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통합진보당의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부정선거 의혹 증거를 제시하는 비당권파와 '총제적 부정선거'로 몰아가고 있다는 당권파들의 주장이 정면 충돌하면서 대선 길목의 야권연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민주진보진영의 시민사회 원로모임인 ‘희망2013·승리2012 원탁회의’가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해 "재창당 수준으로 갱신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이번 사태가 민주진보진영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보수신문들은 "당권파=이석기=배후=간첩"라는 등식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이번 사태를 색깔론으로 옭아매려는 의도가 노골적이다. 이석기 당선자를 당권파의 자금줄이라고 해놓고서 "북한과 연계된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결성의 핵심이었던 하영옥씨와 함께 민혁당 지하 조직을 재건하려 했다는 의혹ㄷ 제기됐다. 중앙일보는 실명을 밝히지 않은 "NL계(민족해방전선)와 함께 운동권에서 활동하던 A씨"를 인터뷰해 이석기 당선자를 '위험 인물'로 지목했다.

새누리당은 이한구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하면서 박근혜 친위 체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 새누리리당 원내대표 체제가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대선도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검찰에 출두했다. 7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나온 조 전 청장은 "(2년 전 차명계좌 발언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있다는 취지로 말해 물의를 일으켰지만 검찰 조사에서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제시했는지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켰다.

다음은 10일자 아침 종합 신문의 머릿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통합진보 경선 투표율 100%가 넘는 2곳 확인>
국민일보 <당권파 주류, 역사 중죄인 될 것>
동아일보 <112 GPS 위치추적, 휴대전화 사용 5명중 1명만 된다>
서울신문 <김찬경, 아산에 200억 차명 부동산>
세계일보 <웰컴...여수, 세계를 품다>
조선일보 <인간의 의지는 위대하다>
중앙일보 <임진왜란 때 쓴 이순신 친필 편지 발견>
한겨레 <김두관 7월 1일 대선출마 선언한다>
한국일보 <볼거리 축제 여수엑스포 D-2>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진상조사 결과 부정선거 의혹 있다는 증거와 증언이 연이어지고 있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진상조사 결과 현장투표와 온라인투표를 합산한 총 투표율이 100%를 넘는 선거구가 적어도 2곳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투표율 100% 초과는 유권자보다 투표수가 많다는 뜻이다.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증거, 증언 쏟아져

현장과 온라인 투표 합산 총 투표율이 100%가 넘는 선거구가 있다는 것인데, 샘플로 확인된 곳만 2곳이라는 것이 통합진보당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다.

경향신문은 "선거인 명부에는 기록돼 있지 않은 유령표의 존재가 실제 밝혀진 것"이라며 "문제의 투표자들은 당원 신분이지만 선거인 명부에 없는데도 투표를 했다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선거관리위원들이 선거명부에 없는 사람들의 투표 사실을 몰랐다면 관리 부실이지만, 알고도 묵인했다면 조직적인 부정선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진상조사위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 중에 이석기 당선자가 많은 표를 얻은 선거구가 있었다"고 전했다.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이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석고대죄의 심정으로 매를 맞아야 한다"며 이정희 공동대표가 전날 주장한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의 부실함을 정면 반박한 것도 이번 증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겨레는 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회 출신 이계덕씨를 통해 투표하지 않는 선거권자에게 투표를 독려하고 특정 후보를 찍어달라는 증언이 나왔다며 "당권파의 특정 후보 진영에서 선거인단 가입 정보와 투표 여부를 알 수 있는 정보를 확보해 이를 활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인터넷 매체 <노컷뉴스> 역시 청년비례 투표 당시 한 학생당원이 선거인단 확정 전까지 ‘당원 정보’의 휴대전화 번호를 수정하지 않아 본인 인증을 할 수 없게 되자, 누군가 대신해서 전화번호를 바꿔 줘 투표를 할 수 있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겨레는 "당원들의 투표 여부를 파악해 투표를 독려하는 건 특정 후보 지지 당원들의 투표율을 높이는 쪽으로 언제든 악용될 수 있어 부정행위란 비난을 피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도 대리 투표 의혹 증언을 내놨다. 통합진보당 당원인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김을래 전 부지부장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 전 비례대표 경선 때도 전화를 받았다. 나는 남이 대신 투표한다는 것이 꺼림칙해서 온라인 인증번호를 보내달라는 요구를 거부했다"며 "하지만 주변 동료 중엔 알려준 사람이 많다. 이번엔 안 했지만 나도 예전에 두어 번 대리투표하게 인증번호 알려준 적이 있었다"도 말했다.

과거에 통합진보당 당내 선거에서 투표를 안 하고 있으면 당 간부들로부터 전화가 와서 특정 인물을 찍으라고 하고, 아예 대신 투표해주겠다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받은 온라인 투표용 인증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노조 활동을 같이 했던 동료들이 다들 분개하면서 탈당하자고 했다. 지금 노동운동 현장에서 뛰고 있는 사람도 같은 생각이었다"는 김씨의 울분도 함께 전했다.

김씨는 2009년 쌍용차 공장 점거 투쟁 당시 도장 공장 옥상 굴뚝에 올라가 40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바 있다.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주장도 9일 평행선을 달렸다. 이정희 대표는  CBS 라디오에 나와 “부실이 매우 크고 부정이 일부 있어 보이지만 부정 덩어리로 당과 당원 전체가 오명을 뒤집어쓸 정도는 아니다”면서 "무죄라는 것을, 부정이 아님을 당신이 입증해라, 입증하지 못하면 결국 당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를 극복한 것은 근대사회다. 이 논리에 가로막혀 있었던 것이 중세의 마녀사냥”이라고 했다. “전면 재조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이 화합할 가능성이 굉장히 적어질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비당권파도 반격에 나섰다.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은 같은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겨을 열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우리 허물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며 “석고대죄의 심정으로 매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조 진상위원장은 “정파 위에 당이 있고 당 위에 국민이 있다”며 당권파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현장투표의 전체 유효표 5435표 중 24.2%인 1095표가 무효처리 대상이 됐다는 진상조사 내용도 추가로 공개했다. 무효처리 대상으로 판단한 것은 분리되지 않은 투표용지를 사용해 대리투표 정황이 짙은 640표, 투표용지에 투표관리자 직인이 없는 272표, 투표인 수와 투표용지가 일치하지 않는 142표, 선거인 명부 관리자 서명이 없는 10표 등이다.

보수신문 색깔론 간첩으로까지

당권파와 비당권파 사이의 갈등이 격해질수록 보수신문들의 색깔론 공세도 강도를 높이고 있다

조선일보는 당권파의 핵심으로 지목한 이석기 당선자가 '경기동부연합'의 돈줄을 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당선자가 인터넷 매체 '민중의 소리', 정치컨설팅업체 'CNP전략그룹', 여론조사업체 '사회동향연구소' 등을 설립해 운영해 오면서 경기동부연합의 자금을 댔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특히 CNP전략그룹에서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들의 인쇄물을 찍어주고 컨설팅을 해주는 등 독점을 통해 "30억원을 가졌다는 얘기가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이 당선자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시엔피(CNP)그룹이 당권파의 자금줄 아니냐"는 질문에 "언론에서 지금도 뒤지고 있다. 무서운 세상이다. 게시판에 누가 의혹을 던지고 조중동이 실으면 그게 현실이 된다. 다 뒤지라는 입장이다. 난도질 당하고 있다"면서 "시엔피가 독점적 이익을 본 게 아니냐는 것인데,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일단 회사 출발 자체가 돈 벌려고 했던 거 아니고, 감옥에서 나와서 대중운동이 정당운동으로 바뀌면 선거를 많이 할테니까 거기에 기여하려고 만들었던 거다"라고 말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또한 민족민주혁명당을 결성해 활동한 혐의로 대전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이 당선자가 2003년 6월 특별휴가를 받고 교도소를 나온 직후 하영옥씨와 끌어안고 있는 사진을 내보냈다.

그러면서 "통합진보당을 장악한 NL(민족해방·범주체사상)계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가 북한과 연계된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결성의 핵심이었던 하영옥씨와 함께 민혁당 지하 조직을 재건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일부에선 하씨를 진보당의 실제 배후로 꼽기도 하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당 사정에 밝은 인사들의 증언이다. 현재 공안당국도 하씨의 최근 행적과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고 썼다.

확인되지도 않았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당 내 인사들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마치 하씨가 이 당선자의 배후에 있는 것처럼 교묘히 흘리는 보도다. 

중앙일보는 '1980~90년대 NL계(민족해방전선)와 함께 운동권에서 활동하던 A씨'의 인터뷰를 통해 이석기 당선자를 주사파의 거물로 지목했다.

A씨는 "주사파의 거물이라 할 수 있는 이석기(50·비례대표 당선인)가 국회의원을 하려는 건, 지하당 전술로는 더 이상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합법적으로 정권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 신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또한 '이 당선인을 여전히 주사파라고 보나'라는 질문에 "귀순한 간첩 김동식이 종북세력을 감별하는 법을 말하지 않았나. 부자세습·주체사상·정치체제·북한인권·북한지도자 이렇게 5가지는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최근 이석기 인터뷰를 봐라. ‘어떤 말을 해도 의심받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식으로 답하는 걸 볼 수 있다"며 사실상 이석기 당선자를 간첩으로 몰아세웠다.

A씨는 이어 "이석기 말대로 지금은 북한과 관련이 없더라도, 그들을 지배하는 신념은 살아 있을 수 있다"면서 "점조직 형태로 널리 퍼져 있을 수도 있고. 대입시험 인문계 여자수석을 했다는 이정희를 봐라. 어떻게 저런 비상식적인 행동을 할 수 있나"라고 비난했다. '이석기=지하조직=주사파=간첩'이라고 연결시키는 등식을 밟고 있는 셈이다.

민주진보개혁진영, 안철수 끌어안아야

민주진보개혁진영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민주진보진영의 시민사회 원로모임인 ‘희망2013·승리2012 원탁회의’가 9일 비례대표 부정경선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통합진보당 사태를 놓고 “참담하다”며 “재창당 수준으로 갱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국민이 하나를 내려놓는 반성을 요구할 때 통합진보당 스스로 둘, 셋을 내던지는 희생을 감내해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한다”며 “당내 분란을 조속히 수습하고 재창당 수준으로 갱신함으로써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해줄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특히 "진보개혁세력 연대를 재구성해야 한다"면서 "12월 대선에서는 기존 정당뿐 아니라 아직 정당구조에 포섭되지 않은 이른바 ‘안철수 지지세력’까지 끌어안는 연대여야 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친박당 체제 완성됐다

새누리당은 4선의 친박계 핵심인 이한구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하면서 박근혜 친위 체제가 완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열린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를 대상으로 한 원내대표 경선 결과, 이한구-진영 의원 조가 결선 투표를 거쳐 138표 가운데 72표를 얻어 66표를 얻은 남경필-김기현 의원 조를 이겼다.

경향신문은 "이한구-진영 의원의 승리에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60)의 의중이 가장 많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 의원은 박 위원장의 ‘경제 가정교사’로 알려져 있고, 진 의원은 2004년 당시 박근혜 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았다"고 전했다.

특히 경향신문은 "실제 판세를 좌우한 것은 박근혜 위원장의 의중이었다"다며 친박 핵심 의원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전화를 돌렸다는 설과 함께 선거 전날인 8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진영 후보의 지역구에 있는 복지관을 방문한 사실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이번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이어 당 대표와 국회의장까지 친박계 의원들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친박 일색의 새누리당 체제에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 신임 원내대표와 함께, 15일 선출될 당 대표도 친박(親朴)계 인사가 차지하게 되면 새누리당은 '박근혜 체제'가 더욱 굳어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진짜 의중은 정두언의 의원의 발언에서 나왔다. 조선일보는 정 의원의 말을 빌려 "별것 아닌 '현재 권력'을 누리는 데만 급급하다가 '진짜 권력'을 연말(대선)에 놓치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15일 개최할 전당대회에서도 친박계인 황우여 후보가 선두에 나서고 있고, 이혜훈 후보가 바짝 추격하고 있어 당 대표 역시 친박계 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조선일보는 "최고위원 당선권으로 평가받는 정우택·유기준·홍문종·김태흠 후보도 친박계"라며 "비박(非朴)계인 심재철·원유철 후보는 단일화를 해도 지도부 입성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국회의장 후보 역시 친박 6선인 강창희 의원이 나설 것으로 보여 강 의원이 국회의장이 될 경우 국회직과 당직 모두 친박계 차지하게 된다.

조현오 “차명계좌 발언 후회한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마침내 검찰에 출석했다. 2010년 8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족들로부터 고발당한 지 1년9개월 만이다.

조 전 경찰청장은 2010년 3월 서울경찰청장 재직 당시 경찰관들을 상대로 한 내부 강연에서 “노 전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사망했나, 뛰어내리기 전날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되지 않았느냐”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이같은 취지의 발언을 해 이번 검찰 수사에서 어떤 증거를 내놓을지 관심이 쏟아졌다.

조 전 청장은 하지만 자신의 발언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했느냐는 질문에 침묵을 지켰다. 대신 그는 7시간 조사를 마치고 나와서 "(2년 전 차명계좌 발언을) 후회한다”며 “제가 그런 얘기를 함으로써 저 자신도 그렇고,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분들에게 많은 심려를 끼쳐드렸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이 만약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존재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거나 차명계좌가 있다고 거론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히지 못한다면 명예훼손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될 전망이다.

한편, 이날 조 전 청장이 검찰에 출두하는 현장에 서울 서초 경찰서가 소속 경찰관 40여명을 배치해 과잉 의전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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