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경찰이 들이닥쳐 당신은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죄라는 얘기를 들었다면 어떤 심정이 들까? 20살 앳된 나이의 젊은이에게는 한마디로 일상의 파괴였다. 잠도 못자고 밥도 넘어가지 않고 머릿속에서는 온통 '왜'라는 단어로 가득찼다.

국민대 휴학생인 권용석(20)씨는 최근 일어난 일을 겪고 난 뒤 평온한 일상이 덧없이 행복한 나날로 기억되고 있다. 북한계정 '우리민족끼리'를 리트윗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벌이고 있는 박정근씨에 이어 권씨도 수사당국의 레이더망에 걸려들었다.

지난 26일 천안의 권씨 자택에 들이닥친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 수사관 7명은 아침 7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10시간에 가까운 시간동안 권씨의 모든 물품을 샅샅이 뒤졌다.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물론, 청소년단체 '아수나로'에서 활동했던 회의록, 대학교 사회과학 토론 동아리 회의록, 사회단체 ‘다함께’ 회의록, 사회과학 서적 60권 등이 경찰이 가져간 물품이다.

권씨의 부모님은 경찰의 갑작스런 방문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고, 권씨는 경찰이 내민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죄'라는 말에 헛웃음을 지어야 했다.

권씨는 "문제가 될만한 리트윗이라는 것이 북한 체제를 비판하기 위해서였고, 직접 작성한 멘션 역시 예를 들어 '김정일이 영양가가 높다'는 것인데 놀리고 장난치기 위한 것"이라며 "찬양 고무의 의도가 없는 것이 분명한데도 수사 당국이 싹 무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권씨는 지난 27일, 30일, 1일 사흘에 걸쳐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데 권씨의 활동이력을 집중 캐묻고 있어 수사 당국이 박정근씨에 이어 본보기로 국가보안법을 통해 무리하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옭아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 27일 경찰 조사에서 권씨가 받았던 조사는 청소년 단체 아수나로 회의록을 바탕으로 한 활동이 전부였다. 경찰은 청소년에게도 투표권을 달라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에 대해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해 교육감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 경찰 조사에서는 대학교 토론 동아리와 사회단체 활동 내용을 물으면서 '사상 검증'이라고 할 수 있는 질문도 이어졌다.

권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회주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공산주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북한과 남북 통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한마디로 사상 검증을 한 것이다. 구두로 말하면 조서 형태로 답변을 적었다"고 전했다.

수사당국이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죄로 걸었던 권씨의 트위터도 북한에 대해 직접 작성한 트윗은 50여개이고 나머지는 '우리민족끼리' 계정을 리트윗한 것으로 약 230여개 정도를 문제삼고 있는데 1일 기준으로 권씨의 트윗은 3만3883개인 것을 감안하면 약 0.006%에 해당하는 수치다.

권씨의 트위터 내용 대부분도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생각들이 나열돼 있고,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두고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미제와 남조선괴뢰들의 핵전략기지로 변하고 있다'는 우리민족끼리 계정을 리트윗한 내용들이다.

권씨는 아직까지도 자신이 왜 수사 대상에 올랐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권씨는 "막상 저에게 이런 일이 닥치니까 잠도 못자고, 밥도 잘 못 먹는다. 조사 자체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박정근씨와 친구인 권씨는 "정근이도 빨리 안정적으로 사진관을 운영하고 저도 빨리 조사가 끝나서 복학을 하고 싶다"면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지냈던 일상적인 생활로 빨리 돌아가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를 받고 난 뒤 권씨는 다음과 같은 트윗을 날렸다.
"여러분 착하게 사세요. 그래야 꽃구경도 편하게 합니다. 오늘 조사받다 건물 마당에 나와서 꽃구경을 하는데 볕이 참 좋고 철쭉 진달래가 예뻐서 눈물이 나덥디다.. 저기 흰나비도 팔라당 날아 담넘어 오는데 전 못 가나요 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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