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1.

한상대 검찰총장이 “종북좌익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한지 한달이 조금 넘은 2011년 9월 21일, 경기지방경찰청은 암사동에서 사진관을 경영하는 박정근이라는 인물을 급습합니다. 사진관을 열기 위해 아침에 나온 그에게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죄”를 명시한 압수수색영장이 내밀어지고, 그때부터 그의 일상도 압수되었습니다. 동네 사진사이자 예술가인 박정근이 압수수색을 당해야 했던 이유는, 트위터에서 북한의 트위터를 RT(이적표현물 취득 반포)하고, 북한과 3대 세습을 소재로 한 농담(이적표현물 직접 작성 반포)을 썼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박정근은 11월 15일까지 5번에 걸쳐 보안수사대에 불려나갔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을 호소하던 박정근은 10월, 급성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받고 약을 복용하기 시작합니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했던 방에서 잠들 수가 없어 친구 집에서 신세를 져야했습니다. 개업한지 얼마 안된 사진관은 정상적으로 영업이 가능할 리가 없었습니다. 보안수사대에서 해를 등지고 들어가 달을 보며 나오기를 반복하는 동안 경찰은 몇 달 분량의 트위터 내용들을 쌓아놓고 하나하나 “이건 무슨 의도로 올렸느냐”고 설명을 요구합니다. 100페이지가 넘는 조서에서 그가 대답할 수 있는 말은 한 마디 밖에 없었습니다.

“장난이었다"

박정근은 트위터에서 주로 북한의 권위적 사회를 소재로 한 농담을 즐기곤 했습니다. 김정은의 세습과 자신의 사진관 2대 경영을 빗대 스스로 “청년대장”을 자칭하거나, 평양의 신차를 사서 자신에게 선물해달라는 등, 언어에 대한 이해 능력이 있다면 도저히 북체제 찬양고무로 믿을 수 없는 농담들을 해왔습니다. 박정근은 예전에 "밤섬해적단"과 "골즙" 등의 괴상한 밴드들을 배출한 인디레이블 "비싼 트로피"의 대표이기도 했습니다. 북한을 소재로 한 작업은 이 시기의 "뒤틀기" 표현과 동일했고, 결과적으로 보면 박정근은 트위터에서 한 표현예술의 소재가 북한이었다는 이유로 검경의 탄압을 당했던 것입니다.

   
 
 
자신이 한 농담들에 대해 “농담이었다”고 해명해야하는 상황이 즐거울 리가 없습니다. 더구나 그것을 수백차례 되풀이해야 하는 입장에서 그는 굴욕을 느낍니다. 그리고 딱히 더 조사할 것을 찾지 못한 경찰은, 조사를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 두 달간, 박정근은 언제 불려나갈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채 여전히 친구집에서 약을 먹고, 술을 마시며 지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 1월 11일,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구속영장 기각소식을 기다리던 박정근은 저녁께 전달된 영장통과 소식과 함께 그대로 구속되었습니다.

박정근은 자신의 사상을 증명하지 않을 권리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실수인지 고의인지 몰라도 그는 전날밤 모아두었던, 예전에 자신이 북한을 비판했던 증거들을 결국 반박증거로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후 공개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공개편지에서 자신이 한 행위들에 대해 설명할 생각이 없음을 밝히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농담을 변명하는 건 농담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그렇게 하면 농담이 더 이상 농담이 아니게 되니까요.”

박정근의 친구이자 예술적 동료였던 밤섬해적단은 얼마후 공연 중에 이 사건에 대해 관중들에게 이야기하고는 외마디 소리를 질렀습니다.

“김정일 만세다 이 개새끼들아!”

케이스 2.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박정근 사건이 더이상 별로 오르내리지 않게 되었을 즈음, 이번엔 서울지방검찰청이 수원지검의 설욕전에 나섰습니다. 4월 26일 서울지검은 천안에 사는 권용석 씨(@yawoori)의 자택을 압수수색합니다. 혐의는 물론 트위터상의 찬양고무입니다만, 검찰과 경찰은 이미 그가 찬양고무를 할 생각이 없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왜냐면 권씨는 소위 NL단체와 대적하는 활동을 실제로 해왔고, 트위터에서도 친북계열 운동가들에 대한 적대감을 자주 드러냈으며, 경찰은 이것들을 다 조사했거든요. 권씨는 다음날부터 조사를 받기 위해 천안 자택에서 신정동 보안수사대까지 매일 출퇴근을 합니다. 조사시간은 아침부터 밤까지. 흥미롭게도 이들은 수십시간이 넘게 조사를 하면서 트위터에 대해서 묻거나, 혐의사실에 대해 조사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은 권씨가 속한, 혹은 속했던 단체와 그 단체들의 조직도에 대해 물었고, 그가 속하지는 않았지만 ‘알고 있는’ 조직들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이미 그들에게 피해를 입은, 박정근과 박정근 후원회를 맡고 있는 저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트위터는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국제적 망신을 당한 수원지검에 대한 동지애 때문이었을까요? 뭐라도 하나 도와줄 수 있는게 없을까 싶어서? 그 마음은 저도 알 것 같습니다. 저도 두 명의 친구가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검경의 탄압을 받고 있어서, 지푸라기 같은 거 하나라도 줄게 없을까 매일 밤잠을 설치니까요.

케이스 3.

두 번째가 있으면 세 번째도 생기기 마련이지요. 다음 케이스가 누가 될지 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아래에 캡쳐해 올린 트윗들과 비슷한 트윗을 하는 사람이 당첨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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