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얼마나 낼 수 있나 물어봤더니, 4409원까진 OK?
KBS 수신료 얼마나 낼 수 있나 물어봤더니, 4409원까진 OK?
"공공성 확보·사회적 합의 전제돼야… 관리감독·집행기구 분리도 필수"

한국 공영방송 KBS의 여러 가치를 고려한 수신료 지불의사액을 설문조사한 결과 4409원 수준의 평균 수신료가 산출됐다. 현행 수신료는 2500원인데 1909원을 추가로 납부할 의사가 있다는 뜻이다.

사실 KBS 수신료 인상 문제를 놓고 여야가 정치적 입장에 따라 확연히 갈라서면서 함부로 건드리기 어려운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특히 방송사 노동조합이 정치적 독립을 통해 공공성을 회복하자는 취지로 장기간 파업을 벌이는 등 공영방송의 공공성이 무너진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을 논하는 것은 진보진영 입장에서도 껄끄러운 문제로 인식됐고, 논의 자체가 정치적 쟁점화되면서 중단됐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우 공영방송이 광고 수익에 대부분 의존하는 상황이 계속될 경우 방송의 공공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컸던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영국 BBC의 수익 중 수신료는 70.4%, 일본 NHK는 96.4%를 차지하고 있지만 KBS(2010년 기준)의 경우 전체 수익 중 수신료 수익은 39.3%에 불과하고, 광고 수익과 기타 수익이 각각 40.6%, 20.1%를 차지하고 있다.

KBS 수신료 인상 논의 본격화 되나?

2일 미디어미래연구소 주최로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공영방송 거버넌스와 사회적 가치' 토론회에서 구체적인 수신료 지불의사액이 발표되면서 총선 이후 방송사 파업과 맞물려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중심으로 한 수신료 인상안 논의를 본격적으로 촉발시키는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는 영국과 일본 등 국가에서 방송의 평가 모형 중 하나로 경영의 신뢰성 부문과 사업운영의 효율성을 측정하는 척도인 지불의사액 (WTP : Willingness to Pay) 및 지불대비가치(VFM : Vaiue For Money) 개념을 도입해 시행됐다.

조사는 미디어미래연구소 홈페이지 가입자 대상으로 했고,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7일 동안 진행된 설문 조사에 응답한 547명의 설문결과를 분석해 WTP 및 VFM 파일럿 테스트를 적용했다.

설문기법은 현행 2500원의 수신료가 없다는 가정 하에 KBS 방송을 수신하기 위한 지불의사가격을 물어 의사가 있다고 했을 때 일정 금액을 올리는 방식으로 최종 지불의사액을 산출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24%가 4500원에서 5500원 사이로 답해 전체 평균 수신료 지불의사액은 4409원으로 나왔다.

현행 수신료 부과 대상인 1955만대의 수상기에 이번 조사 결과의 지불의사액인 4409원을 적용하면 연 1조346억원의 수신료 수입이 발생한다. 현재 수신료 분배 체계상 한전과 EBS에 수신료를 분배하고 난 뒤 KBS 수신료 지분(90.6%)을 적용하면 실제 KBS의 수신료 순수입은 9373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 KBS 수입은 수신료 수입 5689억원, 광고 수입 5887억원, 기타 2천918억원 등 합계 1조4494억원이었는데 이번 조사 결과 9373억원을 수신료로 받게 되면 광고 수입으로 2203억원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설문 조사를 책임진 남승용 미디어미래연구소 책임 연구원은 표집이 부족해 조사 결과 신뢰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저희도 조사 결과가 보고 너무 높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발제에 이은 토론회는 난상 토론으로 이어졌다. KBS, MBC 등 방송사들이 공공성 문제로 파업을 벌이고 있고,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KBS 수신료 인상 논의가 정치적 문제로 흐를 수 있어 이를 경계하는 모습도 감지됐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혜란 정책위원은 수신료 인상 논의가 진영논리에 갇혀 지지부진했다는 것이 안타깝다면서도 현재 KBS가 공영방송의 모습을 보여줬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정책위원은 "일본과 영국의 수신료 낼 의사가 있는 수준과 공영방송의 신뢰와 비교했을 때는 이번 조사 결과는 오히려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공영방송으로서 신뢰성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공영방송의 수신료는 공익성을 위한 사회적 비용으로 판단했을 때 쉽게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공영방송을 시장 영역에 놓았을 때 시장 실패의 가능성이 남아있다. 수신료 개념은 잘 경영하기 위한 재원으로도 볼 수 있지만 우리가 공영방송에 있어서 시장 실패를 보완하고 이에 따라 공적 책임을 지고 공익성을 제공받기 위한 사회적 비용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KBS 수신료 인상 정치쟁점화 시킨 것은 정부

정치적 쟁점으로 똘똘뭉쳐 있는 수신료 인상 문제를 풀 수 있는 돌파구로서 아이디어도 쏟아졌다. 정윤식 강원대학교 교수는 독일의 예를 들어 "방송 관계자를 다 빼고 각 도에서 회계나 경제 전문가 16명이 말그대로 경영, 경제학적으로 수신료 인상안을 분석해 방안을 마련하면 국회가 통과시켜주는 방법이 있다"며 정치적 입김을 배제할 때만이 수신료 인상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괄적으로 가구 당 수신료를 책정하기 보다는 일본의 같이 HD, DMB, 위성TV 등 수상기별로 수신료를 다양하게 책정해 수익자 부담원칙으로 국민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 교수는 "결국 재정 문제가 흔들리고, 자기 신분이 불안하니까 굉장히 정치화되는 것 같다"며 "한국의 미디어정책은 재정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향제 부산대학교 교수는 "공영방송의 개념으로 높은 수준의 합의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구체적인 것은 없다"며 "다수의 문제는 수신료(인상)가 아니라 수신료와 관련된 사회적 합의"라고 못박았다. 조 교수는 수신료 인상 문제가 정치쟁점화된 것 역시 ‘6천원’ 인상안 설을 흘리는 등 정부가 사회적 합의로 설득할 수 없도록 스스로 입지를 좁히고,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은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 운영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견제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정착됐을 때 수신료 인상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주정민 전남대학교 교수는 "KBS 운영 책임을 따질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 관리 감독기관이 KBS 이사회라고 하지만 실제 KBS의 집행을 의결, 추인해주는 기관이다. 방통위도 정치적 독립성 문제 때문에 구조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며 “관리감독과 집행기구가 별도로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가 공공성 문제는 뒤로 한 채 수신료 인상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꼬집는 지적도 쏟아졌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2009년 KBS는 외부 용역에 컨설팅을 했는데 어떻게 수신료를 올릴 수 있는지 전략을 짜는 것이었다"며 "마땅히 해야될 것은 사회적 기업으로서 경제적 가치를 따지고 먼저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전국단위의 정기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혜란 한국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은 KBS가 수신료 인상 지불의사액을 발표하는 대목만 취재, 촬영하고 자리를 떴다면서 수신료와 관련된 공공성 문제에 관심이 없는 KBS를 비난했다.

낙하산 사장 막을 수 있는 방안은?

토론회에서는 정치적으로 독립될 수 있는 방송사 사장 선임 문제도 심도있게 논의됐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파업 중인데도 뉴스 시청률이 20%에 육박하는 방송 조직을 그냥 방치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관리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고, 사장 선임 권한을 가지고 있는 KBS 이사의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자신의 논공행상으로 이사를 배치하면 그 사람들이 정파의 충성심으로 부응해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직접 임명의 한계"라며 "거버넌스의 공공성을 강화해 시스템을 통해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령 대통령과 국회가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게 하고 거기서 위원을 선출하는 간접선출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 자격요건도 대표성과 전문성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하고 정치인이나 정당인, 기업인 등을 배제하는 기준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혜란 정책위원은 하지만 "간접선출 방식과 대표의 명확성 측면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어찌보면 지금도 비슷한 구조로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은 것을 보면 이게 바로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준이다.(결국) 사람의 문제"라며 "시스템 개편 문제도 중요하지만 더불어서 개개인이 책임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윤식 교수는 차라리 방송 문제를 놓고 정치적 입장 차를 인정하는 가운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노동문제, 방송 문제, 통일 문제는 보수 진보가 갈등할 수밖에 없는 핫이슈이고 갈등의 장"이라며 "방송 쪽에서 얘기하는 정치적 독립은 이상적이다. 차라리 정치적 균형, 타협의 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집권당이 사장으로 선임하는 프리미엄을 인정해주고 야당이 반대하면 정치적 부담을 받고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기존 미디어 vs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총선 승리자는?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방송과 같은 기존 주류 미디어의 영향력이 쇠퇴했는가를 두고도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최영묵 교수는 "국내 미디어 전반의 노골적 사익추구 경향은 결과적으로 공영방송과 일간신문 등 기존 주류 미디어의 신뢰도와 영향력을 크게 하락시키고 있다"며 "과거 기존 언론의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보조미디어에 불과했던 인터넷미디어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환경과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가 결합함으로써 국내 미디어의 무게중심이 SNS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진단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강혜란 정책위원은 "문대성 표절 논란은 포털과 SNS에 화제가 됐지만 뉴스에 절대 나오지 않았지만 김용민 막말 논란은 방송되고 나서 하루 뒤에 포털과 SNS에 올랐다"면서 "민간인 사찰 문제 역시 휴일날 청와대 해명 발표가 나오고 KBS가 청와대 발표를 폭포수처럼 방송하자 다음날 포털을 도배해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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