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포털에는 ‘1억 피부과’가 다시 등장했다. 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의 ‘단골’ 청담동 피부클리닉의 안아무개 원장이 시사인의 정아무개 기자를 고소했다는 내용이었다. 거의 모든 언론이 이 소식을 급히 타전했다. 다음날 신문 지면에도 올랐다. 오보였다.

“우리 병원을 호화 병원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모든 시술을 동시에 받고 싶다’며 치료비의 합계를 문의한 뒤 이를 통상적인 시술 비용으로 적시했다”는 고소장의 내용이 보도됐다. 손님을 가장해 취재한 뒤 이를 보도해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였다.

   
 
 

언론은 ‘해석’을 덧붙였다. 시사인이 지난해 10·26 재보궐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관련 의혹을 보도했으며, 경찰은 “나 전 의원이 쓴 돈은 550만원”이라고 발표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핵심 당자사인 원장이 고소를 통해 시사인 보도의 ‘허위’를 웅변했다는 게 ‘야마’였다.

그런데 사람을 잘못 봤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피부클리닉 원장 안씨가 시사인 정 기자를 고소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안 씨는 ‘1억 피부과’의 원장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말 처음 보도된 시사인의 기사와는 전혀 무관한 인물이고, 따라서 경찰 수사와도 관련 없던 인물이다.

언론은 기본적인 팩트 확인을 ‘생략’했다. 안씨는 시사인이 최근 내보낸 후속보도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이 매체는 3일 발행된 233호에서 나 전 의원이 최근에도 ‘호화 피부클리닉’에 출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안 원장은 기사에 적시된 ‘A클리닉’의 원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사인은 손님으로 위장해 ‘A클리닉’을 취재한 내용을 보도했다. 20대 여기자 2명이 각각 3개월 1800만원, 6개월 2100만원의 견적을 받았다는 내용도 있었다. “1년 단위로 환산하면 각 7200만원, 4200만원 꼴”이라는 것이다. 안 원장이 ‘허위’라고 주장한 부분은 여기다.

첫 보도는 문화일보 7일자에 실렸다. 나 전 의원이 이용했다는 피부클리닉 원장이 명예훼손 혐의로 시사인 기자를 고소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보고 후속취재에 들어간 언론들은 수사당국 관계자로부터 ‘피부과에서 고소장 들어온 게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애초 ‘1억 피부과’로 보도된 김 원장과 이날 고소장을 제출한 안 원장이 같은 인물인지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한 기자는 8일 통화에서 “후속보도 사실은 몰랐다”며 “팩트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언론은 ‘받아쓰기’에 바빴다. 당사자에게 확인하지 않은 것은 물론 누가 ‘당사자’인지 조차 구분하지 못했다. 오보는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시사인 정희상 기자는 8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어느 곳도 팩트를 가려내지 못했다”며 “집단 오보 소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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