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신해철이 방송사 파업에 대해 단단히 뿔이 났다.

가수 신해철은 17일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방송사 공동 파업 문화제에 참가해 "라디오 고스트 스테이션을 진행 중이었다. 제가 방송에서 사고를 많이 쳐서 이리저리 (방송 프로들을)많이 옮겼는데 (고스테이션에서)내가 사고 안치면 그대로 갈 줄 알았다"면서 "그런데 (파업 때문에)방송이 중단됐고, 우리 PD 아저씨가 가출했다. 우리 PD를 돌려달라"고 말해 시민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고스트 스테이션은 MBC 라디오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가수 신해철이 수십년간 MC를 맡아 카리스마 있는 진행으로 인기를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 방송사 파업 때문에 PD가 파업에 참가해 방송이 중단이 됐다는 것이다.

가수 신해철의 발언은 파업 때문에 방송을 못하게 됐다는 ‘푸념’이었지만 역설적으로 방송사 파업을 몰고 온 낙하산 사장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인 셈이다. 


 

신해철은 "방송을 언제할지 모르지만 눈에 레이저가 나올 수 있도록 힘을 내라"면서 "끝장을 볼 때까지 파이팅"이라고 외쳐 조합원들과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이날 열린 파업 문화제는 방송사 파업이 장기화로 흐르면서 피로도가 높아진 조합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차원에서 기획됐다. 또한 파업 장기화로 인해 시민들의 파업 체감온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조합원들과 편하게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해보자는 고민도 엿보인다.

파업문화제 명칭 역시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제로 정했고, "장기 파업에 지친 그대, 흥청망청 놀아보세, 여의도 캠프 ㅤㅃㅘㅤ이야"라고 부제를 달았다.

MBC, KBS, YTN 등 방송사 파업 노조 조합원들과 시민 500여명은 파업문화제에 참가해 가수 신해철을 비롯한 노라조, 허클베리핀, 일렉트로보이즈 등의 공연을 보며 힘든 파업을 하고 있는 조합원들을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 무대에 오른 노라조는 공연 뒤 방송사 파업 지지의 뜻을 밝혔다. 노라조 보컬 조빈씨는 "국군이 나오는 프로에서 낙하산 타신 분들을 보긴 했지만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이상한 분들이 있다"며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으면 바람 때문에 빨리 걷어야 한다고 하는데 안 걷은 것 같다. 뜨거운 사투를 벌여서 낙하산에 바람을 집어넣어서 멀리 가버린 상황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노라조는 자신들의 대표곡 '슈퍼맨'을 개사해 "아들아 공정방송 부탁하노라", "아들아 낙하산은 위험하단다"라고 불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개념밴드라고 소개를 받은 허클베리핀도 "이렇게 (파업이)장기화될 줄은 몰랐다"면서 "저희의 알권리를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허클베리핀은 당초 이날 공연이 예정돼 있지 않았지만 한 트위터리안이 허클베리핀이 출연한다는 잘못된 트윗을 올린 것을 보고 문화제 2시간전에 전격 출연을 결정한 사연을 공개해 관객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파업 최장기화와 몰골들’은 "언론을 지키는 여러분이 챔피언"이라며 조합원들을 응원했다. ‘파업 최장기화와 몰골들’은 KBS 라디오 PD들로 구성된 밴드로 지난 2010년 KBS 새노조 파업 당시 결성됐다.

문화제가 열린 여의도 공원 주변에서도 파업을 지지하는 각종 행사가 열렸다. 만화 작가 모임인 '디지커쳐'와 '우리만화연대' 소속 작가 12명은 시민들에게 5천원에 커리커쳐를 그려주는 행사를 통해 수익금 전액을 노조 투쟁기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만화 작가 박건웅(41)씨는 "파업에 도움을 주는 방안은 다양한데 저희 만화가로서 해드릴 수 있는 것을 고민해서 시민들에게 커리커쳐를 그려줘 힘을 드리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공원 한쪽에 김재철 MBC 사장, 김인규 KBS 사장, 배석규 YTN 사장, 박정찬 연합뉴스 사장을 빗대 '네가지 없는 카페'라고 이름을 붙힌 천막을 세우고 시민들에게 차를 제공하는 행사를 벌였다.

이날 파업문화제에 참가한 유모(30)씨는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심적으로 방송사 파업을 지지하고 있는데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는 어렵고 해서 이렇게 문화제에 참가하게 됐다"고 전했다.

유씨는 "요즘 뉴스를 보면 공정방송의 틀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분들(조합원)이 주장하는 것이 옳은 목소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