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측이 파업을 벌이고 있는 MBC 노동조합 조합원들로부터 김재철 MBC 사장과 권재홍 보도본부장이 출퇴근을 방해받았다며 이를 비난하는 보도자료를 냈지만 사실관계가 엇갈려 정당한 취재와 해명 요구를 왜곡했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MBC 홍보국 정책홍보부는 17일 <김재철 MBC 사장, 권재홍 보도본부장 출퇴근 방해 당해>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통해 "김재철 MBC 사장이 5월 16일 아침 출근길, 숙소 지하주차장에서 차량에 탑승하려다 이상호 기자 등에 의해 차량 탑승을 저지당했다"고 밝혔다.

MBC 홍보국에 따르면 김 사장은 16일 아침 8시 반쯤 출근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수행비서와 함께 주차장으로 이동하던 길에 대기하고 있던 MBC 이상호 기자 일행과 마주쳤다. 김 사장은 카메라를 들고 질문을 하며 길을 가로막는 이 기자 일행을 피해 차량에 탑승하려 했으나 이 기자 일행 서너 명이 계속 김 사장을 막아 차량에 탑승하지 못했고, 결국 112에 신고해 십여분 뒤에 출근 차량에 탑승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상호 기자의 상황 설명과는 180도 달랐다. 이 기자에 따르면 시민 제보를 받고 김 사장의 숙소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다가 김 사장이 나타나자 손바닥 뉴스 폐지 사유에 대해 질문을 했다.

이에 김 사장은 '그 사안에 대해서는 모른다'며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 기자가 '손바닥 뉴스 취재 책임자로서 후배 기자가 프로그램 폐지와 관련해 질문은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식으로 취재를 허용해달라'고 했고, 김 사장이 수용해 숙소 한켠에 있는 벤츠에 앉아 10분 동안 인터뷰까지 진행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역시 이상호 기자와 김 사장이 정식으로 아무 탈 없이 인터뷰한 모습을 보고 문제를 삼지 않았다.

이 기자는 "출근하는 길을 제지한 적이 없는데 출근방해라는 표현으로 와전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정식 인터뷰한 영상을 통해서도 공식 취재 행위임을 입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자는 "손바닥 뉴스 폐지 사유에 대한 질문을 주요하게 했고, 기왕 인터뷰가 이뤄져서 무용수 J씨 특혜 등 김 사장이 받고 있는 의혹에 대해서도 질문을 해서 말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오는 24일 개인 홈페이지 '이상호닷컴'을 통해 해당 영상을 공개할 계획이다.

MBC 홍보국 송윤석 정책홍보부장은 이상호 기자의 반론에 대해 "공교롭게도 권재홍 보도본부장이 이날 밤에 조합원으로부터 퇴근을 방해받는 일이 겹쳐 조합원들의 집단 행동이 도를 넘어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우려하는 보도자료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송 부장은 하지만 "현장에 없어 전언으로 보도자료를 작성한 건데 이 기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보도자료를 수정해야 될 것 같다"면서 "사실 관계를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16일 밤 10시 MBC 기자들이 권재홍 MBC 보도본부장의 퇴근을 막았다는 것도 사실관계가 엇갈린다.

MBC 홍보국 정책홍보부는 "40-50명의 MBC 기자들이 퇴근하는 권재홍 MBC 보도본부장의 차량을 가로막아 권 본부장이 30여분동안 차량에 감금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정책홍보부는 "권 본부장은 <뉴스데스크> 진행을 마치고 퇴근하던 중이었으나 출입문 앞에서 대기 중이던 기자들이 권 본부장의 차량을 둘러싸고 ‘권재홍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는 바람에 차량이 움직일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MBC 노조는 밤 10시경 권재홍 보도본부장이 청경 40여명이 양측으로 도열해 길을 터준 상황에서 건물을 빠져 나와 차량에 탑승했다.

MBC 기자들은 16일 저녁 5시 5층 보도국에서 기자총회를 열어 '시용기자' 채용 반대 뜻을 밝히고 투쟁 방안을 논의하려고 했지만 사측이 5층으로 통하는 모든 출입구를 봉쇄시켰고 봉쇄을 사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권 보도본부장의 해명을 듣고자 했다.

MBC 노조는 "박성호 기자회장은 '봉변을 당하게 만들자는 게 아니니 차 창이라도 내리고 직접 설명해달라'고 예의를 갖춰 대화를 시도했다"며 "그러나 권재홍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통화를 하거나 애써 시선을 돌리며 딴청을 피웠다. 차창 안에서 누군가에게 “노조 애들이 퇴근 저지 농성 중”이라고 문자를 보내는 모습도 목격됐다"고 전했다.

특히 사측이 경찰에 병력을 요청한 것을 두고도 "언론사 보도 책임자가 회사 안으로 경찰을 불러들여 후배 기자들을 물리적으로 끌어내겠다는 상직적인 사건이 벌어진 것"이라며 "한쪽에선 노무팀이 고용한 VJ가 몰래 현장을 채증하다 적발되기도 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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