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0일 이충재 편집국장을 ‘경영상의 이유’로 전격 경질하면서 벌어진 한국일보 사태가 노사 합의로 수습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수별 성명이 쏟아지면서 경영진과 마찰을 빚었고 노조 내에서도 최윤필 지부장이 4일 사임하는 등 후폭풍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국일보 노사 양측은 8일 ‘편집권에 관한 노사협약 개선안’과 ‘회사 경영정상화조치 추진’ 등 두 가지 사안에 대해 합의했다. 이에 따르면 편집국장 임명에는 인사 5일 전 내정자를 통보하고 편집국 청문절차를 거쳐 2/3투표, 과반찬성 시 임명안을 통과시키고 부결 시 10일 이내 재임명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또한 편집국장이 편집강령을 위반하지 않았는데도 인사권자가취임 후 1년 이내 편집국장을 해임할 경우 편집국 3분의 2 이상 반대하면 해임을 철회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또한 창간기념일 전까지 사측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고 노사가 공동으로 관계사 매각, CFO(재무담당최고책임자) 영입을 포함한 회생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이에 따라 노조와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신임 국장 임명동의 절차를 진행키로 결정했으며 신임 편집국장에 대한 청문회는 9일 오후 8시 개최키로 했다. 이어 9일부터 10일까지 바로 투표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

노측은 애초 이번 인사 조치에 대한 철회를 요구했으나 제도개선에 대한 합의로 인사 철회는 요청하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9일부터 시작되는 투표에서 이영성 신임 편집국장 임명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젊은 기자들 중심으로 반발이 만만치 않았던데다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윤필 노조 지부장이 사퇴하면서 향후 분위기 수습이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경영진이 동반 사임의사를 밝혔어도 결과적으로 편집국장 1인만 교체해, 노조 대의원대회와 민실위 회의에서는 ‘파업’까지 언급되는 등, 젊은 기자들 중심으로 사측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62기에서 70기까지 젊은 기자들 중심으로 발표된 기수별 성명은 이같은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이들은 “심한 모멸감”, “패배감”, “치욕스럽고 부끄럽다”, “자본의 논리로 기자의 자존심을 꺾었다”는 등의 격앙된 표현으로 그 심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최윤필 노조위원장의 사임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측이 인사 전인 27일 이미 노조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으나 노조가 30일에야 비상대의원대회를 소집하는 등 초기대응이 미흡했고 비대위 소집 이후 노조 입장으로는 “경영진 동반 퇴진 요구”수준의 성명서만 발표해 이후 대응은 민실위 주도로 넘어간 상태였다.

한국일보의 한 기자는 “노조가 그 같은 사실을 통보 받았으면 즉각 비상운영위를 소집하던지, 조합원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리던지 했어야 했다”며 “사측이 금요일 오후 늦게야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지만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도 “이번 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위원장으로서 이를 미리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진 것 같다”며 “앞으로 이와 관련된 일들이 진행될 텐데 본인이 이런 상황에서 계속해서 풀어나갈 수 없다는 판단으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지도부에게 맡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의 한 기자는 “어쨌건 노조 내부에서는 이정도가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수준이라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이유도 잘못된데다 외부로 먼저 공표된 인사가 철회되지 않아 착잡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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