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1년 근무(시용) 후 정규직 임용'이라는 채용조건으로 경력기자를 채용하려는 계획에 대해 MBC 기자들이 반대 농성에 들어가자 보도국 전체 층을 봉쇄해버리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MBC 기자회는 16일 오후 5시 보도국에서 집회와 기자총회를 열어 '시용 기자' 채용 반대의 뜻을 밝히고 저지 투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이날 집회가 예고되자 사측은 청원경찰을 동원해 보도국이 있는 MBC 여의도 건물 5층으로 통하는 전체 통로를 봉쇄해버렸다.

엘리베이터 운영은 5층을 제외시켜버렸고, 비상계단 출입문을 닫은 것도 모자라 철제 셔터문까지 내려 원천 출입할 수 없게 했다. 

사측은 "보도국에서 시위가 예상됨에 따라 뉴스의 정상적인 방송을 위하여 일부 출입구를 폐쇄했다"고 공지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보도국에 남아 일하고 있는 일부 기자들과 용역기자들 등의 근무 인력을 파악해 출입할 수 있는 임시 패찰까지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일산제작센터의 청원경찰들까지 본사로 인력을 보충해 5층 보도국 뿐 아니라 1층까지 인력을 배치해 기자회의 총회와 집회를 막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보도국 원천 봉쇄는 권재홍 보도본부장이 사측에 강하게 요청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자들의 반감도 커지고 있다.

오후 6시 현재 MBC 기자 100여명은 보도국 출입 제지에 항의하고 있고, 보도국에서 기자 총회 개최가 어려울 경우 지하식당에서 집결할 예정이다.

MBC 기자회와 노조는 사측의 이같은 행태에 "언제든 입에 맞지 않으면 해고할 수 있는 시용기자 채용 강행을 위해 기자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 아예 귀를 닫아버린 것"이라며 기자 총회를 개최해 강력히 반대의 뜻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박성호 MBC 기자회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MBC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기자가 보도국에서 들어가지 못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시용기자 채용이라는 해괴한 짓을 벌여놓고 부끄러워 하기는커녕 후안무치한 행태를 벌이고 있다. 이번 일로 김재철 사장 이외에 권재홍 보도본부장과 같이 심판받을 대상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MBC 노조 대변인을 맡고 있는 문소현 기자는 "사측도 시용기자 인력 충원 반대에 이렇게 무리하게 행동하는 것은 그만큼 조급해졌다는 신호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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