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위원장 곽승준)가 포털 네이버를 도마 위에 올렸다.

서울 광화문 KT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열린 5차 ‘곽승준의 미래토크’로 다뤄진 ‘인터넷 포털 절대 권력인가, 착한 플랫폼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2시간 동안 100여 명의 청중 앞에서 네이버 독과점 문제가 집중적으로 토론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금년 중으로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네이버를 규정하는 것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에서 포털 관련 토론회가 열린 것은 올해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은 네이버 독점의 문제로 △공정성 논란이 있는 폐쇄적인 검색 시스템 △과도한 트래픽 독과점을 이용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 △저널리즘을 종속시키는 구조를 지적하며 “이제라도 불공정 경쟁의 폐해를 해소하고 네이버를 열린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 놔두면 지금보다 더 큰 문제가 터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국장은 “네이버는 검색 결과의 28.7%만 네이버 외부를 내보내고 나머지 71.3%의 트래픽을 지식검색이나 블로그, 카페 등 네이버 내부 자체 콘텐츠로 연결시키고 있다”며 “네이버는 포털로서 관문 기능을 하는 게 아니라 가두리 양식장처럼 모든 사용자들을 네이버 안에 가둬두는 기형적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고, 공유와 개방이라는 웹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는 비정상적이고도 불공정한 시장 경쟁 방식”이라는 이야기다.

네이버는 외부 검색엔진의 유입을 제한해 지식검색이나 블로그 등의 검색을 막고 있다. 구글이 우리나라에서 맥을 못 추는 데는 이런 요인도 크다. 네이버 내부에 쌓인 콘텐츠는 네이버 이용자들이 만든 것이지만 네이버가 이를 점유하면서 네이버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는 3500만명 정도인데 웹 브라우저 첫 페이지를 네이버로 설정해 놓고 쓰는 사람이 23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정환 국장은 과거 ‘MB 탄핵’이나 ‘신정아 성추행 논란 의원’ 등이 실시간 검색어에서 사라져 검색 공정성 논란이 벌어졌던 사례를 예로 들며 “네이버가 검색 결과를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있다고 믿고 싶지 않지만 네이버의 검색 신뢰성이 도전받고 있으며 투명하지 못한 검색 알고리즘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의 높은 검색 점유율은 고스란히 검색광고 매출과 트래픽으로 이어져 네이버에 광고를 하지 않으면 영업을 할 수 없고 네이버에 광고를 하면 매출의 거의 대부분을 광고비로 지출해야하는 영세 온라인 업체들의 사례도 거론됐다. 인기 키워드를 웹 페이지로 연결시키지 않고 네이버 검색 결과로 연결시켜 검색 점유율을 높이는 편법도 지적됐다. 네이버가 검색결과를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네이버가 영리기업인 건 맞지만 포털의 공적책임을 방기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네이버 3대 논란, ‘불공성’-‘독과점’-‘폐쇄성’

이 국장은 네이버가 지난 2007년부터 트래픽이 정체되는 등 외형 성장에 한계를 맞자 부동산·오픈마켓 등으로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나선 것을 두고 “어항 속 고래”라고 지적했다. 네이버 스스로도 운신의 폭이 좁은 데다 자칫 어항을 깨뜨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국장은 “네이버가 감당할 수 없는 트래픽을 안고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서 벗어나려고 뉴스캐스트를 도입하기도 했지만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등 온라인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문제제기는 이날 참석한 다른 언론사 패널들도 적극적으로 지적했다. 조형래 조선일보 산업부 차장은 “포털의 비즈니스 구조를 보면 재벌 구조와 똑같다”며 “네이버는 모든 것을 끌고 들어와서 수수료를 챙기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데, 공유·개방·참여·웹 2.0 정신과 배치된다”고 밝혔다. 그는 네이버가 기사 등 콘텐츠의 최초 게시물을 검색 상단에 보여주지 않는 것을 두고 “네이버가 의도적으로 검색 문제를 안 고치고 있다”며 “(언론사들이 네이버에)콘텐츠를 뺏기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손재권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도 “네이버가 부동산 중계 시장에 진출해 업계 자체를 붕괴시켰다”며 “네이버가 도대체 인터넷 생태계를 위해서 무슨 일을 했느냐”라고 되물었다.

포털측 “네이버는 사랑받아 왔다…시장 경제에 맞춰 성장했다”

그러나 포털측에서는 언론계의 이 같은 문제 제기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최성진 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지난 2009년 기준 인터넷 시장의 경제 규모가 63조 원인데 이중에서 1조 원 정도를 차지하는 ‘대표 기업’이 있다는 것이 생태계 건전성에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어항 속 고래’, ‘독과점 기업’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또 “그동안 인터넷에서 90% 이상의 기업이 도태됐는데 그중에서 좋은 기업이 살아남고 소비자의 사랑을 받아왔다”며 “(네이버 등 포털) 기업은 시장 왜곡이나 다른 힘에 의해 성장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 시장 경제에 맞춰 성장해 왔다”고 밝혔다. 또 네이버가 검색 서비스 블로그를 통해 검색 서비스 구성을 알려온 점, 신문법·언론중재법 등을 통해 규제를 받고 있는 점 등을 들어 “포털도 책임감을 인식해 왔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생태계의 문제를 네이버의 문제로 한정해 책임을 묻는 방식이 부적절하다는 반박도 나왔다. 임종수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그동안 유지해 온 네이버 모델을) 이 시점에서 잘됐다 잘못했다고 쉽게 판단할 수는 없다”며 “해외에서는 인터넷 상에서 역동적인 변화가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면 (네이버만의 문제가 아니라)인터넷 상에서의 공정 경쟁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양측의 엇갈린 진단에 대해 이날 참석한 청중들 중에서는 언론사쪽의 주장에 박수를 치는 등 동의하는 의견이 적극적으로 표출됐다. 한 시민은 “(네이버의)독과점으로 창출된 수익을 사회적인 기여를 하도록 선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다른 시민은 “(네이버가)사회적 공기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언론사의 자성을 촉구하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시민은 “네이버가 가지고 있는 힘을 이용자들은 지지하고 있다”며 “언론사에서도 충분히 이용자들의 지지를 받을만한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안 콘텐츠 모델 진흥과 네이버 공적 규제를 병행해야” vs “언론이 반성해야”

이를 두고 언론사쪽에서는 네이버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제와 인터넷에 대한 진흥책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정환 편집국장은 “공정거래법을 통해 독과점을 규제하고 네이버의 점유율을 낮추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보다는 네이버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필요하다”며 “인터넷 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네이버도 좋은 콘텐츠에 트래픽을 나눠주는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국장은 “언론사들도 네이버에 의존하지 않는 콘텐츠 수익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며 “국가 차원에서도 대형 포털의 점유율을 낮추는 것 못지 않게 인터넷 생태계의 활성화하고 대안 콘텐츠 모델을 육성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형래 조선일보 차장도 “인터넷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데, 방통위나 공정거래위가 나서야 한다”며 “시장 독과점에 대한 규제는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재권 매일경제 기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 포털 외곽에서 네이버와 대항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며 “신생 벤처에 정부 차원의 R&D가 집중적으로 투자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곽승준 “네이버, 진정성 있다면 다음 토론회 나와야”

반면, 임종수 교수는 “인터넷 규제를 가하면 그 규제를 지탱해 내는 것은 네이버 밖에 없다”며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임 교수는 “사이버 공간을 개발하는 것은 10년 이후 먹거리 만드는 것으로 여기에 규제를 하는 것은 결국 우리에게 족쇄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네이버의)독점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임종수 교수는 “인터넷이라는 거대하고 새로운 공간에서 기존의 신문사, 방송국은 설 곳은 없는 언론의 위기 상황”이라며 “언론이 좀 더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직접적으로 자사 뉴스를 소비하는 이용자와 상호 소통을 하는 모바일 경제학의 논리와 홍보(PR) 기법을 (언론사가)많이 개발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 언론사가 열심히 좋은 뉴스를 만들어도 블로그의 카피(copy)로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콘텐츠 전달자로 전락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편, 곽승준 위원장은 “(최근)시장경제 체제는 기업이 단순히 이윤 추구를 하는 것보다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과 같은 나눔, 배려, 기부에 더해 이윤 추구가 섞이는 양상”이라며 “플랫폼은 공적 기능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그는 “방통위 담당 국장이나 과장이 부탁해도 (네이버쪽에선 토론회에)안 나왔다. 본인들이 벽을 쳐놓은 것”이라며 “진정성이 있다면 나와서 토론하는 과정에서 뭔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겠나”라며 두 번째 포털 토론회에는 참석할 것을 공식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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