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8일 정영하 MBC 노동조합 위원장을 포함, 노조 간부 5명에 대해 돌연 구속영장을 신청해 파문이 일고 있다. MBC 파업사태에 경찰이라는 공권력에 의한 구속이라는 초강수까지 동원되는데 이르러 MB정권 막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경찰이 난데없이 영장신청에 나선 것을 두고 MBC 노조는 최근 쏟아져나오는 김재철 사장 관련 비리 가운데 결정적 비리를 폭로하려 했던 것을 저지하기 위한 꼼수라고 반발하며 물리적 저항도 불사할 태세다.

경찰이 구속영장 청구한 것은 지난 2월 27일 정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 16명을 김재철 사장이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한 사건에 따른 것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영등포 경찰서는 "MBC 노조 주동자급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구속영장 신청 대상은 정영하 위원장과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 강지웅 노조 사무처장, 김민식 노조 부위원장, 장재훈 노조 정책국장 등이다.

MBC 노조는 이번 구속영장 신청이 김재철 사장의 결정적 비리를 폭로할 것을 예고한 가운데 이뤄진 점에서 폭로를 막기 위한 입막음 조치로 보고 있다.

MBC 노조는 지난 2월 최초 고소 이후 두달 동안 경찰이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가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MBC 노조는 "조합은 이것이 사측과 사정당국이 공모해 국면 전환을 꾀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법인카드 유용에 무용가 J씨 20억 특혜 의혹, J씨 친오빠의 편법 특채와 지원까지 연일 인터넷과 각종 신문에 오르내리는 김재철 사장에 대한 각종 비리를 잠재우기 위해 MBC 파업의 불법성을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MBC 노조는 무용가 J씨와 연관이 깊은 배임 혐의 의혹을 폭로한 후에 김재철 사장이 퇴진하지 않을 시 다음주께 추가로 관련 의혹을 폭로하고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노조 집행부 5명에 대해 무더기로 영장을 신청한 것은 실질적인 노조활동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조사를 받던 과정에서 기자들을 따돌리는 편의를 봐주는 행태도 지적했다. 이어 MBC 노조는 "김 사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회계자료도 압수수색하지 않는 등 김 사장에 대한 수사의지를 의심케하기도 했다"며 "이 같은 김재철을 봐주기 위한 편파 수사, 봐주기 수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노조 집행부에 대한 무더기 영장 신청은 노조집행부를 무력화하고, 특히 김재철의 비리에 관심이 쏠리는 시선을 전환하기 위한 꼼수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MBC는 권재홍 보도본부장이 노조원들과의 충돌로 신체적 접촉으로 인해 부상을 입었다는 주장에서 정신적 충격에 의한 두통이라고 말을 바꿨다.

MBC는 18일 오전 MBC 노조가 권 본부장과 조합원들의 신체적 접촉 주장은 거짓이라는 반박 기자회견을 열자 이날 오후 "권재홍 앵커가 지난 16일 파업 중인 MBC 기자들의 항의 시위과정에서 일어난 사고로 인해 오늘(18일) 병원에 입원했다. 권재홍 앵커는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두통과 탈진증세 진단을 받고 치료중이며, 입원 기간은 상태 경과를 보고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MBC는 지난 17일 9시 뉴스데스크 보도에 앞서 '넘어져서 부상을 입었다'는 기사가 있었지만 실제 뉴스에서 배현지 아나운서는 '허리 등의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신체적 접촉이 없었다는 노조의 반박이 쏟아지자 MBC는 조합원들에 밀린 청원경찰에 의해 차량 문에 허리와 다리 등이 끼어다고 했다가 최종적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MBC 기자회는 사측의 주장 번복에 대해 "결국 권재홍 보도본부장은 조합이 권 본부장과 신체적 접촉조차 없었다는 증거 동영상을 공개하자 가한 ‘신체 일부의 충격’을 입증할 증거가 없게 되자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새빨간 거짓말을 또 다시 반복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MBC 노조 역시 "‘신체 접촉’이라더니 하루도 안 돼 ‘정신 충격’으로 말을 바꾸니 어이가 없다. 증거가 없으면 사과를 해야지 또 새로운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MBC 기자회는 지난 17일 권 본부장이 노조원과 충돌로 허리 등의 부상을 입었다는 뉴스데스크 방송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정정보도와 반론보도를 요청하고 명예훼손 등 민형사상 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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