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금융당국이 솔로몬, 한국, 미래, 한주 등 저축은행 4곳에 대해 영업 정지를 내리는 과정에서 이들 저축은행이 종합편성채널에 수십억 원씩 투자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명목은 '투자'라고 했지만 투자 개념으로 보기에는 정황상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이미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전망이 불투명한 종편에 투자했다는 사실 자체가 비정상적이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의 종편 투자 현황을 보며 솔로몬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MBN에 10억원을 투자했고, 미래저축은행은 MBN과 채널A에 각각 15억원과 46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영업정지를 당했던 제일저축은행은 MBN에 10억원, 채널A에 30억원을 투자했다. 토마토저축은행은 지난해 MBN과 JTBC에 각각 20억원을 투자했다.

물론 이들이 자본금이 넉넉하고 종편이 투자할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면 투자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솔로몬 저축은행은 2010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 회계연도상 1천265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고, 미래저축은행 역시 같은 기간 회계연도상 2천652억원을 기록하면서 하나금융에서 145억원의 증자 지원까지 받은 상황이었다.

자신의 처지도 빚더미에 앉아있는 격인데, 그런 와중에도 종편에 수십억원을 투자했다는 사실은 정상적인 투자가 아니라 '압박에 의한 어거지 투자', '보험용' 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신문사를 모기업을 하고 있는 무소불위의 종편에 투자나 광고를 거부할 경우 불리한 언론 보도가 나올 것이라는 '압박'을 받으면서 울며겨자 먹기로 투자나 광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미 강요에 못 이겨 종편에 광고 협찬을 한 사례도 드러난 바 있다.

지난 2월 전기신문에 따르면 6개 한전 발전회사가 TV조선 드라마 <한반도>에 4천만원 씩 총 2억 4천만원을 협찬하기로 하고 3~차례에 걸쳐 협찬금 4천만원을 분납하기로 했다. 뒷배경에는 정치인의 광고 강요가 있었다.

발전사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유력 정치인이 발전회사 임원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새로 방영될 드라마 한반도가 에너지문제를 다루는 만큼 발전회사들이 대국민 인지도 개선 차원에서 협찬을 검토해 달라"고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받아야하는 입장에서 광고 효과을 노린 자발적 협찬이 아니라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수천만원을 종편에 갖다 바쳤다는 것이 당시의 언론보도다.

대기업마저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으로부터 종편 광고 압력을 받았다는 것은 종편의 막강한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12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대기업 광고 책임자를 불러놓고 "광고를 비용이 아닌 투자의 관점에서 보고 기업들은 광고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는데 직접 종편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종편에 대한 광고 지출을 늘리라는 압력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주장이다.

민주당 안정상  방송통신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저축은행 종편 투자는 종편에 1차로 보험에 든 것으로 보인다"며 "2차로는 종편들의 윽박지르기로 인한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다. 제1금융권도 아직까지 종편 투자에 들어간 경우가 없다. 저축은행 종편 투자 배경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종편에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13개 제약사들이 투자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종원 의원(민주당)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제약회사 종합편성PP(유선방송채널사업자) 및 보도전문PP 투자현황 자료에 따르면 녹십자 65억원, 유한양행 40억원, 일성신약 34억원, 종근당 30억2200만원, 삼진제약 25억원, 삼천당제약 15억원, 일동제약 10억원, 부광약품 5억원, 한미약품 2억원, 휴온스 1억원, 유나이티드제약 6700만원 등 종편에 투자했다.

제약사들은 당초 의약품 광고규제 완화나 약값 정책을 지원하는 것을 기대하면서 종편에 투자한 것으로 소문이 돌았지만 종편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제약사들도 덩달아 큰 손실을 보고 있어 투자 실패라는 쓴 맛을 보고 있다는 내부 불만도 커지고 있다.

종편4사에 투자한 한 제약회사는 대놓고 말을 못하고 있지만 종편 투자는 '투자' 개념이 아니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기도 했다. 제약회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투자라는 개념보다는 참여의 형식으로 놓고 동참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투자 개념이 아니라는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서는 저희로서는 말씀드리기 곤란한 입장에 있다"고 말했다.

투자의 대가로 우호적인 기사를 통한 제품 홍보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이요상 사무총장은 지난 4월 23일자 중앙일보의 <아침부터 몸이 천근만근… 비타민B가 필요하군요>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영양보충제를 고를 때는 비타민 B군이 얼마나 함유돼 있는지 확인한다"며 "아로나민(일동제약)의 경우 B1, B2, B5, B6, B9, B12 등이 고루 들어있다"라는 대목을 지목했다. 그는 "대개 이런 기사에는 경쟁제품을 함께 소개하거나 식품을 함게 소개하는데 이 기사는 오로지 일동제약 아로나민만 소개하고 있다"며 "왜 일동제약의 아로나민인가 생각해봤더니 중앙일보가 대주주인 종편 JTBC에 일동제약이 10억원을 투자한 주주 주주다. 최근 종편 투자에서 본전도 못 건진 제약사를 소개하는 기사도 나오는 상황에서 자기 주주들을 챙기기 위한 뻔뻔한 기사로 판단된다"고 꼬집었다.

이요상 사무총장은 "기업들의 경영실적 보고서들을 분석해보면 종편 투자 현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전같은 경우 엄청난 적자를 내면서도 TV조선 드라마 한반도에 수천만 원을 투자했다. 종편의 협박이나 회유 아니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기사를 통해서 회사들이 압박을 받고 투자를 해놓고는 속으로 난감해 울상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은 종편사를 불법을 통해 탄생한 언론사로 규정하고 종편4사를 모니터해 투자 현황이나 광고주 목록을 발표하고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다.

종편이 부적절한 투자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 감싸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년 전부터 종편 선정 이후 종편 관련 백서를 내기로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백서 출판은커녕 종편 관련 정보를 꽁꽁 숨기고 있다. 종편 관련 백서에는 특히 광고, 주주, 출자 현황 등이 담길 예정이어서 부적절한 투자 관계를 엿볼 수 있는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정치권 뿐 아니라 언론시민단체들도 백서 발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방송채널정책과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발간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내부 발간 준비는 모두 완료했다. 하지만 종편 특혜 등 논란과 오해의 소지가 있어 공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종편 백서가 발간이 되더라도 이번 저축은행과 같은 비정상적인 종편 현황을 상세히 파악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 지분율 1% 이상의 투자자만 공개하는 조치를 정했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주요 지분 5% 이상이거나 순위상 51% 이상일 경우 공개를 하지만 전면 공개는 해당 사업자에 대한 비밀 문제가 남아있다. 어떤 상장 회사도 지분 투자 현황에 대한 전면 공개를 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오히려 "지난해 2월 저축은행 사태 때 7개 퇴출 대상 중 종편에 투자한 곳은 1개였고, 9월 7개 퇴출 대상 중에서도 종편에 투자한 곳은 2개, 이번에 퇴출 대상이 된 4곳 중 종편에 투자한 곳도 2개"라며 "부실 저축은행 전부가 종편에 투자한 것은 아닌데 마치 모든 부실저축은행이 종편에 투자한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TV조선 관계자는 "한전으로부터 협찬금을 받은 것은 TV조선이 아니라 제작사인 래몽래인이며 TV조선은 드라마 협찬과 관련하여 한전과 접촉한 일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TV조선은 현재 이 사실을 처음 보도한 전기신문 등과 소송을 진행 중이다.

(TV조선의 반론을 기사 마지막 부분에 첨부해서 수정합니다. 5월9일 오후 4시18분.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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