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1년, 일본 사람들 스시를 끊었다”
“후쿠시마 1년, 일본 사람들 스시를 끊었다”
김대홍 KBS 전 일본 특파원, “취재 헬기탔다 방사능 피폭, 후배에 큰 죄 지은 것 같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에 따른 방사능 유출이 시작된지 1년을 맞아 일본인 또는 일본을 다녀온 사람들이 방사능에 오염된 경험과, 일본산 음식물, 수산물의 방사능 위험성 실태를 폭로하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3월 11일 일본 대지진 직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현지 특파원을 했던 김대홍 전 KBS 도쿄특파원(현 보도국 편집주간실 기자-9시뉴스 기획 담당)은 최근 발행한 저서 ‘일본의 눈물’(올림)에서 이 같은 자신 동료의 방사능 오염사례, 일본 전문가들의 방사능 위험 경고 등을 기록했다.

김 전 특파원은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3월 14일(당시 지진발생 나흘째)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의 외벽이 수소폭발로 붕괴된 직후 KBS 촬영기자와 함께 헬기를 타고 후쿠시마 상공에서 ‘방사능 공포, 줄줄이 이어지는 피난 행렬’을 취재하고 있었다.

김 전 특파원은 이날 오후 5시쯤 사무실로 돌아와 편집을 하던중 헬기에 함께 탔던 촬영기자로부터 면담요청을 받았다. 그는 대화과정에서 후배 촬영기자 말한 내용을 이렇게 이렇게 전했다.

“선배, 저 내일 서울에 돌아가고 싶어요. 아무래도 오늘 방사능에 오염된 것 같아요. 내일 서울 가서 정밀 검사를 받고 싶어요…선배, 헬기 유리창을 열고 지상을 찍고 있을 때 검은 먹구름이 헬기를 덮쳤는데, 그게 영 찜찜해요. 구름이 내 몸을 통과했는데, 아무래도 그게 방사능 같아요.”

그는 대화를 나눈지 1시간 쯤 뒤 이 후배기자가 결국 본사 영상취재부 데스크와 상의한 끝에 복귀하기로 했다는 말을 전해듣고는 자신도 불안해졌다고 털어놨다. 자신의 몸에서도 열이 났기 때문. 일본 현지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니 큰 문제는 없었다는 것.

하지만 몇 달 뒤 KBS는 원전사고 당시 취재팀 일부를 조사한 결과 1명이 방사능에 피폭된 것으로 나타났고, KBS 서울 본사는 김 특파원도 귀국해 조사받도록 했다. 조사결과 KBS 취재팀 79명 가운데 19명이 1000개 가운데 3개 이상의 DNA가 파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특파원은 “나는 염색체 2개가 파괴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신과 당시 후쿠시마 상공에서 취재했던 후배 촬영기자는 염색체 5개가 파괴된 것으로 검사결과가 나왔다. 김 전 특파원은 “그 후배 말처럼 검은 먹구름 속에 방사성물질(방사능)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며 “나는 그 후배에게 큰 죄를 지은 것만 같았다”고 괴로워했다. 그는 이어 “원전 밖 30km까지 접근하지 말라는 ‘보도 가이드라인’은 지켰지만 그것만으로 후배에게 떳떳할 자신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밖에 도쿄특파원을 하는 동안 후쿠시마 원전에서 배출된 방사능오염수와 방사능이 대기중에 퍼졌다가 가라앉은 바다의 방사능 오염상태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특히 바닷속에서 서식하는 물고기의 문제였다. 김 전 특파원은 지난해 도쿄 인근의 지바현 조시 앞바다의 어판장을 방문해 취재하던 중, 수협 관계자인 듯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한 것을 소개했다.

“작은 생선과 광어, 가자미는 팔리지 않아요. 어디서 잡았든 상관없이 모두 안 팔리고 있어요… 큰 놈들보다 작은 놈들, 특히 광어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요”

김 전 특파원은 “그 소문은 사실이었다”고 썼다.

그는 바다 생물 가운데 가장 위험한 어종으로 광어를 1차적으로 위험한 물고기로 지목했다. 김 전 특파원은 도쿄 해양대학 이시마루 다카시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이것은 원전 부근 바다 밑바닥에서 채취한 진흙인데요, 진흙 안에 세슘 124와 137이 검출됐어요. 원전 가까운 곳에 있는 바닷속 진흙은 오염돼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런 곳에 사는 생물들은 장기간 오염될 수밖에 없죠. 그 대표적인 물고기가 광어에요”

이시마루 교수는 광어의 먹이사슬 관계를 통해서도 위험성을 강조했다. 이시마루 교수는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가장 먼저 식물성 플랑크톤이 오염되고, 그 다음에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잡아먹는 동물성 플랑크톤이, 그 다음엔 이를 먹는 까나리와 같은 작은 물고기들이, 다음엔 오염된 까나리를 먹는 광어가 방사능에 오염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몸집이 큰 물고기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이런 것도 모르고 ‘아직은 사람이 먹는 물고기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하고 있는데 정말 멍청한 짓”이라고 비판했다고 김 전 특파원은 전했다.

또한 문어에서 광어, 농어로 올라갈수록 방사능 농도가 더 높아진다고 밝혀진 점을 들어 이시마루 교수는 농어나 대구와 같이 몸집이 큰 물고기는 앞으로 1년 뒤 방사성 물질이 검출될 수 있으며, 후쿠시마 해안 뿐 아니라 도쿄만도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도쿄만에서 바지락 같은 조개에서 지난해 3월 말에 이미 검출됐다는 것.

또한 바닷물고기보다 은어와 같은 담수어가 방사능 오염농도가 더 높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담수어는 자신의 체액보다 낮은 농도의 염류가 있는 곳에서 서식하는데, 물을 마시지 않고 염분을 몸에 축적해야 하기 때문에 한 번 몸속에 들어간 방사성 물질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몸속에 계속 쌓인다는 것. 그래서 방사능을 다량으로 농축하게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이시마루 교수는 전했다. 실제로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경우 부근 담수에서 5000~1만5000배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지만, 해수어는 10~100 배 정도가 검출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본현지에서 지내는 사람들의 생활은 늘 불안감·공포를 안고 살 수밖에 없다. 김 전 특파원은 지난해 12월 NHK와 협의회 참석차 도쿄를 찾았을 때 만난 후배(현 도쿄특파원)의 도쿄생활이 절망적이었다고 로부터 생활의 이런 말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밥을 지을 때도 생수를 쓰는데, 쌀을 씻을 때부터 물을 붓고 지을 때까지 생수만 들어가기 때문에 한 번 밥 지을 때 생수가 4리터가 든다는 것이다 과일 씻을 때도 생수를 쓸 정도. 한국업체로부터 생수를 주문, 배달 받으면 매달 생수 값만 2만 엔(약 30만 원)이 넘는다고 이 후배가 설명했다고 김 특파원은 썼다.

쌀 자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원전 사고 이후 생산된 신미(新米)는 먹지 않는다.

김 특파원의 후배는 “일본 정부는 농사 금지구역을 제외한 후쿠시마의 쌀은 모두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 말을 믿는 일본인은 거의 없어요”며 “지난달 후쿠시마 현 오나미 지역과 다테시 농가에서 생산한 쌀에서 기준치(1kg 당 500베크렐)를 넘는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어요. 이러다 보니 올해 나온 신미보다 작년에 나온 쌀이 더 비싸요”라고 설명했다.

이런 방사능 공포 때문에 장사만큼은 신의를 지킨다는 일본인들도 햅쌀을 전년도에 생산한 것으로 둔갑시켜 팔다가 적발되는 일도 생긴다는 것.

그 후배는 “한국 주재원들 가운데는 생선에서 기준치가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면서 ‘스시’는 아예 입도 안대요. 쇠고기도 마찬가지죠. 일본산 와규(和牛)가 맛은 있지만 방사성 물질이 묻어 있는 풀을 먹었을 수도 있어서 일본산 쇠고기는 먹지 않죠. 미국이나 뉴질랜드 쇠고기를 수입 마트에서 사다 먹고 있어요”라고 말했다고 김 특파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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