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건 2주기를 맞아 당시 58명의 생존장병 대부분이 여전히 고통 속에 지내고 있으며, 특히 전역한 이들이 아픔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생존장병 전역자는 매년 이맘 때가 되면 말 수가 적어지고, 일부는 접촉 자체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들 대부분은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26일 서울신문에 따르면, 천안함 생존자 안재근씨(당시 상병)의 부친 안도승씨는 “아들이 평생 가슴에 안고 가야 할 아픔”이라며 “그날 이후 2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 집에서는 아직도 천안함 얘기만은 꺼내지 못합니다”라고 말했다.

안재근(24·계명대 4년)씨는 천안함 생존 장병으로 사건 당시 상병이었다. 사고 당시 그는 함수 쪽에서 40㎜ 함포 당직근무를 서다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복학 후 바쁘게 생활했지만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던 악몽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고 서울신문은 전했다.

부친 안도승씨는 서울신문 기자와 만나 “재근이가 사고 당시 동료를 구해 영웅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매년 이맘 때면 말수가 적어진다”면서 “중학교 친구인 손수민 하사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우울증으로 고통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은 “천안함 생존 장병들의 상처는 여전했다”며 “그렇지만 군이든 사회이든, 그곳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전했다. 전역한 생존 장병 몇몇에게도 전화를 걸었으나 “그 사람이 아닌데요”라고 피하거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서울신문은 전했다. 또한 어느 정도 고통에서 벗어나 평상으로 돌아왔지만, 지금도 생존장병 대부분은 언론 인터뷰 등 외부 노출을 꺼렸다고 이 신문은 밝혔다.

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은 26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상도입니다>에 출연해 “지금 생존장병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병은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으로 평생가는 병”이라며 “좀 더 확실한 지도를 위해 전문 상담가와의 멘토링도 연결도 해드리고 본인이 원하면 가정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이사장은 생존장병들 가운데 현재 16명이 전역을 했으며, 이들이 몹시 고통을 당하고 있다며 3월 2주기 행사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에 돌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존자 뿐 아니라 유족들도 상처를 겪고 있으면서도 천안함 사건에 대한 여러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함 사고 직후 실종자가족협의장을 맡기도 했던 이정국(최장환 상사의 자형)씨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당시 합참과 국방부가 사건 전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군 내부에 기강의 해이와 근무 태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건 뒤에도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게 천안함 조사 내용을 설명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최수동(김종헌 상사의 매제)씨는 “고인의 여동생인 아내는 고인과 관련된 날이 되면 우울증을 보인다. 나라를 지키다가 죽었으니 그 죽음을 존중해야 한다”며 “사건의 진상을 믿지 못하겠다거나 장병들이 개죽음했다고 하는 것은 가족에게 상처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어뢰추진체를 인양했던 대평호 선장 김남식씨는 “천안함 사건의 원인을 밝힌 증거물을 인양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의심했다”면서도 “이 사건을 보면서 정당도 언론도 자신들의 의견에 따라 사실을 다르게 바라본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초기에 군이 실수한 점들이 있어서 국민들이 의심하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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