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파업 중인 노동조합에 노사와 시청자대표 등 3주체가 참여하는 공정방송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동안 노조집행부에 소송을 걸고 노조위원장과 사무처장, 홍보국장을 해고하는 등 강경 일변도의 대응을 해왔던 MBC 사측이 파업 100일을 맞아 공정방송을 논의하는 테이블을 만들자고 나선 것이다. 노조는 일단 사측의 제안에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보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MBC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은 8일 저녁 사내게시판을 통해 "회사와 노조, 시청자대표가 폭넓게 참여하는 공정방송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며 "시청자대표단은 노와 사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외부 전문가들로, 방송 보도.제작 유경험자 등 방송에 대한 전문성과 식견을 가지며, 건전한 의견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인사들로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이 본부장은 이 공정방송협의체가 구성되면 공정성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이 사라지고 내부 구성원들이 토론과정에서 외부의 다양한 시각을 직접 접하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프로그램에서 공정성과 균형성, 객관성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단체협약에 따라 노사 동수로 구성되는 공방협은 '무엇이 공정방송인가'에 대한 견해가 일치하지 않을 때 이를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로 이번 파업도 공정방송에 대한 노사의 견해 차이에서 출발했다"며 "현 공방협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로서, 전문성 있는 시청자대표들을 공정방송 논의 구조에 포함시켜 견해 차이를 해소해보자는 취지이며, 현 노사갈등 해결을 위한 시발점으로 제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노사공방협에 대해 회사대표 5명, 노조대표 5명, 시청자대표 5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하는 1안과 노사 각각 5명, 시청자대표 10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하는 2안을 제시했다. 시청자대표를 상시 포함하는 경우와 일정 사안 발생시에만 포함시키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또 다른 방안으로는 노사와는 별개의 독립적인 공정방송위원회를 설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15명이나 9명의 위원을 선출해 노사와는 별개의 협의체에서 공정방송 사안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MBC 노조는 사측이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개인 유용 혐의와 무용가 J씨에 대한 특혜 문제가 계속해서 터져나오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공정방송협의체 구성을 들고 나왔다고 판단하고 있다.

노조는 "관행상 노조에 직접 제안해야 할 중대한 내용인데도 조합에 일언반구 언급도 없이 퇴근시간인 오후 6시가 다 돼서 회사 인트라넷 게시판에 '슬쩍' 띄웠다"며 "늘 그랬던 것처럼 도무지 진정성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어 "작년 11월30일 이후 불공정한 한미FTA 보도 등과 관련해 사측에 공정방송협의회를 열자고 끊임없이 제안했다.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는 얘기였다"며 "그러나 사측은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고 사측 제안을 일축했다.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은 9일 통화에서 "이미 노사 동수로 이뤄진 공방위가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무력화시킨 것이 바로 김재철 사장"이라며 "각종 비리 혐의가 터져나오는 상황에서 구성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협의체를 만들자는 것은 사태를 무마해 보려는 꼼수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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