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파업으로 인한 인력보강을 이유로 1년 '시용' 근무 후 정규직 임용이란 채용조건을 내걸고 경력 기자를 채용하려는 대해 MBC 노동조합과 기자회가 총력 저지하기로 했다.

MBC는 지난 12일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국내외 방송, 신문, 통신 등에서 해당분야 만 2년 이상 근무 경력 기자"에 한해 경력기자를 모집한다면서 '1년 근무(시용) 후 정규직 임용'을 채용 조건으로 내걸었다.

MBC 노동 조합은 사측의 이번 채용 계획에 대해 "사측의 관심은 이들의 계약 조건이나 근무 여건이 아니다. 목줄을 쥔 채 '말 잘 듣는 자', '영혼 없는 기자'를 양산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배현진 아나운서가 MBC 뉴스데스크에 복귀하자 약 한달 간 뉴스데스크를 진행했던 박보경 아나운서가 소리 소문 없이 프로그램에서 자취를 감춘 것을 봤을 때 이번 시용 기자 채용 계획 역시 이번 대규모 '시용 기자' 채용 계획은 임시직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노조의 판단이다.

MBC 기자회도 16일 보도국에서 긴급 기자총회를 열고 시용 기자 채용 계획을 철회시키는 투쟁 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기자회는 성명을 통해 "앞으로 김재철의 사생아를 떠안고 갈 것인지, 청산할 것인지를 두고 불을 보듯 뻔하다"면서 "시용 기자 채용이 현실화된다면 권재홍 보도본부장과 황헌 보도국장이 지휘하는 보도국에서 기자들이 기사를 쓰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MBC 노동조합은 총파업 특보를 통해서도 부장급 이상 고참 기자들도 이번 채용 계획을 반대하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고 전했다. MBC 노동조합은 "어제 긴급 모임을 가진 이들은 이번 채용 계획을 조직의 근간을 뿌리째 뽑을 수 있는 중대한 해사 행위'로 간주하고, 조만간 임원들을 만나 항의하는 등 시용 기자 채용 저지에 온 힘을 모으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MBC 논설위원들도 이례적으로 기명 성명을 발표해 "시용 기자 채용은 파업 찬반 여부를 떠나 본원적 문제"라며 "그 부작용이 몇 십년은 지속될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1년 근무(시용) 후 정규직 임용'이란 채용 조건은 법적으로도 불안한 지위일 수밖에 없어 사측의 입맛에 맞는 뉴스만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MBC 노동조합의 지적이다.

'시용'(試用)은 근로 계약 체결 이후 일정 기간을 두고 근로자의 적성과 업무 능력을 판단한 뒤 정규 사원으로 임용할 것 인지, 근로관계의 계속 여부를 차후에 최종 결정하는 고용 계약의 한 형태다. 하지만 "시용 기간 중 해고의 이유는 통상의 해고보다는 광범위하게 인정된다"는 지난 1992년 대법원의 판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인턴' 직위보다는 고용조건이 강화된 형태지만 여전히 불안한 고용 형태라는 것이 노동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MBC 노동조합은 또한 시용 채용을 하기 위해서는 MBC 취업규칙에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MBC 취업규칙이나 인사 규정에 계약직이 아닌 시용 채용의 근거를 찾아볼 수 없어 법적인 하자도 있다고 지적했다.

MBC 노동조합은 "비리 낙하산 김재철 퇴진을 위해 108일째 파업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구성원들은 물론 시용 경력기자 채용 대상인 수많은 언론인들의 인격을 처참하게 짓밟는 참으로 부도덕하고 몰상식한 행태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며 "김재철은 시용 기자들을 대거 뽑아 마치 MBC가 정상화된 것처럼 꾸밈으로써 자신의 비리에 쏠린 시선을 희석시키기 위해 마지막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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