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X파일’로 유명한 이상호 기자가 진행하던 MBC C&I의 <손바닥 뉴스>가 30일 전격 폐지됐다.

MBC C&I는 간판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하면서 제작진에게 사전에 상의하거나 알리지도 않았다. 이 기자는 다음 방송 아이템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폐지 사실을 일방적으로 통보 받았으며, 마지막 방송이라도 하게 해달라는 요청도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바닥 뉴스> 폐지에는 MBC 김재철 사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김 사장은 평소 임원회의와 이사회 등에서 <손바닥 뉴스>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불만을 토로해왔다. 내부 증언에 따르면 김 사장은 주위에 여러 차례 <손바닥 뉴스>가 <나는 꼼수다>를 흉내 내고 있다는 말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정영하)는 취임 이후 보도국을 장악하고 <뉴스 후> 등 권력을 감시해 온 시사프로그램을 ‘좌파 방송’으로 몰아 탄압하거나 폐지했던 김 사장이 결국 측근인 전영배씨를 계열사 사장으로 내려 보내 11일 만에 <손바닥 뉴스>마저 폐지시켰다고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김재철과 사측은 최근 <손바닥 뉴스>를 ‘좌빨 방송’이라며 노골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지난 3월 사측은 <손바닥 뉴스>에 최일구 앵커가 출연해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고 김재철 사장을 비난하는 멘트를 했다며 황희만 당시 MBC C&I 사장에게 해명을 요구했다가 사실 무근으로 밝혀지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노조는 “김재철 사장은 또 2주전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해 관계회사 임원 인사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떼를 쓰면서, 그 근거로 ‘<손바닥 뉴스>는 새로운 <나꼼수>가 될 것’이라며 사장 교체 이유를 댄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이어 “결국 김재철 사장은 4월19일 MBC C&I 신임 사장에 기자회가 제작 거부에 들어가게 된 원인 제공자이자 최측근인 전영배 전 보도본부장을 앉혔고, 전영배 신임 사장은 임명된 지 11일 만에 <손바닥 뉴스>를 폐지시켰다”고 비판했다.

노조의 주장대로 MBC 내부에서는 황희만 전 C&I 사장의 경질 이유를 <손바닥 뉴스>를 장악하지 못한 징계성 인사라고 보고 있다. 황 전 사장도 사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손바닥TV>는 인터렉티브(쌍방향) 방송인데 김재철 사장 등 경영진이 그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상호 기자는 <손바닥 뉴스> 폐지 방침을 통보 받고 “<손바닥 뉴스>를 일단 보고 문제가 무엇인지 말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사측은 “본사에서 문제가 제기됐다”는 말만 되풀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자는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방송이라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조차도 거부했다. 이 기자에 따르면 이번 주 목요일로 예정돼 있던 방송에는 ‘특종-BBK 김경준 속보’와 이명박 정부 실세들이 뇌물을 받은 혐의로 대거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파이시티 현장 르포’ 등이 아이템으로 잡혀 있었다.

이 기자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문제, 삼성 문제, 쌍용차, 민간인 불법사찰 등 성역 없이 사회의 부조리한 부분을 비판했던 것이 폐지 이유로 거론되고 있는 것 같다”며 “MBC에서 17년 동안 기자로 일 해오다 자유롭게 기사를 쓸 수 없어 자회사로 왔는데 이마저도 못하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기자는 이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손바닥 뉴스>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며, 만약 폐지가 결정된다면 여기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조는 이날 김재철 사장의 배임 의혹도 같이 제기했다. MBC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C&I가 최근 중견 기업으로부터 200억 원에 이르는 지분참여 제의를 받았지만 명확한 이유 없이 '투자 보류' 결정을 내려 배임 혐의가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손바닥 TV' 전체를 적자로 몰아 <손바닥 뉴스>를 폐지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투자 보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MBC C&I 관계자는 "기업으로부터 '손바닥 TV' 쪽에 200억원 투자 제안이 들어온 것은 사실이며, '손바닥 TV'가 적자라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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