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 희귀질환에 걸린 전직 직원이나 이들 유가족들의 사연을 담은 책이 출간됐지만, 언론사들이 잇따라 광고 게재를 거부해 출판사가 홍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등에 따르면, 보리 출판사(대표 윤구병)는 만화책 ‘사람 냄새’(삼성에 없는 단 한가지), ‘먼지 없는 방’(삼성반도체 공장의 비밀)의 출간에 앞서, 일간지·주간지·인터넷 언론사 5~6곳에 관련 책 광고 게재를 의뢰했지만 프레시안과 한겨레TV <김어준의 뉴욕타임즈>를 제외하고 다른 언론사들은 광고 게재를 거부했다.

출판사는 해당 책의 광고비를 시중 광고 가격에 맞춰 지불하겠다고 했지만, 언론사들은 난감해 하며 광고 게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사쪽에서는 과거 광고를 게재했던 관행과 달리 ‘책 표지 광고부터 보고 싶다’, ‘광고 시안을 미리 보자’고 출판사쪽에 문의를 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언론사는 ‘광고 카피에서 삼성이라는 단어를 뺏으면 좋겠다’고 밝혔고, 출판사쪽에서 ‘삼성 백혈병 피해자 얘기인데 어떻게 삼성이라는 말을 뺄 수 있나’라고 의문을 제기하자, 광고 게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언론사는 ‘삼성 광고가 이번에 들어가는데 이 같은 책 광고가 같이 들어가면 아무래도 광고 내용이 상충되고 광고주를 비판하는 내용이 될 수 있다’고 거부 사유를 밝혔고, C 언론사는 그동안 게재한 광고와 달리 ‘이번 책 광고비는 더 올려달라’고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유로 언론사들이 광고를 거부하자, 업계와 시민사회단체쪽에서는 2010년 2월 김용철 변호사가 출간한 <삼성을 생각한다>의 책 광고를 언론사들이 잇따라 거부한 일이 재발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출판사는 “삼성에 장악되지 않은 국민에게 직접 광고를 하겠다”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입소문’ 광고를 진행하기로 결정 했다. 출판사는 자사 트위터(@boribook)에 올린 책 광고가 리트윗(RT)되는 횟수에 비례해 언론사 광고비로 책정된 비용을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해당 언론사들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광고 게재를 거부한 사유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삼성전자 홍보팀 관계자는 ‘언론사쪽에 대한 삼성의 압박 여부’를 묻자 “사실무근이다. 들은 바도 없다”며 “언론 관계에서 삼성은 을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사람냄새>(김수박 저)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뒤 지난 2007년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삼성 백혈병 문제’를 공론화 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먼지 없는 방>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클린룸’이 이름과 달리 ‘죽음의 방’이 된 것을 전직 직원 정애정씨의 사연을 통해 전하고 있다. 보리출판사는 이 책을 지난 2009년부터 준비해 왔다. 두 책은 27일부터 온라인 서점과 일반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보리출판사는 ‘내가 살던 용산’ 르포만화집 등 현 정부나 대기업에서 민감해 하는 시사적인 내용을 만화 등으로 쉽게 풀이한 책을 잇따라 출간해 오고 있다. 대표는 변산공동체학교 전 대표이자 작가로 유명한 윤구병 선생이 맡고 있다.  (책 소개, http://cafe.daum.net/samsunglabor/MHzN/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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