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이 7일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보고를 마치고 나오다 방문진이 있는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노동조합 조합원 200여 명에 둘러싸여 봉변을 당했다.

노조 조합원 200여 명은 빌딩에서 나오는 김 사장을 에워싸고 "김재철은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노조원에 막힌 김 사장은 빌딩 앞에 대기 중이던 승용차를 타지 못하고 도로 건너 편 100여미터 떨어진 MBC 사옥으로 피했으나, 얼마 가지 못해 노조 조합원들에게 둘러 쌓인 채 5분 정도 발이 묶여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방문진 인근에 대기 중이던 경찰과 김 사장의 수행원들, 노조원들이 한데 엉키면서 일대 교통이 마비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김 사장은 경찰들이 길을 터주면서 가까스로 MBC 사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번 갑작스러운 충돌은 최근 김 사장이 파업 참가자들을 해고하고 노조를 상대로 30억원 손해배상 소송 등을 제기하자 노조원들의 감정이 격앙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원들은 그러나 김 사장을 둘러싸고 '사장 퇴진' 구호를 외쳤을 뿐 물리적인 폭력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까지 따라 온 노조 조합원들은 5시40분 현재 로비에 모여 김 사장 퇴진 구호를 외친 뒤 해산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된 방문진 이사회에 출석한 김재철 사장은 야당쪽 이사들로부터 공정방송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질타를 받았다.

또, 최근 불거진 법인카드 개인 유용 의혹에 대한 해명도 요구받았다. 일부 이사는 김 사장에게 명예롭게 사퇴할 뜻이 없냐고 묻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자리를 지키는 것이 명예로운 일"이라고 사퇴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또, 법인카드 의혹에 대해서는 따로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의 이사회 보고는 30분 정도로 예정돼 있었지만 질의와 질타가 이어지면서 1시간이 넘도록 계속됐다.

 

이사들 간의 고성도 회의실 밖으로 터져나왔다. 여당추천 이사들은 야당추천 이사들이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한 소명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하자 "지금은 노조와 경영진이 감정이 고조돼 있는 상황 아니냐. 노조가 고발했으니까 수사결과를 보고 얘기하자"며 발언을 막기도 했다.

방문진 이사회는 이날 결산 보고는 승인하되, 추후 간담회를 다시 열어 MBC 사태를 재논의하기로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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