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는 중요합니다만 저는 이미지에 신경 쓰지 않는다.…(수송 수단이 발달하는데도)일부 사람들은 옛날 전차를 타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나.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 혜택도 커질 것이고 그로 인해 발전될 것이다.”

최근 연임이 결정된 이석채 KT 회장은 ‘2G 종료 과정에서 불도저 KT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KT 이미지를 만들어 갈 것인가”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KT가 무리하게 2G를 종료했다며 1심 법원에서 유죄 판결(대법원은 무죄)을 받기도 해 이용자들의 반발이 거셌던 사태에 대해 이 회장의 입장은 간결했다.

기술 발전에 발맞춘 새로운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공격적인 경영이 향후 3년 이석채 '2기 체제'에서도 이어질 것이지만, 사회적 논란 역시 반복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2기 체제'에서는 글로벌 미디어유통 그룹으로의 본격적인 진출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등 단말기 사업자와 케이블 등 유료방송 플랫폼사업자와의 ‘경쟁’이 불거질 전망이다. 그러나 KT는 이런 사업 확대와 이용 요금 인하와는 별개 사안으로 보고 통신비 인하 여론에는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통신비 인하 논란이 또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석채 회장은 19일 서울 종로구 KT사옥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융합의 시대는 통신 그 자체보다는 통신망 위에서 앞으로 생산·유통·소비될 수 있는 가상 재원(virtual goods) 유통에 힘쓸 것”이라며 ‘올레 경영 2기’의 목표로 2015년까지 매출 40조의 ‘글로벌 미디어 유통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KT는 IT 미디어 집중육성, 컨버전스 사업 확장, 글로벌 사업자로 변신 등을 목표로 동영상 콘텐츠, 앱 등 가상 공간에서의 상품(가상 재원)을 국내외에서 유통하는 것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최근 KT가 인수한 엔써즈(Enswers), 유스트림 코리아, 넥스알(NexR), KT이노츠 등의 사장을 이날 기자간담회에 초청해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KT의 복안은 기존 통신 사업을 뛰어넘어 클라우드, 플랫폼, 콘텐츠, IT솔류션, 디바이스 등 다방면의 유통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KT는 핵심 기술로 클라우드 컴퓨팅, 글로벌 데이터 센터(KSDS), 동영상 검색 기술(Enswers)을, 유통 플랫폼으로는 N스크린(IPTV, 스카이라이프, OTS, 스마트폰, 스마트 패드), 실시간 동영상(Ustream)을 꼽았다.

KT가 ‘글로벌 미디어유통 기업’에 대한 다양한 사업 계획이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지만, 주목되는 점은 그만큼 기존 사업자와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석채 회장은 향후에 통신과 비통신 비중을 각각 50대 50으로 만들겠다고 밝혀, 비통신 분야의 사업이 늘어날 것임을 예고했다. 비통신 분야에서는 기존 미디어 사업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며, KT 사업의 성패도 결과적으로 기존 사업자의 경쟁 결과에 달려있는 셈이다. 

우선 국내 유료방송 플랫폼 시장의 변화가 주목된다. KT는 올레TV, 스카이라이프, 올레TV now 등 TV플랫폼에 대한 상품 개발·N스크린 서비스 향상·TV용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개발을 통해 유료방송 시장에서 15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계획이다. 또 KT는 KT스카이라이프를 주력 계열사로 정해 콘텐츠를 비롯해 맞춤형 상품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등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 계획은 현재 가입자 1500만 명을 확보하고 있는 종합유선방송사(SO)와 대등한 수준의 가입자를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한정된 유료방송 시장에서 SO와 KT와의 ‘신경전’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또 인터넷 유통망을 사용하는 사업자들과의 경쟁도 주목된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불거진 KT와 삼성전자가 스마트TV의 인터넷망을 두고 벌어진 다툼이다. 이석채 회장은 “네트워크 건설에 10조 이상 들어간다”며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밝혀, KT가 인터넷망 대가를 지불하는 문제로 단말기 사업자와 논란이 다시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종량제’와도 관련돼 있어 이용자들의 이용 요금 부과 문제도 불거질지 주목된다.

이 같은 사업 확장과 사업자들 간의 경쟁이 얼마나 이용자들의 요금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여서, 이석채 ‘2기 체제’에서도 통신비 인하 문제는 거듭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석채 회장은 ‘총선 앞두고 여러 가지 통신 요금 인하 공약을 내놓겠다고 얘기하는 정당이 있다’며 통신비 인하 여부를 물은 한 기자의 질문에 “단말기 값의 문제”라며 일축했다. 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가 휴대폰 가격을 평균 22만5000원 뻥튀기해 책정해 놓고 보조금 지급으로 할인해준 것처럼 소비자를 속여 온 것이 최근 공정거래위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지만, 이 회장은 통신사 책임론에서 빗겨간 입장인 셈이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단말기가 외국 시장보다 훨씬 더 비싸다”며 “(이게 해결되면) 서비스 요금 자체는 내려간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가든 똑같은 값으로 (단말기를) 사게 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통신 요금이 정말 싸구나’라고 느끼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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