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수익 악화를 이유로 이충재 편집국장을 경질하자, 1일 한국일보 젊은 기자들이 잇달아 기수별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심한 모멸감”, “패배감”, “치욕스럽고 부끄럽다” 등 격앙된 표현으로 그 심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날 성명을 발표한 기수는 65기(2003년 입사), 67기(2008년 입사), 68기(2009년 입사) 등 세 기수다. 이번 인사발표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공분이 높은 만큼 향후 추가적인 기수별 성명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65기는 “사장이 서신을 통해 밝힌 인사 이유는 신문 정체성을 뿌리부터 흔드는 일이자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며 “앞으로 편집국장이 신문을 만드는 것 뿐 아니라 매출까지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공식화한 것으로 사장의 노골적인 말에 최소한 자존심과 부끄러움까지 버리라는 강요를 듣는다”고 말했다.

65기는 “편집국장이 바뀐다고 늘어날 광고협찬이 우리가 겪고 있는 분노, 혼란과 바꿀 만큼 가치가 있을까?”라며 “얄팍한 계산이고 소탐대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본의 논리가 기자들 마지막 자존심마저 완벽히 무릎 꿇린 비루한 이 현실이 안타깝고, 위기라는 이유만으로 정도를 벗어난 몰상식을 당연히 수용하길 강요당하는 무기력함이 서글프다”며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눈엣가시 한 사람만 내치며 자리보전에 연연하는 저들의 후안무치에 분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상습적 체임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수하며 어렵사리 지켜 온 가치를 훼손하는 어떤 시도도 가만히 지켜 보지만을 않을 것”이라며 “인사 파국 책임자가 물러나고 납득할만한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선후배들과 연대해 싸울 것으로, 이는 부끄럽지 않은 기자로 살겠다는 초심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라고 말했다.

67기는 “경영진이 편집국장 교체의 이유로 광고협찬 매출 감소를 제시한데 대해 심한 모멸감을 느낀다”며 “이는 편집권 독립에 대한 강한 도전이자 기자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양심을 져버린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장 경질의 사유가 외부에 알려진 후 우린 현장에서 신문지가 아닌 광고지를 만들겠다는 선언이냐는 조롱까지 들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경영진의 무책임한 인사 조치와 그에 대한 옹색한 변명은 우리의 사기를 한 순간에 무너뜨렸다”며 “이번 조치를 편집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자 편집국 기자들에 대한 경영진의 모욕이라고 규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견딜 수 없는 것은 앞으로 아무리 열심히 해도 독자들은 우리 신문을 광고지쯤으로 여길 것이라는 패배감이 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67기는 아울러 “이상석 사장은 이 모든 사태의 경위를 명백히 설명한 뒤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할 것”과 “재발 방지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67기가 불씨가 되어 편집국에서 벌어지는 작금의 비현실적 상황에 침묵하는 선배들도 동참하기“를 호소했다.

68기도 “광고수익감소는 어떤 상황에서도 편집국장 교체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며 “편집국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단연 신문을 잘 만드는 일인데도 신문의 내용, 형식, 안팎의 평가에 대한 감안 없이 광고수익 감소만을 이유로 기자들의 수장인 편집국장을 교체한다는 것은 결코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젊은 기자들은 참을 수 없는 열패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하나”라며 “부실경영에 따른 초라한 처우와 체불임금을 감내하며 ‘할 말 하는 신문, 정도를 걷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 묵묵히 노력해 온 기자들에는 모멸을 안겼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편집국장 경질이 한국 언론사에 치욕스럽고 부끄러운 선례를 만들지 않을까 우려한다”며 ‘국장임명 관련 제도가 개선’과 ‘경영진의 사과’, ‘모든 논의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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