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의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입장차가 평행선을 달리며 당내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7일 아침 통합진보당 대표단회의에서 이정희 공동대표는 전국운영위에서 의결된 ‘비례경선 당선자 및 후보자 전원 사퇴’와 ‘혁신비대위 구성’ 권고안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나섰다. 이날 대표단회의에서 공동대표단은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한 모습을 드러내며 팽팽히 긴장된 분위기가 이어졌다.

앞서 지난 6일 김재연 청년 비례 당선자가 진상조사보고서 결과와 전국운영위 결정에 반발하고 나선 바 있다. 여기에 이어 7일 대표단회의에서 이정희 공동대표는 재차 진상조사위 결과와 전국위원회 의결에 강력 반발하며 진상조사위를 정면으로 공격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진상조사위는 일방적으로 서둘러 부실조사의 결과를 발표했다”며 “지금 정작 당원들의 소명의 기회를 달라는 요구, 진실 규명 요구는 언제 실현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았던 조준호 공동대표를 향해 “모든 책임을 다 지겠다면 모든 책임을 다 지라”며 “약속한 그대로를 요구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 대표가 4일부터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소위 '경기동부연합 및 광주연합'이라는 당권파의 지침이 내려왔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또 “운영위에서 의결된 ‘지도부 및 비례경선자 총 사퇴와 비대위 건설’ 안건은 진상조사위의 보고서가 일방적으로 발표된 이후 그 보고서에 기초해 만들어진 여론에 맞춘 것”이라며 진상조사보고서의 철저한 재검증을 강력 주문했다. 이 대표는 다음날인 8일 진상조사위와 보고서에 대한 재검증 공청회를 열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 4일 열린 전국운영위회에서도 진상조사결과보고서 및 조사진행에 대해 진상조사위를 향한 당권파 소속 당원들의 맹공격이 이어진 바 있다.

유시민 공동대표는 이 대표의 모두발언에 맞서 통합진보당 내 민주주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기존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직접선거, 비밀선거의 원칙이 훼손됐다는 정황이 너무나 뚜렷하다. 진상조사위가 총체적 부실·부정경선이라고 얘기했던 내용은 바로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서 나온 것”이라며 “혁신비대위를 만들자는 전국운영위의 결정은 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국운영위의 회의를 방해하고 회의장을 물리적으로 봉쇄한 당원들, 심지어 거기에 가담한 일부 당직자들의 행동은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이것은 우리당 스스로 민주주의 기본상식과 원칙을 지키지 않은, 정치적 정통성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유 대표는 또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은 우리 당원 명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당원명부에 대한 즉각적인 전면적 검증과 정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문했다. 당원 명부에 대한 신뢰성이 없을 경우 당원 명부를 토대로 한 어떠한 당원투표도 정치적 정통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심상정 공동대표 역시 이와 같은 입장을 보였다. 심 대표는 “현 문제는 진보정당의 오랜 관습, 관행, 문화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낡은 관행과 습속을 10여 년 이상 혁신하지 못하고 방치하고 키워온 책임만으로도 우리 죄는 너무나 무겁다”고 밝혔다.

또 일부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는 분당 가능성에 대해 심 대표는 “저는 그 어떤 경우에도 분당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리겠다”며 “무엇보다 통합진보당 내에서 변화와 혁신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에서 진보정치의 미래를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비례경선 부정에 대한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았던 조준호 공동대표는 진상조사결과 발표 이후 당권파로부터의 거센 비난과 항의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그는 “조사위원장을 맡고 그 이후부터 깊은 번민과 고통을 안고 지내왔다”며 “특히나 요 며칠간 제 고통은 더 깊어졌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조사위가 진행한 조사과정에 약간의 미흡함, 부족함이 있을지언정 어떠한 의도도 없었다”며 “(향후 조처에 대해서는) 각급 회의에서 결정한대로 하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위는 1차 조사 역할을 했다. 남은 역할을 해달라면 그렇게 할 것이고 심도 있고 강도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대표는 지난 4일 전국운영위회에서도 일부 당원들의 항의에 이 같은 발언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그는 “저희들의 문제, 저희들의 아픔을 드러내면서 우리를 지지하고 진보를 열망하는 노동자, 농민, 국민 여러분에게 저희들의 운명을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사로운 개인과 당파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진보의 미래를 열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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