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측이 새노조 최경영 조합원에 대한 해임 징계 처분을 내리면서 오히려 파업 열기가 더욱 고조되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KBS 새노조는 파업이 49일째 접어든 가운데 사측이 '해임'이라는 최고 중징계 카드를 꺼내든 것은 조합원 개인에 대한 징계 조치를 본격화하려는 신호탄 성격이 강한 조치로 보고 있다.

특히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에서 차질을 빚고 있지만 조합원들의 복귀 움직임이 없자 
징계를 내세워 정면 승부를 걸었다는 것이 KBS 새노조의 판단이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피로도에 더해 최경영 조합원을 시작으로 조합원 개인의 징계가 줄을 이었을때 자칫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KBS 새노조는 이번 해고 처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KBS 새노조 조합원들은 동료 조합원의 중징계 처분에 강한 분노를 표시하고 파업 참여 열기가 더해지는 등 불에 기름을 끼얹는 형국이다.

최경영 조합원 해고 처분 결정 이후 23일 처음으로 KBS 신관 로비에 모인 자리에 약 400여명의 조합원들이 자리를 채우는 등 이번 사측의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인규 사장 퇴진' 구호에 더해 '부당해고 철회'라는 구호가 더해진 이날 집회에서는 사측이 욕설 문자를 명분으로 '막말 프레임'을 내걸어 최경영 조합원을 '표적 징계', '보복 징계'를 한 정황을 폭로했다.

지난 13일 사측이 청경들을 내세워 KBS 새노조의 천막을 훼손한 것도 KBS 새노조 조합원들의 폭력을 도발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 조합원이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로 맹활동을 하고, 이전에도 '9시의 거짓말'이라는 책을 통해 김인규 사장을 비판해오는 등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는데 '욕설 기자'라는 프레임을 걸어 표적 징계를 했다는 것이 KBS 새노조의 주장이다.

총선이 끝난 후에도 에서 김용민 후보자와 김구라 개그맨의 막말 사태를 집중 부각시킨 보도 역시 '막말 프레임'을 KBS 새노조에게 들이대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으로 보고 있다.

욕설 문자를 보낸 게 최 조합원 혼자 뿐 아니라 여러 조합원이 단체로 항의 문자를 보냈다는 점, 과거 사측이 법적 처벌을 받은 사람까지도 경징계 조치를 내렸다는 점 등에서도 이번 징계는 표적, 기획 징계라는 정황이 뚜렷하다는 것이 KBS 새노조의 판단이다.

최 조합원도 집회에서 "해고에 대한 분노보다 욕설기자로 프레임을 거는 것이 화가 난다"면서 "절대로 무릎을 꿇지 않겠다,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최 조합원은 "보통 아침 7시 30분 정도에 일어나는데 요즘 새벽 5시에 잠이 깬다. 저를 격려해주는 문자메시지와 멘션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조합원들은 최 조합원의 이름과 '힘내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기립 박수를 치는 등 어느때보다 높은 파업 참여 열기를 보였다.

최 조합원과 탐사보도팀에서 함께 일을 했던 김태형 조합원은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고 하는데 딱 거기에 맞는 케이스"라며 욕설 문자를 보냈다는 이유로 징계 조치를 내린 사측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김 조합원은 "김인규 특보 사장은 과거 민정당을 찬양하는 리포트를 하는 등 이달의 기자상만 6번 받는 최 기자와 반대의 길을 걸어왔다"면서 "샘이나고 질투가 났을 것이다. 20년 지나서 ㅤㅈㅓㄼ은날 자신감있게 내놓을 수 있는 리포팅이 없는 것은 정말 비참한 것"이라고 김인규 사장을 거듭 비난했다.

이병도 조합원은 "불의에 대해서 분노할 줄 아는 것을 최 조합원에게 배웠다"며 "이번 징계 조치는 패악질이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보도를 하려는 우리 모두를 내쫓으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측의 조치가 파업 동력을 떨어뜨리기보다는 오히려 최경영 조합원 부당해고 투쟁을 고리로 해서 대오를 단단히 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김현석 위원장은 "더 많은 희생이 있을지라도 최경영을 구해야 한다"면서 "사측이 제발 재심해달라고 할 때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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