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5천만원을 전달했다는 추가 폭로가 나왔다. 이와 함께 형량을 ‘벌금형’으로 낮춰주겠다며 청와대가 장 주무관을 회유하려 했던 사실도 폭로됐다.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이 2천만원을 건넸다는 증언이 공개된 지 불과 닷새 만이다.

국무총리실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19일 공개된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털어주는남자(이털남)>에 출연해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이에 따르면,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월 중순 무렵 청와대 민정수석실 A 국장은 ‘10억, 미니멈 5억 정도 주겠다’며 장 주무관을 회유하려 시도했다. 이인규 전 국장의 후임인 A 국장은 민정수석실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의 지시를 받고 이 같은 ‘제안’을 건넸다.

<이털남>이 공개한 A국장과 장 전 주무관의 대화 녹취록을 보면, A 국장은 “그래서 내가 10억을 최종석(전 청와대 행정관)한테 얘기했어”라며 “미니멈(최소) 아마 그래서 5억에서 10억 사이면 될 것 같고”라고 말했다. “어쨌든 (돈이) 나오는 건 청와대에서 나오는 거 아니겠어”라는 말도 덧붙였다. 장 전 주무관이 징계위원회에 출석해 최 전 행정관의 지시를 받고 공직윤리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기한 사실을 진술한 직후의 일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장 전 주무관은 이후 실제로 A 국장으로부터 현금 5천만원을 전달 받았다고 말했다. 그 해 4월12일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형(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뒤였다. 장 전 주무관은 그로부터 2~3일 뒤 국무총리실 청사 부근 ‘대림정’이라는 식당에서 A 국장을 만나 돈을 건네받았다고 증언했다. A 국장은 “청와대 장석명 공직기강비석관이 마련해주는 돈”이라며 “항소심 판결 선고로 인해 마음이 안 좋을 것 같아서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A 국장은 또 애초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받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통합당 ‘MB정권비리 및 불법비자금 진상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박영선 의원)’가 이날 공개한 바에 따르면, 장 전 주무관은 “2심에서 벌금형이 나오도록 장석명 비서관이, 거의 벌금형이 가능하다라고 얘기를 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청와대에서 ‘위로금’으로 5천만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이는 동시에 청와대와 검찰이 이번 사건을 공모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일부 뒷받침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A 국장은 장 전 주무관을 경상북도 공무원으로 보내줄 수도 있다는 제안도 했다. 항소심에서 벌금형이 나올 것을 전제로 “그러다가 정 안되면 직장을 경북도로 옮긴다든가 할 수 있지 않느냐”며 장 전 주무관을 회유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장 전 주무관은 공직생활을 불미스럽게 끝내는 것을 원치 않던 상황이었다.

민주통합당은 청와대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즉각적인 소환 조사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영호 비서관의 ‘2천만원’을 언급하며 “이는 비선라인과 공식라인이 모두 증거인멸 및 축소·은폐를 시도한 결정적인 증거”라고 지적했다. 또 “장석명 비서관과 이영호 비서관이 각각 장 주무관에게 지급한 자금의 출처와 그 배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여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비서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서울시 산업국 국제협력과장을 지낸 뒤 2008년부터 청와대에서 일해 온 인물이다.

장 비서관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장진수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며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공무원인데 그런 돈이 어디 있느냐”며 “나와 장진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A 국장은 “장 전 주무관을 취업시켜 주려고 노력했다”면서도 “제가 장 전 주무관에게 돈과 공무원 자리를 제안했다는 얘기는 잘 모르겠고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해명했다.

한편 장 전 주무관은 A 국장에게 전달받은 5천만원을 개인 채무 상환 등에 썼다고 말했다. 그는 “다 밝혀야 한다고 늘 생각은 했는데, 중간에서 전달한 A 국장이 오해를 받을 수 있고 돈을 다 써버려서 속앓이를 했다”며 “다 말씀드려서 정말 개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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