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정영하 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 5명이 21일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응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8일 정영하 위원장, 강지웅 사무처장, 이용마 홍보국장, 장재훈 정책교섭국장, 김민식 위원장 등 5명에 대해서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MBC 노조는 파업 국면이 이번 구속영장 신청으로 정권 탄압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갔다고 판단해 정당한 파업에 대한 법적 판결을 받고 후속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영장실질심사 이후 현장 구속이라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지난 주말 2선 집행부 구성도 완료했다.

이날 MBC 1층 로비에서 집회에서 MBC 노조는 "정권과 김재철 일당의 합작품"이라며 이번 구속영장 신청이 정권 차원에서 이뤄진 탄압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수사를 맡고 있는 영등포 경찰이 지난 3주 전에 MBC 노조 집행부에 대해 불구속 기소 의견을 냈지만 검찰이 보강 수사를 지시하며 구속영장을 청구하라고 지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MBC 노조 죽이기가 수면 위에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영하 위원장도 이날 조합원들 앞에서 "노조 탄압을 넘어서 김재철을 비호하는 정권이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정 위원장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로 한 것에 대해 “집행부 일신보다는 공영방송 MBC의 정상화하는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며 이번 결정이 고심이 컸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집행부 몇명이 구속되면 이 파업이 접힐 것이고, 정권이 병풍처럼 버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집행부 몇몇의 생각을 읽으려고 하지 마라, 공정방송을 염원하면서 그 총의가 모인 것이다.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퇴로가 안 열린 것"이라고 밝혔다.

구속영장이 신청된 집행부 5명의 명의로 발표된 편지글에서도 MBC 노조는 "파업 기간 법인카드 7억 원 사용과 배임, 특정 무용가 J씨에 대한 수십억 원의 특혜 지원, 공영방송 사장이 되기 전후 정치권과의 거래 정황, 협찬금 수수료를 빙자한 비자금 조성 의혹 등 김재철이 온갖 비리가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며 "궁지에 몰린 김재철은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청와대에 노골적으로 구원의 손길을 내뻗었고, 그 결과 경찰이 집행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식으로 화답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비난했다.

MBC 노조는 집행부가 응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법원이 구속을 결정하든 기각을 하든 이번 파업의 정당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법원이 기각할 경우 정권 탄압의 국면에 접어들면서 김재철 사장 퇴진 구호가 MBC뿐 아니라 시민사회 등 일반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법원이 구속을 결정하게 되면 공정방송 쟁취 파업에 언론인이 구속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면서 국민 지지여론이 확산되는 것과 함께 정치권에서도 발을 벗고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MBC 노조는 "이제 우리의 싸움은 그 정점에 이르렀다"며 "지금부터 하루하루 정세의 변화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집행부에 구속영장이 신청되면서 이미 시민사회도 들끓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박재승 전 대한변협 회장, 성유보 전 동아투위 위원장, 정연주 전 KBS 사장 등 시민사회 원로와 활동가 2백여 명이 구속영장의 기각을 요청하는 탄원서에 연명해 이날 법원에 제출하기로 했다. 정영하 위원장과 간부 4명은 이날 오후 2시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한편, MBC 노조는 이번 주 중으로 김재철 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위반으로 고발하기로 했고, 김재철 사장 비리를 추가로 폭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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