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 민주통합당 노원갑 후보의 과거 막말 파문이 거세지면서 한 뉴라이트 계열 새누리당 후보가 4년 전 “조선 백성이 일제시대 때 조국을 일본이라 여겼을 것”이라는 등의 친일 망언을 했던 사실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하태경 새누리당 부산 해운대기장을 후보는 열린북한방송 대표 시절인 지난 2008년 5월 8일 반북 매체인 데일리NK에 기고한 글에서 “일제 치하의 조선사회는 그 이전 이씨 왕조의 조선시대에 비해서 경제 성장, 치안, 교육 등에서 큰 진보가 있었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의 조선족처럼 자기 민족은 조선인이지만 조국은 일본 대제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 후보는 이어 “일제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조국이 일본이라는 데 대해 별 의심이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193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조선인들이 일본은 자신의 조국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아주 높아졌다”며 “독립운동을 했던 이광수, 최남선, 최린 등이 독립을 포기하고 자치 노선을 걷게 되는 것도 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 후보는 이들이 황국 신민으로 살아가되, 조선 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조선인의 진로를 선택했다며 친일반민족 행위자들의 삶을 정당화했다.

하 후보는 특히 일제시대 이광수, 최남선, 최린 등 해방직후 반민특위에서 이미 친일파로 분류됐던 인사들을 두고도 난데없이 달라이라마의 노선에 빗대 “달라이 라마가 중국에 강점된 지 28년만에 독립에서 자치 노선으로 돌아선 것처럼 이광수, 최남선 등도 1895년 을사조약부터 치면 약 40년, 1910년 한일합방 때부터 치면 약 30년만에 독립에서 자치 노선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해명해줬다.

그러면서 하 후보는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일제시대 우리 조상들은 적어도 1930년대 후반이 되면 대부분 자신의 조국을 일본으로 생각했을 가능성은 아주 높았다고 볼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일제강점이 극에 달했던 1930년 대 중후반 친일인사들이 조선인의 전쟁 동원을 독려했던 것에 대해서도 하 후보는 “일제시대 조선 사람들도 민족은 조선족이지만 조국은 일본이었다면 조국이 참가하는 전쟁에 조국을 응원하는 것은 정상참작의 사유가 되지 않을까”라고 정당화했다. 제국주의 전쟁터에 동족을 내몬 행위를 정상참작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 후보는 일제시대 때 고위직에 있던 인사들에 대해서도 “고위직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친일파라고 단죄하는 것도 적절하지 못하다”라며 “현재 북한 통치기구의 일원이었다고 해서 친북파로 단죄할 수 없듯이 일제 식민통치기구의 일원이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친일파로 단죄하는 것은 바람직한 기준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일본 천황을 찬양하고, 일본 전쟁을 미화, 선전한 문화예술인들까지 친일파로 분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하 후보는 역설했다.

앞서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의 하 후보는 서울대 자연대 동문 카페 게시판에서도 “친일이지만 친 민족이 있을 수 있다”며 “일제시대 말엽으로 가면서 조선의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현실주의 노선이 힘을 얻어 갔고, 그래서 3.1 운동 때 참여했던 최남선, 이광수 같은 사람들이 입장을 바꾸어 독립 노선에서 자치 노선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그는 “조선의 자치론자들은 재평가되어야 한다”며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민족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현실주의적 노선을 견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하 후보는 식민지시기 근대화됐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그는 “적어도 일제시대에 한국이 근대화되었다는 것은 이제 어떤 입장이 아니라 팩트”라고 했다.

한편, 하 후보는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펴 도마에 올랐다. 지난 2005년 3월 17일 서울대 자연대 동문 카페에 올린 ‘독도 전략’이라는 글에서 그는 “독도 문제가 정말 우리나라 국익에 사활적인 이해관계가 있다면 분노만 할 것이 아니라 전략을 짜야 한다”며 “전쟁은 할 수 없는 것이고 결국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야한다면 그 타이밍과 승리하기 위한 전략을 잘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데 지금 당장 국제사법재판소에서 판결을 한다면 누구한테 유리할까? 유리하다면 왜 인가? 만약 지금은 일본이 유리하다면 어떻게 그것을 뒤집을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던졌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7일 오전 브리핑에서 하 후보의 독도망언과 친일기고문을 두고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며 “목숨을 걸고 싸웠던 독립투사들을 능멸하고 조상들을 욕보이는 망언”이라고 성토했다.

김 대변인은 “이런 후보의 당선을 진심으로 기다리는 사람들이 누구일지 상상해보라”라며 “툭하면 나라를 맡기네 못맡기네 하던 박근혜 위원장이었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용서할 수 없는 일본의 독도도발이 다시 시작되고 있는 요즘, 하태경 후보의 망언은 대한민국의 수치이고 국민들에게 지울 수 없는 분노와 모욕감을 안겨주고 있다”며 “박근혜 새누리당이 그토록 외치던 ‘쇄신과 개혁’, 이명박 대통령의 단골메뉴인 ‘국격’이, 친일후보의 공천을 의미했다면 차라리 구태로 돌아가길 강력히 권고한다. 나라 망신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변인은 하태경 후보에 대해 “자신의 망언을 석고대죄하고 즉각 사퇴하는 것이 유일한 애국의 길임을 강조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