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출구조사 발표가 선거 판세를 사실상 결정했던 ‘오후 6시 드라마’는 없었다. 11일 오후 6시 KBS MBC SBS 등 주요 방송사가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는 유권자의 ‘판세 갈증’을 해소하기는커녕 혼란만 부추겼다.

방송사가 예측한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 모두 130~150석 가량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어느 정당이 앞섰다고 볼 수 없으며 개표 결과를 봐야 판세를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결과는 최근까지 전국단위 선거에서 방송사 출구조사가 지닌 ‘상징 효과’와는 거리가 있는 상황이다.

방송사는 출구조사를 통해 2010년 지방선거 때는 민주당의 승리를, 2008년 18대 총선 때는 한나라당 승리를,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 때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승리를 예측했고, 실제 결과도 그렇게 됐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오후 6시 투표 마감과 함께 사실상 승자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송사 출구조사에 눈길이 쏠렸다. 그러나 이번에 방송사가 발표한 결과만 보면 어느 당이 우세한 것인지, 불리한 것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는 결과이다.

가능성으로만 보면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의석이 새누리당을 앞설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또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의석이 150석이라는 원내 과반 의석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이다.

초접전 예측 지역들의 실제 개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여야의 희비는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새누리당이 19대 총선에서 참패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방송사 예측 조사 결과를 보면 최소 130석 가량은 얻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입장에서는 일단 방어선은 구축한 셈이다. 그렇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원내 제1당을 민주통합당에 내주고 통합진보당을 포함한 의석이 150석을 넘어설 경우 여소야대 정국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방송사 출구조사의 가장 큰 특징은 여야 1대 1 대결 속에 자유선진당, 국민생각, 진보신당 등 다른 정당들은 존재감이 미미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야당이 야권연대 성사를 통해 새누리당과의 1대 1 대결을 성사시켰다면 새누리당 역시 자연스럽게 보수단일화 효과를 봤다는 얘기다.

친이명박계, 친박근혜계 모두 새누리당 쪽으로 ‘대동단결’의 흐름을 만들었고 이는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를 방어하는 버팀목이 됐다.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로 나타난 특징을 살펴보면 새누리당은 대구와 경북 등 전통적 표밭인 TK 지역에서 압승을 거뒀으며, 경남 지역도 사실상 석권에 가까운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의 경우 문재인, 조경태 등 민주통합당 유력 후보 등에게 의석을 내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영남권에서만 60석 안팎의 압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부산권을 중심으로 선전을 이끌었지만, 대구와 경북, 울산, 경남 등 다른 지역의 경우 17대 총선이나 18대 총선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고전했다는 얘기다.

   
 
 

개별 지역구로 보면 후보들의 득표율은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새누리당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물론 이는 방송사 출구조사를 전제로 한 분석이다. 또 주목할 대목은 강원도와 충청북도, 충청남도 등에서 새누리당이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강원도와 충청북도 등에서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남권 압승과 충청권 강원도 등에서의 선전 등이 이어졌지만 새누리당이 민주통합당과 제1당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서울과 경기 등 의석이 많은 수도권 지역에서 ‘참패’를 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통합당이 수도권에서 70석 안팎의 의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의 경우 48개 지역구 가운데 새누리당이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곳이 10곳 안팎에 머무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서울과 경기도에서 2004년 탄핵 정국에 버금가는 참패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음에도 영남권의 압승 등을 바탕으로 선전하는 결과를 보였다는 얘기다.

물론 실제 개표결과는 출구조사와는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또 비례대표 의석 등을 포함할 경우 원내 1당의 우열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방송사 출구조사의 또 다른 특징인 통합진보당의 약진 가능성이다. 통합진보당은 서울 경기는 물론 전남 전북 등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선전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진보정당의 전통적 강세지역인 울산과 창원에서는 새누리당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전남에 이어 전북에서도 선전하는 결과를 보여줬다.

또 수도권의 경우 야권 단일화 효과 속에 새누리당 유력 후보를 넘어서는 예상 득표율을 기록해 이번 총선의 ‘숨은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번 총선 결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실제 개표 결과를 지켜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 출구조사가 개표결과가 크게 다르게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섣부르게 어떤 정당의 유불리를 단정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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