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노조에 이어 3000명 가까운 조합원을 보유한 KBS 기존노조(위원장 최재훈·기업별 노조)도 4일 새벽 0시부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혀 이제 실질적인 공영방송 차질을 나을지 주목된다.

KBS 노조는 더 이상 MB와 새누리당이 낙점한 인사가 KBS 사장이 돼서는 안된다며 방송법 개정을 위한 총파업을 오는 4일 새벽 0시를 기해 전면 돌입한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은 이에 앞서 3일 오후 2시부터 전국조합원총회를 통해 파업 참가독려에 나설 계획이다.

최재훈 KBS 노조위원장(쟁의대책위원장)은 총파업 투쟁지침 1호를 통해 모든 조합원이 4일 새벽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해 매일 오후 2시 민주광장에 집결하고 ‘방송법개정’ 배지를 착용할 것을 밝혔다.

이번 파업의 강도와 관련해 KBS 노조는 지난해 12월 말 사상 처음으로 벌인 임금인상 파업 때 만큼 ‘강제성’을 띄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엔 규찰대를 편성해 스튜디오 마다 돌면서 불참 조합원을 설득해 파업참가를 독려했고, 특히 9시뉴스 앵커 조수빈 아나운서와는 뉴스진행을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큰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 때문에 KBS 노조는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파업의 동력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57일일 째 공정방송 회복과 김인규 사장퇴진을 촉구하며 파업중인 KBS 새노조는 1200명 안팎의 조합원을 보유한데 반해 KBS 노조는 2930명 안팎의 대규모 조합원으로 구성돼있다. 또한 주로 취재기자와 PD가 대부분인 KBS 새노조와 달리 KBS 노조는 엔지니어(기술)들이 절반 가까이에 해당되며, 보도본부 소속으로는 촬영기자와 지역취재기자들이 포함돼있다. 따라서 이들 KBS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면 대부분의 뉴스·프로그램의 제작 시스템에 타격을 줘 큰 무더기로 방송차질을 낳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문제는 얼마나 동참하느냐로 모아지고 있다. KBS 노조는 2930명 가운데 10%인 최소 300명 이상은 지속적으로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형혁 KBS 노조 공정방송실장은 2일 “참가인원을 정확하게 따져볼 수는 없지만 300명 보다는 많을 것으로 본다”며 “지역기자들 적극 참여의지를 보여 참가율이 최소 70~80%는 될 것으로 보여 로컬뉴스는 예상컨대 일주일도 못버틸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실장은 또한 “촬영기자와 카메라맨들 상당수도 파업에 열의가 있으므로 일부 뉴스 프로그램에 차질을 가할 것”이라며 “이밖에도 다수를 점하고 있는 엔지니어 가운데 TV제작기술, 보도기술 종사자들도 적극 참여해 시간이 지나면 사측도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KBS에는 파업에 불참하는 간부인 팀장급 이상 간부만 600명에 달해 이들 간부를 중심으로 죽기살기로 방송제작을 하면 당분간은 버틸 것이라고 윤 실장은 전했다.

정세진 아나운서 등 개념 아나운서들 마저 파업의 전면에 나서고 있는 KBS 새노조와 달리 KBS 기존노조의 아나운서 조합원들은 대부분 전면파업에 참여하지 않을 전망이다. 아나운서 가운데 80%가 KBS 노조 조합원이며, 새노조 소속 아나운서는 20% 선이다.

윤 실장은 “아나운서 조합원들은 쉽지 않은 듯하다”며 “파업찬반투표 이전부터 설득했지만 ‘9시뉴스 앵커’(조수빈)가 빠지면 다 빠진다고 할 정도여서 프로그램을 놓고 참여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윤 실장은 “이에 비해 새노조의 정세진 아나운서 등이 ‘리셋KBS 뉴스9’ 앵커를 맡는 등 파업 전면에 나선 것은 같은 KBS인으로서 용기있는 행동이며, 존경스럽다고 평가한다”며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을 수는 없다.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이 조직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