배려가 뒷받침돼야지만 스타기자라는 전문 대기자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스타기자라는 것은 개인의 열정의 의지에 따라 정통적인 저널리스트로서 상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매체에서 업무의 유연성, 개방성, 창조성을 재고해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을 때 탄생될 수 있다.

최진순 기자는 "스타기자는 시장과 독자가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기자로 대중성과 상품성을 갖고 있느냐가 결정적이며 시장과 이용자의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동반자이며, 이용자와 대화하는 소통자이고, 창의적인 전략가이면서 콘텐츠 기획까지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라며 “매체에서도 경영전략적으로도 인재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스타기자에 대한 선발, 재교육, 관리 프로그램이 새롭게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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