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노련함, 경험, 투쟁력 등의 측면에서 야당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체제이기도 하다. 당내 경쟁에선 사실상 '무적의 조합'이 될 수도 있다.” (중앙일보 4월 26일자 10면)

“민주통합당 최대 계파로 떠오른 친노 진영이 12월 대선을 겨냥, 친노와 비노의 벽을 깨고 호남·충청·영남·수도권을 대표하는 인사들로 당 지도부와 대선 진영을 짜는 '그랜드 통합 플랜'을 추진하고 있다.” (조선일보 4월 26일자 4면)

민주통합당 지도체제와 관련해 ‘박지원-이해찬’ 투톱 카드가 급부상하면서 보수언론이 긴장과 경계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민주통합당 신임 원내대표는 127석의 의석을 이끄는 원내사령탑인데다 차기 당 대표 선거와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겸임하게 된다는 점에서 당 대표 이상의 위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보수언론은 민주통합당의 원내대표 경선을 놓고 ‘친노-비노’ 프레임 설정에 공을 들였다. 친노와 비노의 갈등을 부각하면서 야권 분열에 공을 들인 셈이다. 실제로 민주통합당은 친노-비노 갈등 구도로 흐를 여지가 없지 않았다. 원내대표 경선은 물론 당 대표 경선까지 친노 대 비노의 대결구도로 흐를 수 있다는 관측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투톱체제를 이룰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구도’ 자체가 바뀌고 있다. 중앙일보가 ‘야당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체제’라고 말할 정도로 이해찬-박지원, 박지원-이해찬 조합은 경험과 노련함, 투쟁력 측면에서 주목받는 카드이다.

당초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경선은 유인태 이낙연 전병헌 박기춘 등 4자 구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4월 25일 박지원 원내대표 카드가 급부상하면서 경선구도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해찬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친노그룹 쪽에서 박지원 원내대표 카드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점이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 원내사령탑 시절 협상력과 투쟁력, 경험 등에서 이미 검증된 실력을 보여준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가 원내대표 선거에 나선다면 다른 경쟁 후보들을 압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해찬 전 총리는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에 나서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호남 출신 원내대표와 충청 출신 당 대표 조합을 그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움직임은 2012년 선거정국을 맞아 민주통합당이 친노-비노 프레임 속에 빠져서 갈등의 늪으로 빠져들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 카드에 대해서는 당내 유력한 대선주자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호의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이해찬 투톱 체제가 정착될 경우 여당을 상대로 한 만만찮은 전투력을 발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보수언론 쪽에서 긴장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박지원-이해찬 투톱 체제는 사실상 당 원내대표 경선과 대표 경선을 정리하는 조합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해찬-박지원 투톱이 실제로 역할분담에 나선다면 선거는 이들을 중심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경선에 참여한 다른 후보들의 심기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또 언론의 비판적 시선도 풀어야 할 과제이다. 경향신문은 4월 26일자 10면에 <‘이해찬 당대표·박지원 원내대표’ 담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반면 한겨레는 4월 26일자 8면에 <'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합의…연대냐? 담합이냐?>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경향신문은 ‘담합’으로 규정한 반면 한겨레는 평가의 여지를 남긴 셈이다.

결국 이해찬-박지원 투톱 체제는 당내 평가가 판단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의 우려처럼 이해찬-박지원 체제가 사실상 대선주자까지 정하려는 수순으로 인식될 경우 비판적 시선이 커질 수 있다. 반면 야권이 꺼내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체제라는 평가가 우세할 경우 8개월 남은 대선을 앞두고 야권의 체제를 정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보수언론은 긴장과 경계의 시선으로 민주당 지도체제 개편 움직임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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