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보도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PD수첩 제작진의 배상 책임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지난 2008년 4월29일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방송분에 대해서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과 법무법인 바른이 국민소송인단을 대리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상고를 기각해,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방송보도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시청자에 따라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방송의 자유를 보장해야지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일반 시청자가 방송보도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격권, 이익이 위법하게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방송의 자유는 주관적인 자유권으로 특성을 가질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존립·발전을 위한 기초가 되는 언론의 자유의 실질적 보장에 기여한다”며 이번 판결에서 언론 자유의 문제가 이번 판결의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됐음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방송보도로 인해 일반 시청자에게 정신적 고통이 발생하는지 여부와 그 고통의 정도는 시청자의 가치관, 세계관 등에 따라 지극히 주관적·임의적일 수밖에 없고, 일반 시청자의 정신적 고통을 이유로 방송보도를 한 이에게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다면 방송의 자유를 훼손하고 자유로운 의견형성이나 여론형성에 필수적인 방송의 기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결국 이 방송으로 인해 원고들의 인격권이나 재산권이 위법하게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고, 설사 방송으로 인해 불안감, 공포감, 불신감 등을 느꼈거나 정신적 고통을 입었더라도 이 사건 방송을 이유로 피고들에게 그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와 법무법인 바른은 국민소송인단 2천400여명을 모집해 MBC PD수첩 보도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개인당 100만원씩 24억원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한 바 있다.

MBC PD수첩 조능희 PD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번 판결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소송에 따른 것"이라며 "정치 변호사들이 언론플레이용으로 국민을 호도하기 위해 쇼를 벌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조 PD는 또한 "1백만원씩 받는다고 국민들을 모아놓고 금방 거짓이 탄로났다. 어제 판결문을 보고 확인해보니 2천400여명 국민 소송인단 중 소송에 끝까지 남아있는 사람은 불과 2명 밖에 없었다"고 거듭 비난했다.

조 PD가 이번 소송을 언론플레이용으로 규정한 것은 당시 변호인단이 소송의 뜻을 밝히자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행태가 잇따랐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보도하려는 언론인들에게 자기 검열 효과를 줬다고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7월 당시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 '광우병에 걸린 소라도 특정위험물질을 제거한 부분은 안전하다'는 말을 비판한 MBC PD 수첩 방송분은 자신은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며 5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원고 패소했는데도 아직까지도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 조 PD는 혹독히 비판했다.

조 PD는 "심 의원이 우리에게 제기한 것은 광우병이 걸린 소라도 특정위험물질을 제거하면 괜찮다고 한 것인데 과학적인 사실이 없고,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고 했는데, 명예훼손을 걸어 1심과 2심에서 기각됐지만 대법원이 2년 동안 판결을 안 하고 있다"며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심 의원과 똑같은 발언을 했는데 대법원의 침묵 속에 국민을 속이는 발언을 한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이 후진적이고 정치권의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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