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미국 광우병 대처를 놓고 ‘거짓말’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보수언론은 ‘광우병 괴담’ 프레임을 다시 들고 나왔지만 오히려 역풍을 자초했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 광우병 쇠고기 문제로 국민 불안이 증폭됐던 지난 2008년 5월 8일자 주요 신문 1면에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신문광고를 내보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에 미국 광우병을 확인하고도 수입중단 조치는커녕 검역중단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1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던 4년 전 신문광고에 대해 대체 기억은 하고 있는가. 정부가 불신을 자초하는 것은 나라의 큰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미국 광우병 위험 쇠고기에 대한 우려 여론에 대해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모습이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산이라는 점과 이명박 정부 반대라는 정치적 요소가 들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일부 언론이) 총리 담화문 발표 내용 중 일부만 발췌해서 잘못 보도하거나, (일부에서) 괴담식으로 SNS 등 인터넷상에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것은 국민의 건강이 관련된 사안인 만큼 자제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1일자 <과학자들이 미신과 괴담에 당당히 맞서야>라는 사설에서 “과학적 근거도 없고 출처도 불분명한 광우병 괴담이 나라를 뒤흔들 때 과학자들의 모습은 촛불의 위세에 눌려 보이지 않았다”라면서 “과학적 사실이 아닌 것을 믿는다면 그것이 곧 집단미신”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광우병을 둘러싼 국민적 우려를 ‘집단미신’으로 몰아세웠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 광우병 위험성을 적극 경고했던 언론은 다름 아닌 동아일보였다.

동아일보는 2007년 3월 23일자 24면 <몹쓸 광우병! 한국인이 만만하니?>라는 기사에서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을 경우 인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미국이나 영국인에 비해 높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라는 한림대 의대 연구소 김아무개 교수의 주장을 기사에 담았다. 동아일보는 해당 기사에 “광우병을 비롯해 프리온 단백질이 일으키는 병은 일단 발병하면 수개월~수년에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라는 내용의 사진캡션도 내보냈다.

미국 광우병 발생 시 검역중단 조치를 취할 경우 미국과의 통상마찰이 우려된다는 주장 역시 ‘거짓말’ 논란을 자초했다. 정부와 보수언론이 그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지만, 과거에는 180도 다른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4월 28일자 3면 기사에서 “실제 검역 중단이 이뤄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첫 번째로 미국과의 통상 마찰이 우려된다”면서 “당장 표면적인 마찰이 없어도 보이지 않는 국제 신인도 하락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3년 12월 30일자 <광우병 파동 통상마찰 대상 아니다>라는 사설에서는 “미국 소가 광우병에서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기준이 제시되지 않는 한 미국측이 무턱대고 수입금지 조치 해제를 요구해서도 안 되고 한국측이 이에 동의할 수도 없는 것”이라며 “만약 한국산 소에서 광우병이 나왔다면 미국 정부 역시 수입금지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했을 것임에 틀림없다”라고 주장했다.

2008년 5월 9일 광우병 파동 때는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가 국회 본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미국이 국제무역에 대해 저희들이 취한 조치에 대해서 이의가 있다고 그러면 WTO를 통해서 제소를 하도록 되어 있다. 제소를 해서 협상을 하는 기간이 몇 달씩 걸리기 때문에 바로 미국이 결정을 해 가지고 무슨 특정 제품에 대한 수입을 규제할 수는 없도록 되어 있다”면서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둘러싼 우려에 대한 자신감을 밝혔다.

한편, 이명박 정부의 대국민 거짓말 논란이 증폭되면서 광우병 문제를 둘러싼 ‘촛불집회’가 재연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월 2일 오후 7시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미국 쇠고기 수입중단 및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행사가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 종교계,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광우병위험감시국민행동’ 실무 책임자인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은 “일부 언론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주장했지만, 미국의 소 관리 시스템이 불안하다는 것은 미국의 정치권과 언론도 인정하는 일이고 이번에 다시 광우병이 발생했다”면서 “언론은 정보를 부풀리지도 축소하지도 말고 국민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와 입장을 같이 하며 국민을 괴담 유포자로 몰아가는 것은 언론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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