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팟캐스트 공격 ‘나꼼수’ 겨냥했나
조선일보, 팟캐스트 공격 ‘나꼼수’ 겨냥했나
[아침신문 솎아보기] 정치 팟캐스트 주장 86% 사실 아냐, 규제 강화 노림수?

조선일보가 흥미로운 정치 팟캐스트 분석 기사를 내놨다. <‘나꼼수’ 등 인터넷 방송 정치 팟캐스트 주장, 86%는 사실 아니다>라는 제목의 1면 기사다. 조선일보와 고려대 마동훈 미디어학부 교수팀이 분석해보니 ‘나는 꼼수다’ 등 정치를 소재로 한 주요 인터넷 팟캐스트 주장 중 정확한 근거를 갖춘 주장은 14%에 불과했다는 게 기사의 요지다.

팟캐스트의 실상이 조선일보의 보도와 같다면 심각한 상황이다. 86%가 허위라면 정치 팟캐스트가 유언비어의 온상이라는 말인데, 팟캐스트는 현행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심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6개월 뒤에는 대선이 있다. 그 전에 팟캐스트가 자유롭게 방송할 수 없도록 감시‧통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위기감도 든다. 조선일보가 기사에서 말하고자 했던 핵심이다.

다음은 5월8일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미래저축 또 다른 200억원 카지노 지으려 해외 빼돌려>
국민일보 <이석기 “당원 총투표하자” 꼼수 역공>
동아일보 <단두대 오른 긴축…유로존 다시 격랑 속으로>
서울신문 <‘스크럼 가족’ 는다>
세계일보 <반긴축 득세…유로존 다시 불안>
조선일보 <‘수구 진보’의 진흙탕 싸움>
중앙일보 <긴축 혐오증, 유럽을 덮치다>
한겨레 <박영준, 청와대 가서도 파이시티 챙겼다>
한국일보 <가족‧비서 모친 계좌통해 김찬경, 수백억 빼돌렸다>

조선일보, 왜 '팟캐스트 혐오증' 드러냈을까

조선일보는 팟캐스트 기획기사에 1면과 8면 1개면 전체를 할애했다. 현 정권의 실세 중 실세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구속수감 기사가 12면에 실렸으니 조선일보가 얼마나 팟캐스트 문제를 중요하게 보고 있는지가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런데 조선일보의 팟캐스트 기사는 좀 이상하다. 1면 제목과 8면 관련기사 사진에는 <나꼼수>를 실어놓고 기사 본문에는 정작 <나꼼수> 관련 내용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대신 대중적 인지도나 영향력이 부족한 <나는 친박이다> <저격수다> <그래 너는 꼼수다> 등 기타 팟캐스트에 기사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이들 팟캐스트 가운데 일부는 지나친 정치편향성으로 대중들로부터도 외면을 받아왔던 것들이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이들 팟캐스트를 통계수치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나꼼수>를 포함한 정치 팟캐스트 전체가 믿을 게 못 된다는 논리로 무리하게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분석 표본이 각 분석대상의 2회분에 불과해 얼마나 통계수치를 믿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분석한 2회분에서 허위주장이 86%가 나왔다고 팟캐스트 전체 방송분이 그만큼의 허위로 채워져 있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8면 머리기사 <정치 팟캐스트…사실 왜곡‧거짓 40%, 근거 없는 주장 46%>에서 고려대 마동훈 교수팀과 좌파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나는 친박이다>, 우파 팟캐스트 <저격수다> <그래 너는 꼼수다> 각각 2회분을 분석한 결과 “정치 팟캐스트들은 틀린 사실을 근거로 한 주장, 사실을 왜곡한 주장, 확인할 수 없는 사실을 근거로 한 주장 등을 사용하면서 듣는 이로 하여금 사실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논리 전개 방식을 활용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자서전은 4500원에 절판상태인데, <나는 친박이다> 5회 방송에서 자서전이 5만원이라며 거짓을 사실인양 퍼뜨렸다는 것이다. 또, <나는 꼼수다> ‘봉주 11회’에서는 자신들의 정보원을 근거로 <나꼼수> 멤버들도 사찰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조선일보는 이를 사실인지 거짓인지 확인할 수 없는 ‘X-파일’류의 논법이라고 비판했다.

정치 팟캐스트 86% 거짓·사실왜곡-일부 팟캐스트는 '음담패설' 공격

조선일보는 이 기사 옆에는 <음담패설로 돈 버는 저질 팟캐스트 많다 / 노골적으로 성행위 묘사> 기사를 배치했다. 1면과 8면 기획기사와는 무관한 내용으로, 팟캐스트 전체에 선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한 편집으로 해석된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노골적인 성행위를 묘사하는 A팟캐스트를 사례로 들어 “평상시 목석 같던 그녀가 온몸을 떨면서 신음 소리를”, “XX를 대고만 있었도 오르가슴이”라는 표현이 이어진다고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B팟캐스트에서는 성기를 지칭하는 대화가 오갔으며, 또 다른 C팟캐스트에서는 성인화보 수준의 사진이 이어진다고 팟캐스트의 선정성을 지적하는데 지면을 할애했다.

"팟캐스트, 심의대상도 중재위 대상도 안 돼"…팟캐스트 심의강화 주장

조선일보는 이어 세 번째 기사에서 팟캐스트는 심의대상도 아니고 언론중재위 신청대상도 아니라며 규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조선일보는 <팟캐스트, 규정상 언론 아닌 정보통신…심의도 ‘0건’> 기사에서 “이를 감독할 수단은 미비하다”며 “팟캐스트는 방송이 아닌 정보통신으로 분류되어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규제를 받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팟캐스트의 허위성과 선정성을 장황하게 늘어놓는데 1면과 8면 한 개면 전체를 할애한 것은 팟캐스트 규제 강화를 말하기 위함이었다는 얘기다.

조선일보는 “지금까지 팟캐스트 내용에 대해 심의한 경우는 없었다. 위반 사항이 있다 해도 수천개의 팟캐스트를 일일이 모니터링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하다”며 “팟캐스트는 방송법상 ‘방송’의 요건을 갖추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 중재, 심리 신청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획기사는 ‘상’편으로, 조선일보는 팟캐스트 관련 기사를 시리즈로 내보낼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