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6일 화요일 낮, 나는 전북 전주에 있었다. 오후 2시 경 발신미상의 전화가 걸려왔다. 여성의 목소리였다. 다급했다.

“선생님, 좀 도와주세요! 저희 단원들이 구급차로 응급실에 실려 가고 있어요”
“예? 누구시죠?”

나는 전화선으로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에 잠시 당황했다. 자기소개 없이 자신의 정황부터 말하고 있었다. 

“누구시죠? 어디다 전화하셨나요?”
“김상수 선생님이시죠?”
“네. 제가 김상수입니다만”
“네. 저는 KBS교향악단 바이올린 주자입니다.”
“아, 네.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저희 KBS교향악단이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연습중인데 지금 큰일 났습니다.”
“무슨 큰일이 났습니까?”
“단원들이 연습 중에 막 스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고 있습니다.”  

‘함신익’이 2010년 7월 KBS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부임이후 KBS교향악단이 큰 곤경에 빠졌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서울시향 상임지휘자이자 예술감독인 정명훈에 관한 문제제기를 내가 글로 발표할 무렵인 작년 11월 하순경, 전 서울시향 단원이 KBS교향악단의 현재문제를 정리한 스크랩을 KBS교향악단으로부터 받았다면서 나에게 건네주며, KBS교향악단이 어려움에 처했으니 도움을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당시에 그 스크랩을 건네받으면서 되물었다.
 
“KBS교향악단 단원들은 자신들이 닥친 부당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나서서 단결하여 싸우고 있습니까? 그 분들이 잘못된 사실들과 싸운다면 나도 돕겠습니다.”

KBS교향악단 단원들은 작년 11월엔 아직 싸울 태세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나는 전해 들었다. 이후 피켓시위, 거리음악회 등을 하면서 자신들의 처지를 공중에 드러내기 시작했음은 인터넷에서 간간이 보았다. 그리고 난 한동안 자세한 소식을 몰랐다. 기실 나는 작년 11월부터 작년 말까지 서울시향과 정명훈 문제를 제기한 이후, 올해부터는 내 밀린 일들을 처리하느라 바빴다. 

   
 
 

1. 음악인 정명훈, 그리고 "세계적 지휘자"
 이명박 오세훈, 9년 시정(市政)의 적폐((積弊)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11122112256§ion=04

2. 정명훈, ‘토목공사식 성과주의’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08291.html

3. 정명훈은 왜 MB 취임식에 '환희의 송가'를 지휘했을까
 이명박·오세훈 9년, 토목공사식 문화성과주의의 폐해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8948

4. 비정상적인 체제의 오케스트라, 서울시향
  터무니 없는 특혜… 서울시민들 혈세 제대로 쓰고 있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8984

5. 서울시는 서울시향의 정체성을 고민해야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9063

6. 박원순 시장의 정명훈 판단, 낡고 쇠퇴함을 부수는 파격을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9064

7. 박원순 시장에게 묻는다, 정명훈 재계약이 최선이었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9346

내가 쓴 6편의 글과 1개의 인터뷰가 나가자, 진중권이 80여차례 트위터에 정명훈을 옹호하고 나를 인신공격하는 글을 자신의 팔로어에게 띄웠다. 진중권의 큰누나 진회숙씨가 서울시향에서 진행하는 ‘콘서트 미리보기’등의 강의를 하고, 서울시향이 발행하는 잡지 에 2년간 글을 연재하면서 편집장을 하고, 그의 둘째누이인 작곡자 진은숙씨가 서울시향에서 현대음악 행사를 진행하면서 1년에 1억원 가까이 받아가고 있는 사실에서, 정명훈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필자에게 진중권은 트위터로 필자에 대한 공개적인 험담을 하고 명예를 훼손, 모욕하고 비논리적으로 덤벼들었다. 

20만명의 팔로어가 있는 진중권은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unheim 예술의 문제는 예술의 논리로 풀어야지요. 거기에 이명박은 왜 나오고, 오세훈은 왜 나오고, 토건정책 얘기는 왜 나옵니까?”

“@unheim 이상한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죠. 저쪽에 변모가 있다면, 이쪽에 김모가 있고... 문제는 그런 허접한 글이 한겨레, 프레시안, 미디어오늘에 도대체 실릴 수 있었다는 사실이죠. 그 결과 진보진영이 졸지에 문화적 야만으로 취급받는 거...”

“@unheim 정명훈이 나가야 그 자리를 다른 이들이 노려볼 수 있는데, 시장도 바뀌었겠다, 분위기도 진보로 넘어왔겠다, 정명훈=이명박이라고 슬쩍 한 자락 깔아놓으면, 문화예술에 무지한 진보진영과 진보언론들이 떡밥을 덥썩 물 거라 생각한 거죠.”

“@unheim 진보든, 보수든, 이런 또라이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돈이 없어서 전문기goo.gl/hrvGW 자를 못 데려 온다 하더라도, 문화예술에 기본적 소양이라도 갖춘 기자가 하나라도 있다면, 이런 수준의 글이 한겨레, 프레시안, 미디어오늘에 오르는 참극은 막을 수 있겠죠.”

“@unheim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군. "변희재 데칼코마니"네요. http://goo.gl/hrvGW 문제는 이런 또라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진보언론이 이런 수준의 글을 실어준다는 겁니다.”

“@unheim 음악이나 예술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어설픈 정치논리 끌어다가 망나니질을 한 셈인데, 그 어처구니 없는 만행에 진보언론이 통로로 사용됐다는 것이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앞으로 이런 문화적 참극은 다시 없었으면 합니다.”

“@unheim 이명박 정권 들어서니 어디서 완장 찬 듣보잡들이 나타나 문화판에서 서북청년단 노릇하더니, 다시 정권이 바뀌면 저런 부류의 인간들이 완장 차고 애먼 사람들 조지고 다닐 거라 생각하니.... 끔찍하네요.”

“@unheim 궁시렁 대기를 '자기 누나가 시향에 있어서 그런다'.... 그 '누나'라는 사람 프로필 검색이나 한번 해 보고 그런 소리 하던지. 변희재는 한 달 100만원 짜리 중대 겸임교수 했던 게 민주당 김한길 동생 덕분이라고 했었죠.”

“@unheim 박원순 시장님이 진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예술의 수호자이며 후원자라는 것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누구처럼 예술에까지 세계 10대니 뭐니 이런 촌스런 구호 갖다 붙이지 말고...”

“@unheim 미디어오늘에서 아예 김상수를 인터뷰로 모셨네요. 김상수, 그 사람 음악에 대해 아무 것도 모릅니다. 그 사람 늘어놓는 얘기, 거의 모두 거짓말입니다. 인터넷이나 트위터 검색해 보세요. 그럼 사태의 파악에 도움이 되실 겁니다”

진중권의 트위터 글은 도발적이었고 사회를 교란하는 악의적인 글이었다. 어떻게 대응할까?  서울시향 직원 2명과 여타 클래식애호가를 자처하는 몇 명도 지속적으로 나에 대한 모욕적인 글들을 인터넷과 트위터에 자주 올렸다. 자, 어떻게 할까?

현실 몰이해와 현실순응

내가 정명훈 문제를 제기하면서 느낀 당혹감은 수많은 음악계 사람들이 이메일로 전화로 필자의 문제제기에 성원을 보냈지만, 자신들의 이름을 드러내고 나서서 공분(公憤)을 공개적으로 표하는 음악계지식인들은 극히 소수였다. 많은 음악계 사람들이 현실 몰이해와 현실순응에 길들어 있거나 부패한 음악계에 염증을 내고, 문제를 의식하면서도 으레 ‘그러려니’하고 문제를 덮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나는 서울시향 전 단원이 KBS교향악단의 문제를 스크랩으로 건네줄 때, “KBS교향악단 단원들은 자신들이 닥친 부당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싸우고 있습니까?” 하고 물었던 것이다.

전주에서 KBS교향악단 바이올린 주자의 전화를 받고 나는, 이 또한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전주에서의 일정을 취소하고 서울행 고속버스를 탔다.
나는 그 밤에 강남고속버스 터미널 근처에서 KBS교향악단 3명의 단원들을 만났다. 처음으로 KBS교향악단 단원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자세한 얘기를 직접 들었다.

다음날, 3월 7일부터 나는 KBS교향악단 파행에 따른 사태의 전말을 하나하나씩 확인해 나갔다.
확인결과, 문제의 복판에, 그 중심에, 현재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이자 예술감독인 ‘함신익 문제’가 바로 KBS교향악단 파행현실 그 실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충격을 받은 사실은, 예술감독이자 상임지휘자인 ‘함신익’의 전횡으로 교향악단 거의 전 단원들이 함신익 부임이후 19개월이 지난 오늘날,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각한 내,외상을 입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원들 중에서는 ‘상세불명의 자율신경 조절장애’ 등의 구체적인 진단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이들도 있었고, 과도한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좌절, 분노 등으로 집단 트라우마의 치유를 위한 지지정신치료 (Supportive Psychotherapy)를 받아야 하는 지경으로까지 보였다.  

이제 KBS교향악단까지 파괴하기로 작정했나

나는 KBS교향악단 단원들이 처한 현실과 대면하면서 분노가 일었다.

이 졸렬하고 가차 없이 무지한 이명박 정권은 총체적인 국정 난맥인 상태로 국가를 파탄으로 이끌면서 4년 이상 지속돼 왔다. 국민들 삶은 피폐해졌다. 국가는 망가지는 ‘막장’ 지점까지 다가갔고, 치유하기 어려운 국가 사회 분열은 가속화됐다. 도대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건지 알 수 없는 지경이고, 이는 21세기 국가지체(國家遲滯)의 곤란과 혼돈, 소모와 낭비, 심지어는 수많은 생명들의 까닭 없는 희생들, 국민 일반이 계속 겪고 있는 정신적 고통은 이명박의 알량한 경제적 대차대조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이 숨 막히는 한국의 사회현실에서 언(言)과 론(論)의 왜곡이 이제 구조화됐고, 여기에 진(眞)과 실(實)이 뒤바뀌어 착란이 일상화된 오늘에서, 이명박 정권의 막무가내 식 경우 없는 책동들이 나라를 얼마나 어지럽히고 있는지, 명확한 사태들이 도처에서 벌어지는 황폐를 보면서, 국가를 대표하는 예술단체로 국립교향악단이었던 KBS교향악단 역시 지금 처참하게 망가지고 있음을 목도(目睹)했다.
 
이명박, 그리고 KBS사장 김인규는 이제 KBS교향악단까지 완전히 망치기로 한 것인가?

지금 KBS교향악단이 파괴되고 있다.

KBS교향악단은 1956년에 창단된 국립교향악단(國立交響樂團)이 그 전신(前身)이다. 1981년 KBS로 이관된 현 KBS교향악단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다. 이는 우리나라의 여러 교향악단 중의 하나가 아닌, 국립교향악단의 법통을 잇는 정통성(正統性) 있는 교향악단으로의 분명한 자기정체성이 있다.

이 국립교향악단의 현신인 KBS교향악단은 KBS 이관 이후 수년간은 KBS사장 직속 독립단체로 별도의 교향악단 사무국에 의해 운영되었으나, 그동안 수차례의 KBS 자체 조직개편을 통해, 현재는 시청자본부 내 시청자권익보호국 산하, 시청자사업부 내 교향악단 운영팀이란 최 말단부서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실정에 나는 크게 놀랐다.

KBS교향악단은 단순한 음악집단이 아니다. 한 국가의 음악적 성과를 집약하고 표현하는 국가의 대표적인 음악기구이다.

그런데 그 음악기구가 KBS 조직 안에서는 말단 단위 부서로부터 ‘관리’ 당하는 기구로 취급받고 있는 오늘 현실은, 2005년 5월부터 5년 6개월간 교향악단은 상임지휘자도 없이 운영됐고, 연주자가 결원되어도 단원 보충도 하지 않은 채 2004년 110명에 이르던 연주단원이 2010년 83명으로 줄어든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간 KBS가 교향악단 운영을 거의 방치하다시피 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여기에 KBS교향악단 파행의 결정타는 도저히 KBS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이자 예술감독을 맡기에는 전혀 부적격한 인물인 ‘함신익’을 2010년 7월부터 그 자리에 앉게 한 현실에서, 오늘의 KBS교향악단 파행문제의 심각성이 놓여 있고, 대한민국 교향악단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현 KBS교향악단에 심각한 위기를 KBS 자체가 스스로 자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KBS 최 말단부서의 비전문가가 운영하는 KBS교향악단

오늘의 KBS교향악단 사태는 이미 예견될 수 있었다. 단적인 예가 KBS교향악단을 운영하는 현재 KBS교향악단 관련 KBS부서에는 음악과 교향악단 전반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임원이나 직원이 단 한명도 없다는 사실이 이를 말한다. 이는 KBS 교향악단 경영팀의 운영상의 근본 문제점이다. 음악과 예술경영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전혀 없는 기자나 PD출신 등이 2,3년씩 교향악단 경영팀 직원이 되어 '거쳐가는 부서'로 전락한 현실은, 교향악단의 연주기획과 홍보 및 마케팅 등, 교향악단 운영에 필수적인 별도의 전문적인 업무수행이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는 회사에서 상임지휘자로 앉힌 함신익 지휘자가 기획을 하면 관련 부서장들은 지휘자 뒤치닥거리를 하는 실정이다.

이 문제의 근본에는 국립예술단체를 대하는 이명박 정권의 예술정책 이해에 대한 무지, 대선 때 이명박 언론특보로 이명박 쪽에 줄을 댔다가, 이명박 정권의 대표적인 정치적 인사로 KBS 사장으로 낙점된 현 KBS사장 김인규의 교향악단에 대한 몰이해와 예술단체 운영의 무지 등이 ‘함신익’이란 인물을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이자 예술감독이란 자리에 무리하게 앉힘으로써 상상을 넘어서고 있는 일들이 지금 KBS교향악단에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자세한 사례들은 다음번에 발표하는 글에서 다룬다. 

함신익은 어떤 인물인가

‘함신익’에 대해서는 두 번째 다음 번 발표 글에서 보다 살피고자 한다. 다만 오늘 첫 번째 글에서는 두 가지 사례만 들어서 그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2010년 10월 19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있었던 KBS 교향악단의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 직후에 KBS 교향악단 전 총무인 K씨에게 한 폭언을 여기에 옮기기로 한다.

“나는 KBS사장하고 독대를 해서 KBS교향악단을 다 뒤집어 놓을 수도 있다.”

6.25 전쟁이후 반세기 너머 역사인 국립교향악단의 현신인 KBS교향악단을, 2년여 한시적인 시기에 일정 책임을 맡은 지위에 있는 상임지휘자가 “KBS교향악단을 다 뒤집어 놓을 수도 있다”는 폭언이 서슴없이 가능하다? 함인식의 이런 폭언은 이전이나 이후에도 수다하게 있었다. 그럼? 그런 인물인 ‘함신익’은 과연 어떤 인물이고 무엇 때문에 이런저런 폭언이 가능할 만큼 처신할까?

두 번째 사례다. 함신익이 대전시 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있을 때 부지휘자로 있었던 L씨(현재 모 도립예술단 상임지휘자)의 증언에 의하면, “오늘 날 함신익 지휘자의 문제로 벌어진 KBS교향악단 사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태였다. 내가 부지휘자로 있었을 당시, 그는 단원들을 인격적으로 모욕하기가 다반사였다.
 
심지어 부지휘자인 나에게도 ‘너는 내 가방 ’모찌‘라고 했을 정도니까…”, “한번은 그가 미국에서 데려온 연주자를 오디션 할 때다. 연주자의 실력은 합격시키기가 어려웠다. 심사위원들의 채점 점수가 낮게 나왔다. 결과를 보고 함신익은 안절부절했다. 나중에 따로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오디션 점수를 고치라고 했다. 점수를 조작해서 합격시키는 부정을 저지르란 얘기였다. 나는 비록 그의 바로 밑에 있는 위치였지만 그의 부탁은 들어줄 수 없었다.”   
 

 

함신익을 상임지휘자로 뽑은 KBS ‘상임지휘자 선정위원회’와 KBS 사장  

KBS는 지난 2010년 3월까지 단 한 차례도 전례가 없었던 ‘상임지휘자 선정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었다. 하지만 선정위원회의 구성원 7인중 3인은 선정위원회 회의 처음부터 함신익을 상임지휘자로 추천하였고(주돈식 전 문화부장관, 이상만 전 아름누리관장, 김영미 한예종교수 성악) 선정위원 중 KBS직원 2명(김동주 전 ‘시청자센터’장 현 KBS제주방송총국장, 진종철 전 사업부장 현 네트워크 관리국장)은 음악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들이었다. 특히 어제 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부서장으로 책임을 맡고 있던 이는 “음악엔 문외한”임을 누차 강조했다.

이 선정위원 중 KBS교향악단 연주단원 대표 2명(김복수 전 KBS교향악단 악장, 이철웅 KBS교향악단 단원)은 선정위원회 공정성에 반발, 불참한 가운데 함신익이 상임지휘자로 최종 선정되었다.
함신익이 상임지휘자로 선정될 당시, 교향악단원들의 93%가 반대투표를 통해 함신익의 취임을 반대하였으나 단원들의 의사는 철저하게 무시됐다.

당시 선정위원으로 참여했던 L씨의 증언에 따르면, “이상만 선정위원이 선정위원 회의 중에 한 말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함신익을 상임지휘자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KBS교향악단은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2010년 3월, 교향악단 단원 대표들과 KBS 김인규 사장과의 면담에서, KBS사장 김인규는 “2년만 참아 달라”, “2년 후엔 좋은 지휘자를 뽑아주겠다”고 얘기했다. 당시 단원 대표들은 “함신익을 청와대에서 낙하산으로 보낸 거 아니냐? 다 들은 얘기가 있다. 혹시 청와대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은 없었는가?”하고 묻자, 김인규 사장은 “그런 전화를 받았으면 내가 이 자리에서 할복을 해요”라고 답했다.   

그러나 김 사장의 얘기는 이후 달라진다.
2010년 3월 KBS경영본부장의 가족이 상을 당해서 서울강남성모병원 상가에서 교향악단 단원들이 김인규 사장을 다시 조우했을 때다. 단원들은 재차 물었다. “함신익을 상임지휘자로 시키려는 의도가 무엇인가? 청와대 낙하산 아닌가? 청와대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사장님은 받지 않았나?” 김인규 사장은 마지못해 답하기를, “위에서 걸려온 전화를 딱 한번 받았다”고 했다.

스스로 말하기를 “음악에는 문외한”이라면서도 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를 선정하는 선정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고, 함신익에게 점수를 주어 상임지휘자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당시 부서장은 교향악단 단원들이 상임지휘자로 함신익을 완강하게 반대하자, 2010년 4월 교향악단 연습실에서 거의 전 단원들에게 “이렇게 나오면 단원들이 다칠 수도 있다”고 단원들에게 협박을 하면서 함신익의 상임지휘자 임명을 강행했다.    

교향악단은 고도의 전문가 조직

짧게는 15년 이상, 20년에서 30년 이상 40년을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KBS 교향악단 단원들은 고도의 전문가 조직이다. 이 음악전문가 조직을 이끈다는 상임지휘자나 예술감독은 실력은 기본이고 단원들의 신망을 받는 자라야 한다. 그런 지휘자만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그래서 훌륭한 지휘자란 오케스트라의 기량을 발전시키고 화음을 이끌어내 오케스트라의 정수(精髓)를 끌어낼 수 있는 경우, 우리는 훌륭한 지휘자라고 얘기한다. 반면에 훌륭한 연주를 하던 오케스트라도 어느 날부터 지휘자를 잘못 만나면 바로 음악의 완성도는 추락하여 지리멸렬, 오케스트라의 존재가치가 희석(稀釋)된다. 그만큼 오케스트라의 음악성은 엄격하며 지휘자의 역할이란 오케스트라 입장에서는 결정적이다.

이럴진대, 지휘자가 단원들의 파벌을 유도하여 자신의 지지 세력에게는 여러 가지 혜택을 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교묘하게 불이익을 주는 일을 한다거나, 심지어 자신의 지지 세력들은 실력과는 상관없이 교향악단에서는 자리배치를 배정하기도 하고, 일부 단원들에게는 자신이 시키는 대로 하면 다음 오디션 때 좋은 점수를 주겠다고 하면서, 지휘자의 지위를 교묘히 이용하여 단원들 간의 분열을 조장한다면, 그건 지휘자 이전에 인간적으로도 옳지 못하다. 오디션제가 있는 교향악단의 경우, 자신의 눈 밖에 벗어난 단원은 수시로 오디션을 실시하여 단원에게 극도의 스트레스와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사표를 쓰게 하고, 객원지휘자 선정에 있어서는 자신이 직접 섭외를 하여 외국 초청 지휘자가 향후에 자신을 초청하도록 하여, 자신의 경력을 확대하여 나가는 식은, 너무 조잡하고 저열한 지휘자다. 하물며 단원들로부터 인격적인 신뢰는 고사하고 음악지휘에 대한 기초실력까지 의심받는 처지라면 이건 지휘자라는 명명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KBS교향악단(전 국립교향악단) 사상 초유의 666회 정기공연 취소 사태

2010년 7월 함신익이 상임지휘자로 취임 후 KBS 교향악단은 1956년 이래로, KBS 교향악단이 1981년 국립교향악단에서 KBS 소속으로 이관된 이후 31년 이후 처음으로, 정기연주회(8·9일)가 취소되는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8일 정기연주회를 만 하루도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7일 오후 10시쯤 상임지휘자 함신익이 일방적으로 연주를 취소한 것이다.

당시 지휘자 함신익과 시청자 사업부가 KBS교향악단 제 666회 정기 연주회를 파행시킨 현장의 상황설명을 시간대별로 정리한 문서를 입수, 여기에 그대로 싣는다.  

리허설 첫째 날 (3월 5일, 월요일)   

  (오전 10시) KBS교향악단 연습실에서 연습이 시작되려는 순간 교향악단 운영팀장과 관련 인력이 캠코더를 가지고 연습장에 들어왔다. 전례 없는 상황에 단원들은 정숙한 연습 분위기를 위해 촬영을 중단하고 퇴장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후 진행 상황은 아래와 같다.
      - 교향악단원 : 카메라로 연습장면을 촬영하면 원활한 연습을 할 수 없으니 철수해달라. 사무실에서 일하는데 카메라 들이대면 일을 할 수 있겠는가?
      - 교향악단운영팀장 : 함신익 상임지휘자의 요청에 의해 진행되는 촬영이다. 함신익 지휘자의 지시 없이는 철수할 수 없다. 더 이상 촬영을 제지할 경우에는 연습거부이자 연주거부로 간주하겠다.
      - 함신익 상임지휘자 : 교향악단 운영팀에서 요구한 사항이다.
      - 교향악단원 : 함지휘자께서는 원활한 연습을 위하여 촬영팀 철수를 명해 달라.
      - 함신익 상임지휘자 : (10여분간 침묵 후 손짓으로 철수를 지시)

  (오전 11시 30분) 휴식이 끝나고 다시 시작된 연습에서 더 많은 인원이 캠코더를 들고 들어왔다. 한 차례의 실랑이가 있은 후에 다시 카메라 촬영팀 철수.
 
리허설 둘째 날 (3월 6일, 화요일) 

  (오전 10시) 사업부가 섭외한 트럼펫 객원 연주자 2명이 바로 돌아갔다. 이에 대하여 시청자 사업부 윤양균팀장은 트럼펫 부수석의 폭언과 연습방해로 인해 객원 연주자가 무서워서 도망갔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트럼펫 객원 연주자에게 확인 결과, 폭언이나 연습방해는 없었으며 돌아간 이유는,
        “카메라 촬영 등 연습 분위기가 너무 험악하여 견디기 힘들었고 곡이 너무 어려워서 연주를 할 수 없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이 상황에 대하여 사업부 이재숙 부장은 “폭언을 행사한 트럼펫 부수석을 징계위에 회부하겠다.”며 극도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결국 오전 연습은 트럼펫 주자 2명, 콘트라 바순(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은 단원의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해)의 부재 속에 연습이 시작되었다.

      이후 함신익 상임지휘자는 트럼펫 부수석과 바순 수석을 별도로 호출하였다. 그러나, 트럼펫 부수석은 자신이 하지도 않은 폭언을 핑계로 이재숙 부장에게 징계위 회부 운운의 위협을 받은 상태였으므로 개인적인 면담을 거부, 이에 바순 수석도 면담에 참여할 수 없다고 했다.

        시청자 사업부  이재숙 부장과 윤양균 팀장은 연습실에서 지속적으로 트럼펫 부수석을 내려오라고 요구하였고, 허위에 의한 부당한 징계 위협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있는 단원들과 고성이 오가는 상황이 발생. 이 과정 중에 단원 3명(바이올린, 타악기, 클라리넷)이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실신하여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오후 3시) 2시부터 파행된 연습에 단원 네 명이 지휘자실에 내려가 지휘자에게 ‘단원들이 대기하고 있으니 연습에 복귀할 것’을 요청했으나 지휘자는 ‘두 명(트럼펫, 바순)의 면담이 성사되어야 연습한다’고 고집, 연습 복귀를 거부.

     (오후 3시 40분) 모든 단원이 연습을 위해 대기하며 연습재개를 사업부와 지휘자에게 요청하였다. 그러나, 국장, 부장, 팀장은 연습실로 방문하여 ‘7일 오전까지 공석인 자리를 단원들이 채우지 않을 경우 연주 파행의 책임이 단원에게 있다’는 공문을 단원들에게 전달.

  리허설 세 째날 (3월 7일, 수요일)

   (오전 10시) 결국 단원들이 객원 연주자를 모두 섭외해 준비했지만, 타악기(팀파니) 부수석 연주자가 무단결근 하여 또 다시 리허설이 시작되지 못했다. 이에 병가 중이던 타악기(팀파니) 수석 연주자가 급하게 출근했으나(10시 30분), 지휘자는 ‘병가중인 타악기 수석은 연주를 할 수 없으며 이틀 동안 연습 한 타악기 부수석이 연주를 해야한다’며  또 다시 연습 진행을 거부. 이에 연주 연습을 요구하는 단원측과 사업부간의 격렬한 언쟁, 이 와중에 전일 쓰러진 단원들 중 2명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심한 구토를 하게 되어 병원에 급히 이송되었다.

   (오전 11시) 지휘자가 총무를 통해서 “병원에 실려 간 단원은 그 단원이 없어도 연주에 지장이 없으므로 편성에서 제외시키겠다”라고 전달.  

   (오후 2시 ) 함신익 지휘자가 이재숙 부장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 된 베이스 트럼본 주자의 부재를 빌미로 연습을 거부.

      이후 어떡하든 정기연주회를 치러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정상적인 정기연주회 진행을 위해 단원들은 자체적으로나마 연습을 진행, 오후 3시 15분에 나타난 함신익 지휘자는 밤까지 연습할 것을 요구, 단원들은 흔쾌히 동의, 연습진행.

   (오후 6시) 연습 중 휴식시간, 연습태도에 화가 난 선배 단원이 마시던 물을 연습에 성의없이 임하는 함신익 지휘자를 따르는 후배 단원에게 뿌리는 사태가 발생. 이후 저녁 8시 30분, 지휘자와 운영팀장이 연습실에 들어와 “물을 뿌린 당사자는 피해자에게 사과하라.”고 하여, 선배 단원은 후배 단원에게 사과, 그러나 후배단원은 사과받기를 거절하고 귀가. 그 즉시 피해자 단원에 동조하면서 함신익 지휘자를 따르는 3명의 단원은 연습을 거부, 귀가.. 

        함신익 지휘자는 위 사건을 빌미로 이런 분위기에서 연주를 못하겠다고 하며 정기연주회 취소를 선언하고 귀가, 그러나 전 단원 연습 대기, 어떤 일이 있어도 정기연주회가 파행되는 대형사고는 막아야 한다는 집념으로 전 단원들 함신익 지휘자를 기다림. 이후 20여 차례 이상 많은 전화 연락을 시도했지만 함신익 지휘자는 전화를 받지 않았음.

   (오후 10시) 객원 악장은 지휘자와의 연락이 계속 실패하자 귀가.

   (익일 오전 0시30분) 어떻게 해서든 연습을 마치고자 계속해서 대기하던 단원들은 최종적으로 해산하게 됨.

이명박의 낙하체(落下体), KBS 사장 김인규와 KBS 교향악단 상임지휘자 함신익

왜?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 함신익은 정기연주회를 취소했을까? 정기연주회란 어떤 예술단체든, 가장 심혈을 기울여 예술단체 자신들의 역량을 대외적으로 확인하는 정기적 기회이다. 그래서 천재지변(天災地變)이나 불가피한 사태가 아니고는 변경이나 취소가 도저히 불가능한 행사가 정기연주회다. 이는 전 세계 공연예술계 일반의 관행사항이기도 하다. 따라서 KBS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를 해당 상임지휘자가 취소시켰다함은, 그 사실만으로도 어떤 이유의 내부사정으로든, 상임지휘자의 엄청난 패착이며 당장 상임지휘자가 전격적인 해고, 결격사항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왜? 함신익은 이런 엄청난 무리수를 두고서도 이 시간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버티고 앉아 있을 수 있을까?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이 함신익 뒤를 봐주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KBS 사장 김인규는 이명박과 전 방통위원장 최시중이 불법으로 정연주 전 KBS사장을 내몰고(대법원 확정판결사항) 사장 자리에 앉힌 자임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함신익은 이명박과 그의 부인이 KBS 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낙점, KBS 사장 김인규 지휘로 한국 음악계와 KBS교향악단 단원 절대다수의 반대(전체단원의 가반투표 결과 93%)에도 불구하고 KBS 경영진을 통해 함신익을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임명, 오늘의 KBS교향악단 파국은 현실이 됐다.

지금 저들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나 있을까

이명박의 낙하체인 KBS사장 김인규는 이명박의 또 다른 낙하체인 지휘자 함신익을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밀어붙였다. 이명박, 김인규, 함신익, 저들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과연 알고나 있을까? 1956년 창단되어 오늘에까지 56년, 국립교향악단의 현신인 KBS교향악단을 파괴시켜 국가문화자산을 박살내고 있는 것이다.  

KBS 교향악단 김복수 전 악장, 단원 이상돈, 이영완은 수원 모대형침례교회 담임목사 K씨를 서울 교대역 근처 일식집에서 만난다.

K 목사 “청와대에서 대통령 내외분과 식사하던 중, 영부인께서 ‘KBS 교향악단 상임지휘자가 공석인데 함신익 지휘자가 그 자리에 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대통령께서도 ‘그렇게 하면 좋겠다’ 라는 취지로 대답하셨다.”

(다음편에 계속)

※ 3월14일 오후 11시40분 추가.

KBS는 이 기사와 관련, "김상수씨의 주장은 교향악단 파행을 주도하는 일부 단원들의 근거 없는 억측일 뿐이며 상임지휘자 함신익씨는 선정위원회의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선정됐다"면서 "청와대 청탁을 받고 함신익을 임명했다"는 "이 기사의 제목은 사실무근"이라고 알려왔습니다. KBS는 또 "KBS 교향악단 관련 KBS부서에는 음악과 교향악단 전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임원이나 직원이 단 한명도 없다"는 김상수씨의 지적에 대해"해당 부서장은 보도본부 문화부장 출신인 점 등을 비추어볼 때 지나치게 자의적인 표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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