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선일보 보도는 당을 무시하고 내부 분열을 부추기는 전형적인 악의적 보도이다. 보수매체의 총선개입 프레임으로 오늘 기사는 정말 심각하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냈던 민주통합당 김현 수석부대변인은 조선일보가 3월 3일자 1면에 실린 기사와 관련해 우려를 전했다.

김현 수석부대변인은 청와대는 물론 당에서도 주로 공보 업무를 담당해온 인물로 민주통합당에서 언론 메커니즘을 가장 잘 아는 인물 중 하나이다. 조선일보의 이번 기사를 더욱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은 19대 총선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보수언론의 선거개입 프레임이 노골화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조선일보 기사는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초안을 단독 입수했다는 내용이다. 출처는 총선기획단이라고 주장했다. 총선기획단에서 문건을 마련해 당 지도부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정말 그럴까. 해당 문건은 신빙성 있는 문건일까. 총선기획단에서 만들었을까. 당 지도부가 그런 내용을 보고 받았을까.

언론의 기본은 ‘팩트’이다. 조선일보의 이번 보도는 팩트와 관련해 진한 의문을 남긴다. 조선일보는 비례대표 후보 초안이라면서 1번부터 20번까지 후보자 실명을 표로 작성해 1면에 보도했다.

주목할 대목은 민주통합당은 아직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심사위원회도 구성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례대표 후보자 공심위가 구성되지 않았기에 후보자 공모도 아직 받지 않았다. 비례대표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정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비례대표 순번이 확정됐으며, 그 명단이 구체적으로 나왔다는 조선일보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조선일보 주장이 사실이라면 민주통합당은 비례대표 공심위와 무관하게, 후보자가 누구인지도 관계없이 핵심 중 핵심이라 할 비례대표 명단이 확정된 것이 된다. 그 얘기는 민주통합당 공조직은 허수아비라는 얘기가 된다.

특정인이 정하면 그것이 ‘법’이라는 얘기다. 민주통합당에서 그 정도의 막강한 권한과 카리스마의 지도력을 보이는 인물이 있기는 할까. 조선일보 주장은 곧바로 ‘팩트’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총선기획단에서 문건을 작성했다고 주장했지만, 총선기획단에서 전면 부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당 총선기획단에서 특정언론의 실명을 거론하며 보도에 대해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민주통합당 총선기획단은 “오늘(3.3) 조선일보가 보도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후보 초안’이라는 문건은 총선기획단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보도 내용 역시 사실과 다르다. 총선기획단은 이 문건을 작성한 바 없으며, 따라서 당 지도부에 보고된 바도 없다”고 해명했다.

민주통합당 내부는 격앙된 상태다. 총선기획단은 “비례대표후보 문제에 대해 논의하거나 검토한 적이 없으며, 지역구후보에 대한 공천심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다음 주부터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조선일보는 출처가 불분명한 괴문서를 사실 확인도 없이 보도함으로써 당에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사과하고, 즉시 정정 보도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총선기획단은 조선일보가 총선기획단이 작성한 문건이라는 비례대표 명단을 ‘괴문서’라고 이름 붙였다. 총선기획단은 자신이 작성한 문건이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조선일보가 1면과 4면에 보도한 그 문건은 누가 작성한 것일까.

조선일보가 출처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는 한 의문만 증폭될 수 있다. 주목할 대목은 조선일보가 보도한 것만으로도 민주통합당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례대표 후보자 공모에 나설 이들은 민주통합당 공조직의 공정성에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의혹이 또 다른 의혹을 낳고 민주통합당은 ‘내부 분열’이라는 또 다른 악재를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통합당이 총선을 앞두고 내부 분열의 늪에 빠져 있기만 한다면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은 총선 승리에 대한 기대를 높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수언론의 최근 보도태도는 주목할 부분이다. 민주통합당의 분란은 대서특필하고 새누리당의 경우 변화와 쇄신의 모습을 각인시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3월 3일자 지면만 봐도 그렇다.

조선일보는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명단이라는 의문의 ‘괴문서’를 1면과 4면에 보도했는데 4면 머리기사 제목은 <국회로 간 호남향우회 “민주 지도부 낙선운동”>으로 뽑았다. 조선일보가 언제부터 호남향우회 주장을 그렇게 비중 있게 다뤘는지는 모르나 민주당 지지층 분열에 도움 되는 소재를 부각한 행위라는 점에서 4면 편집은 주목할 부분이다.

조선일보는 3월 3일자 사설 제목을 <민주 ‘한풀이’ ‘뒤집어엎기’ 말곤 미래 청사진 없나>라고 뽑았다. “민주당이 집권에서 현 정부에 대한 한풀이를 하고, 현 정부가 한 일을 뒤집어 놓으면 민주당을 이끄는 친노 진영 속은 시원해질지 모르겠다.” 조선일보는 이렇게 주장했다.

‘친노 프레임’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여권 입장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이 ‘이명박 정권 심판론’이라는 프레임이다. 정권 심판론이 총선를 가르는 핵심 구도로 설정될 경우 여당은 참패를 면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온 게 ‘노무현 심판론’이다. 참여정부 임기가 끝난지 4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노무현 때리기’로 반사이익을 얻으려 한다는 얘기다.

청와대부터 새누리당, 보수언론에 이르기까지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정권심판론이라는 프레임을 전환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그들, 그런 행동의 이유는 무엇일까. 19대 총선에서 이명박 정부 심판론을 깨뜨려야만 이명박 시대에 그들이 공유했던 ‘달콤한 권언유착’을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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