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사월간지가 백주에 버젓이 사상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 황당한 논쟁의 ‘소음’에 묻혀서, 같은 지면에서 문인들이 참혹하게 난도질당했다는 사실은 별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

10일자 경향신문 정동칼럼에 김정란시인이 쓴 <문학을 가볍게 보지 말라>는 제목의 글 중 도입 부분이다. 김정란시인은 <글로써 소음을 일으킬 줄 모르는 작가들이여!>라는 월간조선 11월호 기사와 관련, ‘박정희 복권’이라는 숨겨진 의도를 위해 문인들을 모욕하지 말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정란시인은 월간조선이 <글로써…>라는 제목 옆에 붙인 ‘1990년대 작가들이 말하는 삶과 문학과 연애, 박정희, 김대중, 그리고 예술과 세상’이라는 안내문구를 가리켜 “도대체 ‘박정희와 김대중’이 90년대 작가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라며 “(작가들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박정희 복권에 여념이 없는 이 언론사의 숨겨진 의도 때문에 공연히 끌려나와 들러리를 서고는 그도 모자라 몰매”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월간조선 11월호 <글로써…>는 1990년대 작가 신경숙, 이인화, 신현림, 유하, 은희경, 윤대녕, 김미진 등을 연쇄 인터뷰했다. 이 기사를 쓴 월간조선 최보식기자는 기사 서두에 “‘한줌의 가치도 없는 걸 계속 써대는 오늘날 작가란 어떻게 되어먹은 족속들인가’라고 중얼”거렸고, “그렇게 해서 기사가 작성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정란시인은 “작가들에게 아무런 존경심도 없이 접근해서 문학은 시시한 것이며, 작가는 한심한 족속이라는 결론을 유도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간조선은 또 작가들에게 “박정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당신은 고창출신이고…그런만큼 김대중정권의 출범은 당신의 의식에 얼마간 영향을 끼치고 있지요” 등 박정희 전대통령과 김대중대통령에 대해 질문했다.

김정란시인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호남 출신 문인들에겐 뜬금없이 박정희와 김대중에 대한 질문을 하고. 물론 그것도 구색맞추기에 불과하다. 그래야 ‘뛰어난 재능을 만천하가 다 아는’ 박정희 숭배자에게 박정희 숭배론을 펼 멍석을 깔아주지 않겠는가.”

김정란 시인은 이와 관련 월간조선이 <글로써…>에서 정중하게 평가한 문인은 단 한명 “박정희 숭배자”라며, 이인화씨를 가리켰다. 월간조선은 이 글에서 다른 문인들은 혹평한 반면 이씨를 가리켜 “동안 뒤에 측량할 길 없는 크기의 욕망과 노인쯤이 되어서야 성취할 수 있는 무량하고 노회한 지혜가 숨겨져 있다”고 평가했다.

이씨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박정희는) 5백년에 한 명이나 나올까말까한 탁월한 지도자”, “박정희가 18년을 집권했다는 것은, 역사적 필연…그러지 않으면 공산화됐을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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