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취재까지 마친 MBC ‘한미 FTA’편이 3주째 방송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담당 PD의 입을 통해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데스크들은 해당 PD가 취재 중단 지시를 받아 들이지 않자 ‘총선이 끝난 뒤 방송일자를 고민해보자’며 무기한 방송을 연기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MBC 노동조합이 공개한 김영호 PD 사례에 따르면, 김 PD는 올 초 신년특집기획으로 자영업자의 몰락을 다루다가 FTA가 한국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하고 2월부터 본격적인 FTA 취재에 나서 촬영까지 마쳤으나 내부에서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

김 PD의 증언에 따르면 FTA가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막연했던 그는 우리보다 먼저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들의 이후 변화를 통해 한국의 미래를 보여주기로 방향을 정하고 캐나다와 멕시코 현지 취재를 떠났다.

취재를 하지 말라는 압박은 이 때부터 시작됐다. 김 PD가 캐나다 취재를 마치고 멕시코로 넘어간 2월10일쯤 담당 부장에게 3일간 계속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이다.

전화 내용은 주로 ‘곤란하다, FTA가 정치적으로 너무 뜨거운 이슈가 됐다’는 것이었다. 담당 부장은 1시간 이상 취재 중단을 요구했으며, 김 PD에게 ‘(회사에는) 생각보다 취재가 잘 안 돼 방송이 불가능할 것 같다고 얘기하면 어떻겠냐’는 제안까지 했다.

본격적으로 취재 중단 지시가 떨어진 것은 김 PD가 출장을 마치고 회사에 출근한 2월20일께였다. 부장은 김 PD에게 더 이상 제작을 진행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김 PD에 따르면 담당 부장은 ‘총선 전에 이 아이템은 나갈 수 없다. 이유는 선거법 위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장은 ‘정치적으로 민감하기 때문에 만약 지금 취재를 다시 해서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기계적으로 정확히 반반씩 나누어서 나간다고 해도 문제가 될 것 같다’며 ‘방송 일정은 총선이 끝난 뒤 그 때가서 고민해보자’라며 무기한 방송 보류를 결정했다.

국장도 ‘FTA가 대선까지 갈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였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김 PD는 이를 사실상 불방 통보로 받아들였다.

김 PD는 FTA 문제는 정치적인 사안을 뛰어넘는 중요한 역사적 사안으로 빠른 시일 내에 방송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PD는 12일 전화 통화에서 “정치권에서 민감한 사안이고 기계적으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반반으로 다룬다고 해도 양쪽에서 문제 삼을 수 있다며 취재중단을 지시받았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김 PD는 “하지만 FTA를 우리보다 먼저 체결한 캐나다와 멕시코 현지를 취재한 결과 FTA는 한국사회를 폭력적으로 변화시켰던 IMF보다 더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분명한 결론을 얻게 됐다”며 “한국사회와 구성원들의 삶을 크게 바꿔 놓을 중요한 사안을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이라고 해서 논의조차 못하게 막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중요한 사안을 아직까지 어떤 방송사에서도 구체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며 “공영방송이라면 정파적 이익이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방송이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김 PD는 “의 ‘한미 FTA’편의 원래 방송 예정일은 2월28일이었는데 3주째 미뤄지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편성만 되면 언제든 방송이 가능한 수준까지 취재가 다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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