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천안함 침몰사건 2주기를 맞아 국방부는 ‘북한 응징의 날’로 정하고 각종 훈련과 행사를 벌이는데 여념이 없지만, 젊은 장병 46명의 희생과 해군초계함 침몰이라는 참사에 대한 책임지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천안함 사전사후 대처 미흡 등으로 징계처분이 난 장성과 장교 대부분은 불복·항고해 징계가 취소 또는 폭이 최소화됐다.

일부 중징계를 받은 인사는 행정소송까지 진행중이다. 무엇보다 감사원이 징계대상자로 통보한 장성 가운데 상당수는 진급하거나 좋은 보직을 받았다. 천안함 사건이 폭침에 의해 발생했다는 것을 전제로한 징계마저 이렇게 경미하거나 심지어 신속히 복권이 이뤄진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침몰사건의 원인에 대한 의혹이 아직 해소되지 않아 일각에서는 진실규명을 위해 싸우고 있지만 정작 ‘천안함’의 책임자들은 면죄부에 승진까지 받는 현실을 국민은 어떻게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것인가.

▷천안함 징계 대상 25명중 징계확정된 이 5명 불과…행정소송도=지난 2010년 6월 감사원의 천안함 직무감사 결과 천안함 사고 관련 책임자로 모두 25명(장성 13명 포함)의 장성 및 장교가 징계 통보를 받았다. 감사원은 이 가운데 12명에 대해서는 군법에 의거, 사법처리를 권고했다. 그러나 12명 모두 불기소 또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해 11월 실시된 군검찰 내사결과 황중선 전 합참 작전본부장(중장), 박정화 전 해군작전사령관(중장), 김동식 전 2함대사령관(해군소장), 최원일 전 천안함장(중령) 등 4명을 군형법상 전투준비태만과 허위 보고 혐의로 입건했으나 기소유예(3명) 및 혐의없음(1명)으로 불기소됐다. “군의 사기를 고려했다”는 등의 이유였다.

   
 
 

이후 국방부는 25명에 대해 징계심사를 벌여 9명(정직 1명, 감봉 1명, 근신·견책 7명)에 대해 징계처분을 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징계처분 대상자 9명이 대부분 불복·항고해 정작 징계가 확정된 이는 김동식 전 2함대 사령관(정직 3월), 박정화 전 해군 작전사령관(감봉)를 제외하고 김학주 전 합참 작전참모부장(근신→견책·감경), 박동선 전 2함대사령부 작전참모(근신→견책·감경), 이원보 2함대 22전대장(근신) 등 5명에 불과했다. 양철호 전 합참 작전처장과 류제승 전 국방부 정책실장, 정기웅 합참 지휘통제실장, 백종찬 합참 지휘통제반장 등 나머지 4명은 “사고와 직접 연관이 없거나 임무를 소홀히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징계가 아예 취소됐다.

김동식 소장은 징계에 불복해 법원에 징계무효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1심에서 패소했다.

▷징계자·대상자 중 8명 진급 또는 복권=문제는 이렇게 징계를 받았거나 징계 대상에 올랐던 이들이 무더기로 진급하거나 괜찮은 보직을 받았다는데 있다.

견책처분으로 징계가 완화된 김학주 합참 작전참모부장은 지난해 11월 11일 중장으로 진급했다. 사건 당시 미상물체를 새떼로 단정해 보고했다는 이유로 가장 큰 중징계(정직 3월)를 받았던 김동식 소장은 지난해 11월 해작사 부사령관에 보임됐다. 감사원 감사결과 징계대상자로 분류된 직후 전역한 김기수 전 합참 전력기획본부장(예비역 중장)은 지난 2010년 9월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으로 기용돼 화려하게 부활했다.

특히 천안함 사고의 당사자로 징계유예처분을 받았던 최원일 전 천안함장(해군중령)은 해군본부에 근무하다 지난해 12월 해군 교육사령부의 기준교리처장에 임명됐다.

이밖에도 징계대상자로 분류된 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해군준장)은 소장으로 진급한 뒤 현재 2함대 사령관을 맡고 있다. 징계가 취소된 류제승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육군 소장)은 지난해 4월 중장으로 진급, 8군단장으로 활약중이다. 최병로 전 3군사령부 작전처장(육군 준장)과 전병훈 전 해병대사령부 참모장(준장)도 징계대상에 들어있었으나 소장으로 진급했다.

천안함 사건으로 옷을 벗은 이는 이상의 전 합참의장이 거의 유일하다. 김태영 전 국방장관의 경우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 조사단 발표가 완료된 이후에야 사퇴했다. 박정화·황중선 중장도 전역했지만, 이들의 동기가 대장 진급을 해 그만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 군안팎의 분석이다.

▷군형법상 근무태만 최고 무기징역…과실로 함선손괴 5년 이하 징역=이 같은 징계→감경·취소→진급 등의 조치는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을 받아 침몰됐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적의 공격을 받았다는 것을 가정해 실제 군형법을 적용하면 처벌이 매우 무겁다.

군형법 35조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적과의 교전이 예측되는 경우에 전투준비를 게을리한 사람(근무태만)은 최고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돼있다. 허위보고나 누락의 경우 38조에 따르면, 적전 상황이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고, 그 밖(평시 등)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어뢰의 피격이 아닌 과실에 의해 좌초와 충돌, 피로파괴 등 다른 요인으로 취역(임무)중인 함선을 손괴한 사람에 대해 군형법(71조, 73조)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중대과실이면 7년 이하 징역, 500만원 이하 벌금이다(73조 2항).

▷“대한민국 군 역사상 전무후무…있을 수 없는 일”=천안함 책임자에 대해 이렇게 사실상 책임지지 않은 자세를 보인 것을 두고 과연 군이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국회 국방위 소속 안규백 민주통합당 의원은 2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지 2년을 맞아 돌아가신 젊은 영혼에 대해 위로와 애도를 다시 보낸다”면서도 “사태의 본질(침몰원인)이 뭐냐를 떠나 ‘작전의 실패 보다 경계의 실패는 용서못한다’고 군 스스로 말하면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대해 국민 누구나가 유감으로 여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특히 징계 대상자가 줄줄이 진급한 것을 두고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할 군이 자기합리화를 통해 징계대상자를 승진시킨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이는 대한민국 군역사사장 전무후무한 일이 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경미한 책임이 있는 자에게 승진까지 막는 것은 과하다는 입장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0일 “전시가 아닌 상황에서 야간에 잠수함의 어뢰에 격침된 전례가 없었고, 세계적으로도 처음 있는 일”이라며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는데, 대비를 따지는 것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그러다보니 징계의 경중이 나눠진 것”이라며 “현재 (대잠초계함인) 천안함으로는 잠수함을 탐지할 능력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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