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는 파업 100일째를 맞은 MBC가 방송을 일반가정 TV 채널로 송출하는 인력까지 대거 파업에 결합하면서 화면이 안나오는 ‘블랙아웃’ 방송사고도 불사하는 투쟁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MBC 노조(위원장 정영하·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이제부터는 김재철 사장 만이 아닌 김 사장을 임명한 이명박 정권과의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혀 전선이 확대될 조짐이다.

파업 100일째인 8일 MBC와 MBC 노조에 따르면, 디지털본부 소속 송출부문 인력 10여명이 이날부터 파업 참여를 선언하고 업무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송출업무는 자칫 사고가 일어날 경우 각 가정에 까만 화면이 나오는 대형 방송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그동안 파업인력에서 제외돼왔다. 전체 송출인력은 70~80여 명 가운데 10여 명이 파업에 참가하고, 조만간 추가로 파업동참 인원이 늘어나면 송출 중단이라는 대형사고를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최근 임원회의에서는 송출인력의 파업 참여가 가시화되면 강력한 징계를 해야 한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인한 노조 부위원장은 8일 “송출 업무는 각 파트의 담당자들이 조를 짜서 돌아가는데 인력 부족으로 피로가 누적되면 대형 방송사고가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연차가 25년이 되는 최고참 2명이 파업에 동참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고 밝혔다.

100일이라는 MBC 역사상 최장기 파업을 맞아 MBC 노조는 파업 중 공영성을 후퇴시키는 조직개편과 인사 단행 등 사태를 악화시킨 김재철 사장에 대한 퇴진 뿐 아니라 현 사태를 촉발시킨 정권 차원의 투쟁으로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MBC 노조와 KBS 새노조(위원장 김현석·언론노조 KBS본부)는 각각 파업 99일째와 63일째인 지난 7일 서울 여의도공원에 대규모로 천막을 치고 무기한 노숙투쟁에 돌입했다. 두 노조는 80동의 천막을 치고 매일 저녁 7시30분 촛불문화제를 연다. 또, 오는 12일과 13일 낮에는 공원에 온 시민과 언론지망생들을 대상으로 <방송대학> 강좌를 개최하는 등 파업의 정당성을 알려나갈 계획이다. 9일 저녁에는 MBC 아나운서들의 파업기금마련 일일주점도 홍대에서 열린다.

공영방송 노조의 노숙농성에는 또, 350여 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공정언론 공동행동’과 언론개혁시민연대 등도 합류할 계획이어서 공영방송 파업사태와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MBC 노조와 KBS 새노조는 조합원 일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자신의 양심을 속이지 않는 공정한 방송을 원했던 많은 언론인들을 해고하고 보복징계한 것은 시청자가 아니라 정부의 꼭두각시 노릇에 충실한 낙하산 사장, KBS의 김인규, MBC의 김재철이었다”며 “여의도 희망캠프는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을 찾아 거리로 내몰린 공영방송인들의 보루이자 언론자유를 향한 우리들의 열망, 양심”이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이것이 우리 모두의 것임을 믿기에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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