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사실상 시사교양국 해체를 뼈대로 한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기자와 PD를 뒤섞고 조직을 분리시키는 이번 개편으로 그 동안 타 방송사에 비해 MBC의 강점으로 꼽혔던 시사고발 프로그램 부문의 약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MBC는 20일 임원회의에서 시사교양국과 보도제작국을 통합해 편성제작본부 아래에 두고 시사제작국과 교양제작국으로 분리하는 조직개편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시사제작국 1·2부는 기존의 보도제작국이 맡게 되며, 은 시사제작국 3부로 들어가게 된다. 나머지 기타 시사물은 시사제작국 4부에서 담당한다. 교양제작국은 과 기타 교양물, 보도제작국의 다큐제작 등을 맡는다. 그동안 시사교양국에서 제작했던 프로그램들을 시사제작국과 교양제작국으로 잘게 쪼갬으로써 권력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댔던 시사교양국의 힘을 빼겠다는 의도라는 평가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라디오본부를 없애고 편성제작본부 산하 라디오제작국으로 위상을 격하시킨 부분이다. 본부에서 국으로 조직이 축소되면서 MBC 안에서는 이번 파업에 참여율이 높은 시사교양국과 라디오본부가 개편의 주요 타깃이 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신설된 조직도 있다. 보도제작국을 없애는 대신 뉴미디어뉴스국이 보도본부에 설치됐고, 드라마 1국에는 기존에 없던 드라마 프로듀싱부가 신설됐다.

기존의 기획조정본부가 기획홍보본부로 확대 개편된 것도 눈에 띈다. 이에 따라 정책홍보부와 시청자홍보부로 나뉘어 있었던 기존의 홍보국은 기획홍보부 아래로 들어가게 됐다. 하루 전인 19일 임원인사에서 MBC 역사상 첫 여성 임원으로 승진한 이진숙 신임 기획조정본부장이 앞으로도 김재철 사장의 대변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편에 대해 MBC 내부에서는 김재철 사장이 파업 국면을 틈타 시사교양국을 와해시키는 조직개편을 통과시켰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또, 파업 참여율이 높은 부서를 통합하거나 축소해 80여 일이 넘게 계속되고 있는 파업을 흔들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비난도 나온다.

시사교양국의 한 PD는 "그동안 권력을 비판하고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던 시사교양국만의 특성을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조직개편"이라며 "김재철 사장이 MBC가 쌓아왔던 조직문화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PD는 "눈엣가시였던 기존의 시사교양국과 라디오본부의 조직을 축소해 편성제작본부 아래에 둔 것은 김 사장의 측근인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을 통해 프로그램 통제를 더 쉽게 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며 "백 본부장은 윤길용 시사교양국장과 함께 을 탄압한 대표적 인사"라고 말했다.

한편, MBC PD협회는 시사교양국을 죽이는 이번 조직 개편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기로 결의했다. MBC 시사교양 평PD협의회는 오는 23일 긴급 총회를 열어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한 비판여론을 수렴하고 시사교양국의 원상회복을 위한 투쟁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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