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김용민(서울 노원갑) 후보의 막말 논란이 4·11 총선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일부 언론은 단순히 후보 검증 차원을 넘어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을 물타기하고 이명박 심판론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막말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2004년 인터넷 라디오 방송 <김구라·한이의 플러스18>에서 테러 대처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미국에 대해서는 테러를 하는 거예요. 유영철을 풀어가지고 부시, 럼스펠드, 라이스는 아예 XX을 해가지고 죽이는 거예요” 등 성폭력을 뜻하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김 후보의 8년 전 발언이 알려진 지난 5일 <김용민 “노인들 시청 못 오게 에스컬레이터 없애면 돼”>라는 제목의 기사를 시작으로 연일 1면 기사와 사설을 통해 이 문제로 총선 쟁점으로 부각했다.

막말 파문이 지면을 도배하면서 총선 정국의 최대 이슈였던 민간인 불법사찰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났다. 지난달 29일 KBS 노동조합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이 작성한 사찰보고서 2619건을 폭로한 뒤 방송인 김제동·김미화씨 등이 잇따라 자신들도 사찰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의 몸통으로 부각됐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지난 2일자 머리기사  <‘민간사찰 정국’ 반전 그리고 혼전>, 3일자 머리기사 <청와대·민주당 막가는 폭로전> 등을 통해 여야의 주장을 기계적으로 전달하면서 민간인 사찰을 정치권의 공방으로 규정했다. 중앙일보도 4일자 3면 기사 <선거판, 네거티브 블랙홀에 빠지다>에서 비슷한 논조를 보였다.

총선 기간 후보의 과거 행적에 대한 검증이 언론의 역할이라는 것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최고 권력기관의 인권유린 사태인 불법사찰에 대해 함구하면서 특정 후보의 발언을 문제 삼는 것은 사찰 정국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는 전형적인 ‘물타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보수언론은 심지어 불법사찰 물타기를 넘어 ‘야당심판론’이라는 의제를 띄우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9일자 1면 기사 에서 “현재 야당은 현 정부의 실정을 공격하는 ‘MB 심판론’을, 여당은 야당의 말 바꾸기를 비판하는 ‘야당심판론’을 각각 내세우고 있다”며 “다만 ‘나꼼수’ 진행자였던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 이전에 조사가 실시됐기 때문에 최근 민심에선 야당 심판론이 더 커졌을 개연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새누리당도 막말 파문을 정권심판론을 뒤집을 수 있는 호재로 보고 적극 활용했다. 새누리당은 “사퇴권고를 시늉으로 한 건지는 몰라도 한 대표의 허약한 리더십이 또 한 번 입증됐다. ‘나꼼수’ 권력에 주눅들은 민주통합당은 공당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짧은 논평을 냈다.

하지만 서민경제 파탄, 친인척 비리, 신공안정국 조성에 이어 불법 사찰 문제까지 겹쳐 나온 정권심판론을 말바꾸기, 막말 파문이라는 야당심판론과 동일선상에 두는 무리한 시도가 과연 효과를 낼 것인지는 의문이다.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YTN라디오 ‘강지원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김 후보의 막말 논란에 대해 “제가 보기에는 개인의 인격에 관한 문제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그걸로 오래 끌어봐야 선거에 크게 영향을 미치거나 그렇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보수신문들이 정권심판론을 뒤집을 의제 전환용으로 김용민 논란을 활용하고 있다”며 “조중동은 미디어법 개정을 주장하는 야당이 당선되면 자사에 불리하기 때문에 야당 비판에 열을 올린다”고 지적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김용민 후보의 발언 속에서 비하된 ‘기독교, 노인, 미국’ 은 보수층이 옹호하거나 인적 기반이 되는 키워드”며 “보수언론이 김 후보의 발언을 부각하는 것을 이 논란을 통해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정치적 성향이 없는 중간계층의 투표 의지를 떨어뜨려 자신이 지지하는 보수정당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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