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썩는 햄버거의 충격? 사실은 중앙일보의 호들갑
안 썩는 햄버거의 충격? 사실은 중앙일보의 호들갑
[슬로우뉴스] “세균도 포기한 식품” 선정적인 공포 마케팅의 전형

(기사 하단에 JTBC 관계자의 반론과 슬로우뉴스의 재반론을 게재합니다. 추가 논의도 환영합니다. 편집자주)

기사 원문 :

중앙일보, 패스트푸드 햄버거, 4주간 둬도…결과 ‘충격’, 2012년 5월 12일 (자사 종편방송 JTBC의  ‘미각스캔들’ 방영분 내용 요약 기사)

기사 요약 :

JTBC ‘미각스캔들’ 제작진이 시판 중인 햄버거와 감자튀김 등 패스트푸드로 세균 배양 실험을 한 결과, 세균 수는 식품 규격기준 이하에 머물렀다. 방부제 사용이 의심스럽다.

기사 총평 :

과학이 운다.

기사 분석 :

“안 썩는 맥도날드 햄버거” 전설은 비단 이번 보도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반복생산되어왔으며,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등에서도 누군가가 관련 퍼포먼스를 할 때마다(예: 137일 동안 썩지 않는 햄버거를 매일 사진 찍어 올린 한 예술가의 퍼포먼스 등) 별다른 성찰과 검증 없이 재등장했다. 그리고 먹거리에 대한 보편적 관심에 힘입어 매번 일정량의 화제를 동원하곤 한다.

하지만 햄버거가 썩지 않는 현상에 대해서는 지난 수년간 이미 많은 반론이 제시된 상태다. 음식물이 썩기 위해서는 미생물 자체와 적정온도의 공기 존재 외에도, 미생물이 자라날 양분과 수분이 존재해야 하고, 염분과 당분 농도가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조건에서 특정 기간이 지나고 나면 썩는다.

고도의 과학장비를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치밀하게 과학적 비교실험 설계를 한 미국의 음식블로그 Serious Eats의 2010년 결과에 의하면(원문 읽기), ‘썩지 않는 햄버거’ 현상의 주원인은 수분증발이다. 여러 종류의 햄버거를 체계적으로 나누어 같은 조건에서 분석한 결과, 수제나 패스트푸드 여부와 관계없이 면적이 작은 버거가 썩지 않고 면적이 넓은 버거는 썩었다.

즉 미생물이 자라나기 시작하는 일정 시점 이전에 대부분의 수분이 증발한 경우에는 썩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차후 검증으로 썩지 않은 같은 종류의 버거를 수분이 날아가지 않는 비닐백에 넣자, 1주일이 지나고 상당량의 곰팡이가 생겼다.

반면 ‘미각스캔들’의 경우, 수분 증발 차이를 만드는 패티 크기와 두께 차이, 세균 번식에 더 유리한 기타 성분 포함 여부 등 상하기 위한 세부 조건 차이를 통제하는 설계 없이 단순히 패스트푸드와 수제 버거라는 구분만을 하고 있다. 1차 검사라는 세균검출실험은 아예 비교실험 방식도 아니며, 2차 검사인 배양검사는 세균 배양 가능 환경을 조성하였으나 고작 48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만 실행했다(정작 기사 앞부분에 인용된 PD의 말에는 수제 햄버거도 사흘만에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함께 실험한 감자튀김의 경우 역시 패스트푸드가 아닌 수제 감자튀김과 비교분석하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방부제 검사는 비과학적 논증의 극단을 보여주는데, 보존제 검증에 실패하자 검증되지 않는 다른 보존제의 존재부터 의심한다. 즉 검출실험 등 과학기술의 틀을 가득 빌리고 있지만, 정작 실험설계에서 전혀 과학적 엄밀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종국에는 이미 단정 지은 결론을 위해 데이터의 부족마저 변명하는 경지에 이른다.

하지만 미각스캔들을 포함한 ‘안 썩는 햄버거’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 일반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햄버거가 썩지 않았다는 것은 애초에 그냥 하나의 현상이라는 점이다. 인체에 유해한 방부제가 잔뜩 들어있어야 비로소 문제이고, 그렇기에 안 썩는 햄버거로 유해성을 주장하려면 안 썩는 것이 방부제 때문이라는 점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계속 “안 썩는다”는 현상만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에 힘쓴다. 방부제와 아무 상관 없이도 썩지 않을 수 있음을 다른 이들이 충분히 반증해도 무시하고 말이다. 이런 지점은 약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내놓은 “세균도 포기한 식품”이라는 선정적 표현에서 정점을 이룬다.

먹거리에 대한 공포, 특히 거대 기업의 공장제 생산품에 대한 불안은 상당히 보편적이기에, 그 해악을 충격적인 볼거리로 던지는 것은 손쉬운 흥밋거리다. 하지만 막연한 공포 퍼포먼스에 눈을 돌리는 동안, 덜 선정적이지만 훨씬 중요한 다른 문제들은 오히려 관심에서 멀어진다. 영양 균형보다 자극에 맞춰진 배합, 포만감에 비해 과도한 칼로리 같은 것이 여기 포함된다. 또한, 애초에 이런 불안을 유발하는 원인 격인 패스트푸드 메뉴들의 성분 공개 문제 같은 정보 투명성 이슈 역시 그렇다.

좀 심심할 수도 있으나 실제 먹거리 문화 발전에 필요한 알찬 문제 제기는 미루고 즉각적 자극을 극대화하는 것에 몰입하는 방식은,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들이 악마화하는 패스트푸드를 닮았다.

(미디어오늘과 슬로우뉴스는 기사 제휴 관계입니다. 원문 출처는 http://slownews.kr/2993, 작성자는 블로거 캡콜드입니다.)

 

(기사에 인용된 미각스캔들을 제작한 김재환 PD가 반론문을 보내와 게재합니다. 추가 반론도 환영합니다. 이 기사를 작성한 블로거 캡콜드는 본문에서 햄버거가 썩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이 실험은 변인 통제 등 실험 설계 과정에서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 PD는 세균 배양실험의 결과 세균이 한 마리도 검출되지 않았다는 건 매우 충격적인 사실이며 방부제를 검출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이는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설명해야 할 문제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 전문을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미디어오늘 기사에 대한 반론.

<안 썩는 햄버거의 충격? 사실은 중앙일보의 호들갑>이란 미디어오늘의 콘텐츠는 편협하고 악의적이다. 오직 뭔가를 까기 위해 아니면 뭔가를 보호하기 위해 생산해낸 글은 기사가 아니다. 그 목적이 심히 의심스럽다.

미디어 비평의 형식을 띄고 있는 이 문제의 글은 시작부터 이미지 조작을 시도한다. 필자는 그가 검증하려는 콘텐츠를 딱 두 문장으로 요약한다. ‘JTBC <미각스캔들> 제작진이 시판 중인 햄버거와 감자튀김 등 패스트푸드로 세균 배양 실험을 한 결과, 세균 수는 식품 규격기준 이하에 머물렀다. 방부제 사용이 의심스럽다.’ 아무 문제의식도 느껴지지 않는다. 문제의 핵심을 전혀 파악할 수 없게 만드는, 방부제 처리된 단어의 조합이다. 미디어오늘 독자의 상당수가 종편 프로그램 안보는 분들이고 이 기사로만 정보를 획득할 것임을 감안한다면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줘야 했다. 48시간 동안의 배양실험 결과 세균 수가 그냥 식품 규격기준 이하가 아니라 무려 제로다. 맥도널드, 롯데리아, 버거킹 세 업체의 프랜치프라이는 전부 세균 수 0이다. 두 업체의 햄버거는 세균 수 0, 한 업체는 딱 130마리 검출됐다.

밀폐된 공간에서 무균상태로 실험을 시작해도 균이 엄청난 속도로 자라나서 실험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픈된 주방에서 생산된 프랜치프라이와 햄버거를 균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에서 배양실험을 했는데 세균 수가 제로로 나온 게 미스테리나 충격이 아니라면, 필자는 자기 집에 포탄이라도 떨어져야 겨우 충격이란 걸 받는가? 결과를 접한 교수님들조차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업체들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데, 기자는 ‘세균 수가 식품 규격기준 이하에 머물렀다’고 쿨 하게 써놓았다. 심지어 ‘고작 48시간이란 ㅤㅈㅏㄼ은 시간 동안 세균 배양 실험을 실행’했다며 트집을 잡는 무식함까지 과시한다. 고작 48시간? 이건 오래둬서 언제쯤 부패하는가 보는 실험이 아니라 오픈된 공간에서 생산된 음식에 대해 세균이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으로 실행한 배양실험이다. 48시간이면 충분하다. 필자의 표현처럼 정말 과학이 운다.

미디어오늘 필자가 기대고 있는 근거는, 그의 표현대로 ‘고도의 과학장비를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치밀하게 과학적 비교실험 설계를 한' 미국의 음식 블로그 Serious Eats다. 다시 읽어봐도 다른 근거는 없다. 그 블로거가 제시하는 썩지 않는 패스트푸드의 주원인은 수분증발이다. 업체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블로거들이 자주 인용하는 실험결과다. <미각스캔들>과 인터뷰를 진행한 10여명의 학자와 전문가의 견해, 식약청 허가를 받은 연구기관의 실험설계와 결과는 전혀 믿지 못할 주장으로 치부하고, 고도의 과학장비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미국의 한 블로거 말은 진리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참 씁쓸하다. <미각스캔들>도 수분증발과 실험환경에 대한 반론을 다루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상온에서 패스트푸드에 부패가 진행되지 않는 이유를 수분증발 탓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역으로 세균배양 실험을 해봤더니 필자에게는 전혀 놀랍지 않으나 제작진과 전문가들에게는 충격적인 결과를 얻었다. 세균 제로. 우리가 사는 지구가 무슨 무균 실험실인가?

이 이상한 결과에 대해 전혀 놀라지 않는 미디어오늘 필자는 이렇게 쓰고 있다. ‘안 썩는 햄버거로 유해성을 주장하려면 안 썩는 것이 방부제 때문이라는 점을 찾아내야 한다.’ 정말 황당하고 충격적이다. 무슨 외식산업 홍보지도 아니고 어쩜 이렇게 패스트푸드 회사의 논리와 토씨하나 다르지 않고 똑같을 수 있나. 미국 소비자단체들은 패스트푸드에 다수의 화학물질이 사용된다고 경고한다. 학자들과 전문가들은, 어떤 종류의 합성 첨가제가 쓰였는지 어떤 멸균법이 사용됐는지 업체의 도움 없이는 분석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미디어오늘 필자는 자신 있게 말한다. 보존료를 추출해 보라. 그래야 유해성을 주장할 수 있다. 정말 싸이월드 댓글 달다 기자가 됐나? <미각스캔들> 제작진은 말한다. 역으로 배양실험을 했지만 세균이 없다. 이건 비정상적인 결과고 업체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일본에서 첨가제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베 쓰카사 씨는 삼각김밥이 각종 첨가제 범벅이라 증언하고 건강을 위해 먹지 말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편의점 업체는 어떤 첨가제가 쓰였는지 찾아내보라고 말한다. 직접 개발한 사람이 첨가제 범벅이라는데 기술 제휴한 우리나라 업체는 그런 거 없다고 주장한다. 미디어오늘에 제보하겠다. 삼각김밥 첨가제도 찾아내 보라고 기사 하나 더 써라. 못 찾아내면 없는 거고 비과학적이라고 주장하면 된다. 첨가제 아무 문제없다는 블로그 글 인용하면 근거는 충분하고, <미각스캔들> 방송 본 사람은 별로 없으니 반론도 걱정할 필요 없고 공격하는 기사 쓰기 참 쉽겠다.

Serious Eats뿐 아니라 각국의 많은 블로그들의 분석과 시민단체들의 자료,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해 방송을 만들었지만, 자신이 꽂힌 한 블로그의 결과대로 결론을 내주지 않는다고 비과학적 분석이라 평가하는 편협한 사람이라면 빨리 다른 길을 찾길 권한다. 기자란 직업은 편협한 당신과 안 맞다. 미디어오늘 필자의 결론대로라면 맥도널드와 버거킹, 롯데리아는 천사요 성자라는 어이없는 결과에 도달한다. 자신의 제품에 대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근거 없는 공격이 가해지고 있지만 소송하지 않는다? 숱한 공격에도 끝내 한마디도 안하고 인내하는 성자의 아우라... 너무나 착하고 아름다운 순교자적 기업이다. 단언컨대 대한민국에 그런 식품 대기업은 없다. 우리가 업체로부터 받은 유일한 피드백은 광고 끊겠다는 협박뿐이었다. 필자는 <미각스캔들>의 공포 마케팅이라 주장하지만 마케팅의 궁극적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다. 세상에 그나마 얼마 없는 광고 자발적으로 잘라먹는 자살 마케팅 들어본 적 있나? 아니 혹시 사람들의 의심처럼 미디어오늘이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광고가 필요해서 마케팅 기사를 실은 건가? 매체 성향과 그 구성원들로 볼 때 그건 아니라 믿지만 이 기사는 미각스캔들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아니라 패스트푸드 업체를 위한 물타기, 면죄부 주기일 뿐이다. 소비자가 불안해하든 말든 바쁜 너희들은 우리가 만든 패스트푸드 먹을 수밖에 없다는 오만한 갑, 그게 광고주다. 공포는 그들이 성분을 공개해야 사라지는 것이다.

미디어오늘 필자는 이런 교과서적인 문구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막연한 공포 퍼포먼스에 눈을 돌리는 동안, 덜 선정적이지만 훨씬 중요한 다른 문제들은 오히려 관심에서 멀어진다. 영양 균형보다 자극에 맞춰진 배합, 포만감에 비해 과도한 칼로리 같은 것이 여기 포함된다. 또한, 애초에 이런 불안을 유발하는 원인 격인 패스트푸드 메뉴들의 성분 공개 문제 같은 정보 투명성 이슈 역시 그렇다.’ 아니 유치원생용 햄버거개론 식품안전 홍보동영상 만드나? 초등학생이상이라면 패스트푸드가 영양불균형에 고칼로리 정크푸드라는 건 그냥 상식이다. 이걸 또 설명해 줘야 좋은 방송인가? 성분 공개 같은 정보 투명성 이슈는 프로그램 안에서 충분히 강조했다. 정말 방송보고 기사 쓴 건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기사 쓰는 법을 어디 학원에서 배웠는지 뭔가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척 하다가 교과서적인 훈계로 끝내는 상투적인 구성이라 읽는 맛도 전혀 없다.  

무식한 필자여, 미디어 비평을 하려면 적어도 그 비평 대상만큼은 치열하게 공부하고 취재해야 제대로 된 공격이 가능하다. 그게 기자고 기사다. 아니면 그냥 네티즌으로, 기사에 댓글 쓰는 걸로 만족해라. 미디어오늘 필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미각스캔들이 시청자를 병신 취급하는 걸 보고 있으니... 이게 방송권력의 꿀맛이구나 싶다’란 멘션을 리트윗해 퍼트렸다. 툭하면 소송 위협에 직면하고, 사무실 찾아와서 행패부리거나 전화로 욕설 퍼붓는 업자들에 시달리면서도 양심 지키며 제대로 방송 만들겠다는 사람들에게 ‘시청자를 병신 취급하는 방송권력’이라 막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어디다 대고 방송권력 드립인가. 스스로 물어보라. 자신이 미디어오늘의 지면을 채울 수준의 필자인가? 아니면 내가 미디어오늘의 수준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었던 건가? 우리 회사에 당신이 말한 그런 권력자 없다. 너희들이나 실컷 맛봐라, 그 꿀맛.
                    
미디어오늘 필자는 ‘과학이 운다’고 썼지만 그의 글을 읽은 내 소감은 ‘패스트푸드 업체만 웃는다’이다. 외부 필자의 글도 미디어오늘이 유포시키는 콘텐츠다. 누군가의 주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기사로 실어주면 그게 쌓여 매체의 수준이 된다. 어떤 콘텐츠가 특정 채널을 통해 방송된다는 이유만으로 빌미를 잡아 공격해 보자는 심리가 깔려있다면 미디어오늘의 내일은 없다. 그건 또 다른 꼴통의 길이다.

미디어오늘에 실망했다. 

(김재환 PD의 반론에 슬로우 뉴스가 재반론을 보내와 전문을 게재합니다. 슬로우뉴스는 "우리는 햄버거를 썩지 않게 만드는 무언가가 들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진의 실험이 그 가능성을 확신으로 바꾸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슬로우뉴스와 기사 제휴 관계입니다. 재반론문의 원문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slownews.kr/3140 편집자 주)


‘신뢰도 평가’에 대한 김재환 PD 반박에 답한다

“싸이월드 댓글 달다 기자가 됐나?”
“무식한 필자여, 미디어 비평을 하려면 적어도 그 비평 대상만큼은 치열하게 공부하고 취재해야 제대로 된 공격이 가능하다”
“그냥 네티즌으로, 기사에 댓글 쓰는걸로 만족해라”
- 미디어오늘 기사에 대한 반론. (김재환 PD) 중에서

믿어지지 않았다.

지상파TV 맛집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용기 있게 폭로한 <트루맛쇼>를 만든 훌륭한 감독이, 인신공격으로 가득한 글을 ‘반박문’이라고 썼다는 것이. 더군다나 권위에 기대며 네티즌 일반을 열등한 존재로 폄하하고 있다. 슬로우뉴스 편집팀 내부에선 논의를 진전시키기는커녕, 싸움하자는 글에 대해 논박하는 건 가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공격에 대해 입장 표명이 없을 경우 김 PD 측 반박에 수긍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지는 상황을 방지하고자, 몇 가지 사항을 바로잡는다.

1. 캡콜드는 슬로우뉴스 ‘신뢰도 평가’ 해당 글(이하 ‘원문’)을 통해 (1)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부조건 통제와 대조군 설정 등에서 애초 실험의 설계가 잘못됐으며 (2) ‘썩지 않는 것은 현상일 뿐이고 (3) 알려진 보존제가 검출되지 않았는데 검증되지 않은 다른 보존제의 존재부터 의심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PD의 반박문(이하 ‘반박문’)은 원문에 대해 전혀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있지 않다.

2. <미각스캔들: 썩지 않는 햄버거 편>에 대한 우리의 문제의식을 다시 간략하게 정리한다.

2-1. 가장 심각한 것은 실험 설계의 문제다. <미각스캔들>의 실험 설계에서는 “우리가 실험한 패스트푸드 햄버거가 썩지 않았다.” 이외의 그 어떤 결론도 얻을 수 없다. 최초 상온 보관 실험에서는 어떤 변인이 어떻게 통제되었는지도 전혀 알 수 없고, ’수제 햄버거’라고는 하지만 대체 어떻게 ‘수제’로 만들어진 것인지도 전혀 알 수 없다. 이후 후속 실험 역시 대조군조차 없는 등 실험 설계가 미비하여, 그로부터 알 수 있는 사실은 “일반세균수 0cfu”라는 건조한 사실 하나뿐이며 그 이상의 가설은 실험에서 증명되지 못했다.

우리는 햄버거를 썩지 않게 만드는 무언가가 들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진의 실험이 그 가능성을 확신으로 바꾸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2-2. <미각스캔들>에서 “수분이 없으면 미생물도 살 수 없다. 햄버거가 마치 육포 같은 상태가 되어서 세균이 검출되지 않은 것일 수 있다”는 출연 교수 의견에 대해 육포 공장을 찾아 정말 그러냐고 질문한 장면은 코미디에 가깝다. 방송에서 교수의 코멘트는 수분이 없어져 미생물이 살기 어렵게 된 식품으로 육포를 예시한 것인데, 시중에 유통되는 육포는 일반적으로 맛과 질감을 위해 수분을 완전히 건조시키지 않은 일종의 반건조 식품이다. 육포라 불린다 해서 교수가 지적한 ‘수분 함량’이 모두 같을 리 없다. 비유적으로 사용된 단어를 악용해 무리한 논리를 펴고 있는 부분이다.

2-3. 위 ’2-1′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미각스캔들>의 실험 자체는 “패스트푸드 햄버거가 썩지 않았다.” 외에 그 어떤 결론도 낼 수 없는 실험이다. 5종의 보존제 검출 실험에서도 불검출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제작진은 “틀림없이 (다른) 보존제를 사용한 것”이란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수상하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발언한 <미각스캔들> 측의 전문가들은 ‘前식품조리과 교수(現제과제빵학원 원장)’, ‘요리연구가’, ‘초등학교 영양교사’, ‘청소년과 의사’다. 정작 세균이나 미생물과 관련해 전문적인 견해를 갖춘 사람이 아닌 엉뚱한 전문가들의 권위에 기댄, 전형적인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했다 할 만하다.

2-4. 제작진은 본인들의 실험에서 패스트푸드 햄버거가 썩지 않았으며 “패스트푸드 햄버거에 곰팡이가 피는 날이 올까”라는 멘트로 방송을 맺고 있다. <미각스캔들> ‘썩지 않는 햄버거’ 총 4회 중 마지막 편 방송에선 “번외 실험: 4주, 포장지가 싸여있는 채로 상온에서 관찰하기”를 통해 패스트푸드 햄버거 중 일부가 상했다고 스스로 말한다. “이건 좀 촉촉한 상태인데, 아무래도 촉촉하니깐 미생물이 곰팡이나 효모로 추정되는데…”(해당 방송 자막 인용)라고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중대한 반증 사례는 넘겨버린 채 “포장지를 벗기지 않아도 썩지 않고 그대로인 햄버거가 있다.”(자막 인용)고만 강조하고 있다. 자신들의 실험 결과조차 “번외”라고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이미 슬로우뉴스가 인용한 실험에서도 적절한 조건에서 패스트푸드 햄버거는 썩었다.

2-5. 제작진은 세균수가 0으로 나왔다며 이것은 ‘비상식적인 결과’라는 논리를 세우는데, 기존 실험에서도 상온에서 보관한 수제 모닝빵 등에서 세균수가 백 자리 이하, 0으로 나온 경우도 있었다. “0이라니 비상식적인 숫자 아닌가”라는 주장을 반복하기보다는, 반복 실험과 같은 조건 하에서 다른 식품들과의 비교를 통해 더 합리적인 의견을 내세웠다면 이를 충분히 경청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제작진은 패스트푸드사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고 있는데, 제작진 역시 ‘고도의 과학 장비를 썼다’는 해명보다 어떤 방식으로 어떤 기준에 의해 어떻게 실험 설계가 이루어진 것인지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어떨까.

2-6. ‘식약청 인증을 받은 기관’이라는 권위보다 중요한 건 실험이 얼마나 과학적으로 설계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장비를 쓴다 한들 실험 설계가 엉망이라면 제대로 된 결과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권위 있는 기관이라면, 결과치 자체는 신뢰할 만할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치가 대체 ‘어떤 과정을 통해’ 나온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다. 어떻게 설계된 실험인지를 알 수조차 없는 이상, 홀로 동떨어져 굴러다니는 그 숫자 자체만으로는 그 어떤 신뢰도 부여할 수 없다.

2-7. 다시 강조하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과학적 실험 설계, 즉 대안 설명들을 기각해나가는 방식이다. 전 과정에서 패스트푸드점 제품과 수제품을 빵, 고기, 감자 단위로 대조군을 놓고 사전 사후 측정을 하고, 그렇게 확보한 데이터로 검증된 것 이상의 주장은 삼가는 기본에 충실한 후속 방송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3. 반박문은 원문에서 지적한 논점에 답하는 대신 “10명의 전문가와 전문가의 견해, 식약청 허가를 받은 연구기관의 실험 설계와 결과를 믿지 않고, 한 미국 블로거를 믿었다.”라며 논점과는 전혀 상관없는 전문가의 권위에 기대고 있다.

단순히 권위에 기대고 싶다면, Seriouseats에서 해당 실험을 한 블로거 J.Kenji Lopez-Alt 역시 MIT 졸업 후 주방장 경력을 쌓고, 식품 과학 칼럼으로 상당한 지명도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더불어 굳이 전문가들을 찾는다면 슬로우뉴스의 취지에 동의하는 전문가나 교수 역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오상석 교수는 “패스트푸드에 들어가는 재료(빵, 고기, 토마토, 상추)와 즉석에서 조리하는 과정 등을 고려하면 굳이 햄버거에 방부제를 넣을 필요가 없다”면서 “검출되지 않았는데 썩지 않는다는 현상만으로 방부제가 들어갔다고 추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패스트푸드의 진짜 문제는 지방과 나트륨이 너무 많아 비만을 유발한다는 점과 고기를 덜 익혔을 경우 미생물 번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미국에서는 학교 급식용 햄버거 패티에 대해서는 이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방사선 검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전문가의 의견 또한 추론의 영역을 일부 지니는 만큼, 권위에 기대어 이들 의견을 무제한으로 신뢰하기보다는 검증된 부분에 대한 비판적 수용이 필요하다.

4. 우리가 제시한 “막연한 공포 퍼포먼스 대신 영양 균형보다 자극에 맞춰진 배합, 포만감에 비해 과도한 칼로리 같은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에 대해 반박문은 “유치원생용 홍보 영상에나 나올 법한 내용”이라며 폄하한다. 담배가 나쁘다는 것은 유아부터 온 세상 사람이 다 안다. 그런 논리라면 담배가 구체적으로 어떤 작용을 통해서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다루는 프로그램은 아예 만들 필요조차 없다는 주장인가.

의학적으로 식품첨가물 유해성에 못지않게 심각한 게 영양소 불균형이다. 패스트푸드의 과도한 열량이나 나트륨 함량은 물론, 많은 사람들의 식생활에서 발견되는 영양소 불균형은 만성 질환과 생활습관병을 발생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의사조차도 고혈압, 당뇨, 아울러 뇌졸중 등의 질병 예방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거의 없으며, 사실 의사들이 늘 강조하는 것은 바로 그 ‘유치원생 홍보 동영상에나 나올 내용’이다. 영양소의 균형과 적절한 운동. 이제는 그 많은 의료인들을 전부 ‘유치원생들한테나 얘기하라’며 폄하할 것인가.

더불어 어떤 음식집들이 맛에 비해 턱없이 미디어에 긍정적으로 포장되고 있다는 것도 누구나 알지만, 어떻게 그런 과대포장이 가능할 수 있었는지 탐사하면 <트루맛쇼> 같은 흥미로운 다큐멘터리 영화도 나오지 않는가.

5. 반박문은 원문이 ‘다른 목적’에서 쓰인 것이 아니냐는 무책임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혹시 사람들의 의심처럼 미디어오늘이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광고가 필요해서 마케팅 기사를 실은 건가?”
“어떤 콘텐츠가 특정 채널을 통해 방송된다는 이유만으로 빌미를 잡아 공격해 보자는 심리가 깔려 있다면..” (김재환)

슬로우뉴스는 편집팀을 구성하는 10여 명 필자들이 자비를 들여 운영하고 있는 독립 매체다. 외부 필자들 역시 원고료를 전혀 받고 있지 않다. 슬로우뉴스는 광고를 싣더라도 기사 논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광고는 일절 싣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원칙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슬로우뉴스와 제휴하여 일부 콘텐츠를 전제하고 있는 상태로, 온전히 기록이 남아 있는 본 글의 구상 및 작성 과정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한 바 없다.

더불어 jTBC가 종편 채널이라는 사실과 중앙일보가 이른바 ‘조중동’으로 불리는 보수적 매체라는 사실은 이번 슬로우뉴스 기사와 무관하다. 입장을 바꿔서 우리가 “최근 종편 방송의 시청률이 너무 낮아 광고 수주가 어렵자, 채널 A에 이어 jTBC도 방송 광고를 많이 하는 식품업계를 조지는 방송을 만들었다는 소문이 식품업계와 언론계에 파다하다”라는, 내용과 무관한 추정을 넣어 김 PD 측을 공격한다면 얼마나 모욕적이었겠는가.

슬로우뉴스의 매체 비평 코너인 ‘신뢰도 평가’는 현재까지 4회가 연재됐다. 순서대로 연합뉴스, 뷰스앤뉴스, 한겨레, 중앙(이번 기사) 순이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기사와 공표된 사실 진술에 대해 진실과 거짓을 분석하고 평가를 하자는 것이 이 코너의 목적이다.

6. 반박문은 “필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미각스캔들이 시청자를 병신 취급하는 걸 보고 있으니… 이게 방송권력의 꿀맛이구나 싶다’란 멘션을 리트윗해 퍼트렸다.”고 주장한다. 슬로우뉴스 해당 필자는 이런 트윗을 남긴 바 없고, 퍼뜨린 바도 없다. 문제 제기 이전에 필요한 사실관계 확인을 대하는 느슨한 자세가 아쉽다.

7. 식품과 관련한 근거가 희박한 공포 마케팅은 억제되어야 한다. 동시에 식품 위험성에 대한 합리적인 문제 제기 역시 계속되어야 한다. 양자는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모두 중요하다. 성분 공개 이슈는 법제화의 문제고, 이미 오랫동안, 대중의 무관심 속에,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는 중대한 이슈다. 이 정보 투명성 문제야말로 원문이 가장 강조한 전언들 가운데 하나다.

반박문은 원문에 대해 더 진전된 논의를 제공하고 있지 않으며, 실험 방법론에 대한 자기 성찰은 찾아볼 수 없는 단순한 시비에 불과하다. 결국, 반박문은 식품안전문제와 먹거리문화에 관한 보다 엄밀하고 건강한 논의 과정이 아닌, 제작자가 건전한 비판에 대해 모욕적 비난으로 화답한 촌극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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