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홍닷컴뉴스도 이런 뉴스는 안 보낼 것이다"

MBC가 9시 뉴스데스크를 통해 권재홍 보도본부장이 MBC 노조원들의 퇴근 저지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한데 대해 MBC 노동조합이 18일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관련 풀영상을 공개했다.

MBC는 17일 뉴스데스크 첫번째 톱 뉴스로 권 본부장이 16일 퇴근길에 노조원에게 둘러싸여 신체적 접촉으로 허리 등 부상을 입었다는 보도를 내보냈고, MBC 노조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면서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날 오전 MBC 1층 로비에서 열린 반박 기자회견에서는 권재홍 보도본부장과 노조원 사이에 충돌 과정이 없었다는 것을 영상으로 보여줘 허위 주장임을 입증하고, 파업 국면에서 사측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국민의 전파인 뉴스데스크를 사유화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MBC 노조가 공개한 9분 47초짜리 영상에는 권 본부장이 퇴근길에 1층 로비에서 남문 출입구로 나와 정문 현관문 쪽으로 이동해 승용차에 탑승하는 전 과정을 담고 있다.

 

동영상은 권 본부장이 검은 양복을 입고 있는 청원경찰에 둘러싸여 있고, 청원경찰 저지선 밖으로 MBC 기자들이 수십명이 '권재홍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 권 본부장이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정문 현관 쪽으로 이동하는데 청원경찰의 제지로 기자들과 약 5미터 이상 떨어져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차에 타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심지어 권 본부장이 차량에 탑승하기 직전에는 주변에 있던 청원경찰과도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박성호 기자회장은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다는 것이 화면에서 입증됐다"면서 "그런게(신체접촉) 있었다며 (사측이)화면을 공개했을 것이다. 남문 출입구에서 정문 현관까지 걸어나가는 거리가 약 10미터 정도 되는데 그 과정에서 청경 분들이 완벽히 조합원을 차단해서 지장 없이 권 본부장이 차량에 탑승했다"고 설명했다.

조합원들이 권 본부장의 차량을 막고 구호를 외치며 대화를 시도하는 장면도 공개됐다.차량 뒷좌석에 앉아있는 권 본부장은 전화통화를 하고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는 모습에 이어 박성호 기자회장이 차량 뒷좌석 창문에 대고 권 본부장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장면이 나온다.

박성호 기자회장은 당시 현장에서 청경들을 뒤로 물린 뒤 권 본부장이 앉아있는 차량 뒷좌석의 창문에 대고 "MBC 미래 20~30년을 병들게 하실 거냐, 권 선배 그런 분이 아니시지 않느냐"며 간곡히 대화 요구를 호소하는 장면도 나온다.

박 기자회장은 창문이라도 열고 앉아있는 상태로 마이크를 사용해 ‘시용기자’ 채용 배경에 대해 납득한 만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권 본부장은 이같은 요구에도 침묵을 지켰다.

박 기자회장은 "뉴스정상화의 뜻을 밝히고 왜 이런 채용(시용기자 채용)이 불가피한지 기자한테 설명하는 것이 보도 책임자의 책임있는 자세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 기자회장은 오히려 청원경찰에 밀려 쓰러져 타박상을 입은 한 여기자의 부상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MBC 노조가 공개한 영상대로라면 권 본부장이 조합원들과 신체적 접촉으로 부상을 입었다는 뉴스는 허위 보도다.

박 기자회장은 "물리적 행사가 없었는데 실제로는 조합원들이 몰려가서 차량을 막고 있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가해 상황과 피해 상황이 무엇인지 아무런 팩트 제시 없이 노조원이 몰려가 저지 당해서 권 본부장이 뉴스를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라며 "폭력을 행사했다는 인상을 주고, 후배 기자들이 자신들의 선배를 위해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때렸다는 표현만 안 썼지 폭력집단으로 매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MBC 노조는 사측이 이번 사건을 철저히 악용해 왜곡보도를 한 것으로 보고 향후 MBC 뉴스의 신뢰도가 깎이는 것은 물론 공정방송 쟁취를 이유로 벌이고 있는 파업의 정당성을 부각시키는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본부장의 부상 뉴스가 뉴스데스크 톱뉴스로 전파를 탄 일련의 과정도 석연치 않다. 사측이 말바꾸기를 한 정황도 엿보인다.

MBC 사측은 조합원들의 권 본부장과 대화 요구를 시도했던 다음날인 17일 오전 11시 45분경 관련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최초로 전했지만 권 본부장의 부상 관련 내용은 없었다. 그런데 같은 날 저녁 8시 30분경 발송된 보도자료에는 '권 본부장이 퇴근하는 중 기자들 40~50명이 차량을 가로막고 이 과정에서 타박상을 입었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17일 권 본부장의 부상 사실을 알린 뉴스데스크 앵커 멘트 역시 최초 기사와 비교해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원래 기사에는 퇴근 저지 과정에서 권 본부장이 넘어져서 부상을 입었다고 돼있었다"면서 "전날 기자들이 일체 신체적 접촉이 없었고, 뉴스데스크 보도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박하자 사측은 차량 탑승 과정에서 기자들이 밀면서 청경에 밀려 (차량)문에 허리와 다리 등이 끼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노조원들의 충돌과정에서 신체적 접촉을 입었다는 사실관계가 어긋나자 말을 바꾼 셈이다. 하지만 앞서 노조가 공개한 영상에는 차량 탑승 과정에서 권 본부장이 청경으로부터도 멀리 떨어져 유유히 걸어나가 차량에 타는 모습이 나온다.

특히 MBC 노조에 따르면 권 본부장이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 17일 오후 보도본부장실에서 정상적으로 업무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관련 뉴스가 허위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권 본부장의 부상 뉴스는 김재철 사장을 중심으로 치닫고 있는 노사 대결 국면에서 전형적인 물타기를 시도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또한 관련 뉴스가 나가고 보수언론들이 사측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실지 않고, 진위 공방으로 그친 것도 사측의 주장을 확인할 근거를 찾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정영하 노조 위원장은 "노사 싸움이 김재철 사장으로 정점으로 가고 있는데 전형적인 물타기 보도를 시도하고 있다. 아주 안 좋은 것만 배웠다"며 "보수 언론이 제발 (뉴스를)받아가서 대서특필하라고 한 건데 보수언론에서도 기사 가치가 있는거냐라고 생각해서 진위 공방으로 나열됐다"고 꼬집었다.

정 위원장은 "권재홍뉴스닷컴이라도 이렇게 뉴스는 안한다"면서 "한분은 공원에서 만나 기자에게 자신(김재철 사장)이 아니라고 대답하고, 한분은 뉴스를 통해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다"며 "안 하니만 못한 뉴스는 편파뉴스지만 더 나쁜 것이 거짓 보도, 막장 보도"라고 혹독히 비판했다.

한편, 다음주께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의 '결정적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용마 홍보국장과 정영하 위원장은 ‘결정적 비리’와 관련해 김 사장과 무용수 J씨의 부적절한 관계를 입증하고, 회삿돈을 유용한 내용이라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고소고발이 동시에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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