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영 기자(새노조 공추위 간사)를 해고해 “보복·살인”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김인규 KBS 사장이 최 기자로부터 이미 문서상 사과를 받아놓고도 인사위에서 해고를 강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임 처분 이후 KBS 간부들은 최 기자에게 ‘공개사과하면 사태해결에 발벗고 나서겠다’는 취지의 회유전화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KBS가 최 기자의 욕설과 풍자 발언 가운데 발언일부만을 추려서 ‘욕설기자’로 몰아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경영 KBS 새노조 공추위 간사는 26일 오후 기자들과 공동인터뷰에서 욕설·막말을 이유로 해고했다는 KBS에 대해 김 사장에게 직설적으로 욕설 발언을 한 부분은 있지만, 조합원들 앞에서의 발언과 욕설문자의 경우 풍자와 조롱에 해당한다며 그런데 KBS는 내가 말했던 발언 요지 가운데 일부만 추려 날 저질 기자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기자는 지난 13일 KBS에 경찰이 투입으로 농성천막이 강제철거되고 새 천막마저 청경의 저지로 손상되자 본관 6층을 향해 김인규 사장에 우발적으로 욕설을 했으나 이후 김 사장에 보낸 문자에 있는 ‘이명박의 강아지’라는 표현이나 KBS 본관 신관 사이에 있는 구름다리에서 ‘주없다 씨벌로마’라고 한 부분은 풍자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최 기자는 “지난 23일 노무팀에 전화해서 ‘날 비난하는 자료를 쓰려면 제대로 쓰라, 주어없다는 표현은 BBK 암시한 것으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조롱과 풍자이지 어떻게 쌍욕이냐. 왜 맥락을 빼고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느냐,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항의했다”며 “징계를 하려면 정직하게 해야지 평판과 명예를 먹고사는 기자라는 직업 자체를 빼앗으려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의 민주주의와 언론자유 파괴 현실을 개탄하는 뜻이 담겨있고, ‘이명박의 강아지’라는 표현 역시 서구 언론에서는 폭넙게 쓰인다(‘XX의 애완견’)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KBS가 욕설로 받아들여지는 대목만 짜깁기 편집해서 욕설기자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 기자는 자신이 욕설을 한 부분에 대해 해고(임)처분을 당하기 전인 지난 19일 진술서를 통해 ‘KBS 새노조 파업과 사장 퇴진의 정당성’에 대해 언급을 하면서 “일부 거친 욕설 나온 데 대해서는 변명하지 않겠다, 미안하다, 죄송하다”고 정중히 사과했다고 밝혔다. 현재 KBS의 일부 관계자들은 비공식적으로 최 기자가 사과해야 사태가 해결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최 기자는 이미 자신이 거칠게 표현한 부분은 이미 사과를 한 것이다.

최 기자는 “사과를 받고 해고를 내린 것”이라며 “정작 해고하고 난 뒤 사내에서 나보고 ‘공개사과를 하라’면서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고 탄식했다. 실제로 해고 직후 간부들은 최 기자에 전화를 걸어 “KOBIS(사내통신망)에 사과글을 공개하면 사면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사장에게 사과 문자를 보내라”는 식의 회유를 했다고 최 기자는 털어놓았다.

그는 “이 가운데 일부 간부는 ‘사과문자를 보내면 바로 내게 꼭 알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마치 자신이 최경영을 설득해 사과를 받아냈다는 것을 알려 좋은 보직에 가려는 것 아니겠느냐. 어떻게 해고된 후배를 갖고 그런 말까지 할 수 있는지 허탈했다”고 씁쓸해했다. 특히 최 기자는 “전화한 이들 중엔 최 기자가 이미 진술서로 사과했다는 사실 조차 모른채, ‘사과했다’는 말을 듣고 당황해하는 듯한 간부도 있었다”며 “거의 사마귀 유치원 수준”이라고 평했다.

해고사태 이후 22명의 간부들이 보직사퇴를 하고 32년차~20년차 기자들이 해임 취소 촉구를 하는 등 사내에 역풍이 불면서 잠잠해진 상태이다.

최 기자는 KBS의 해고 처분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1차 징계요구서 때엔 내 발언 가운데 ‘주어없다’ 등이 빠져있었다”며 “재심 때는 이를 정확하고 분명히 짚고 넘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 기자는 KBS를 포함한 방송기자들에 대해 “내가 그동안 촉구해온 언론개혁은 KBS 내의 주류집단에서 모든 기득권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날 탐탁치 않게 여길 것”이라며 “편안한 출입처 제도, 관행, 담합 등 뿐 아니라 문제가 터졌을 때 핵심당국자 실명으로 직설적인 질문을 하지 않는 취재 습성은 뜯어고쳐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 기자는 “이번 광우병 소가 발견됐을 때 핵심정치인·핵심당국자에게 질문하고 답한 내용이 방송되지 않는 나라가 어디있는가”라며 “최시중이 출두했으면 핵심인사의 책임있는 발언이 나와야지 온통 ‘청와대 관계자’ 뿐이다. ‘청와대’라는 건물에 무슨 책임이 있는가. 우리 언론은 책임자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기자들이 취재 목적으로 당국자·유력자들과 술마시고 골프치면서 얻은 정보를 자기만 알거나, 보고만 하는 데 그친다고도 했다. 최 기자는 “보고만 하고 보도는 않으면서 이를 이용해 승진하면 이것이 기자인가”라며 “국민들이 모르는 정보가 KBS 9시뉴스에 나온 적이 있느냐. 정권홍보 외에 무엇이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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