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눈이 벌겋게 충혈됐다. 박성호 기자회장이 끝내 해고됐다는 소식에 사장실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던 기자들은 하나같이 분노로 몸서리를 쳤다. 그리고 기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나 떨리는 외침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MBC 기자회 성명)

박성호 MBC 기자회장의 해고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MBC 내부는 물론이고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시민들 사이에서도 김재철 사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김재철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MBC 기자회 성명이 나온데 이어 보도국 1981~1994년에 입사한 고참 기자 65명도 따로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기자협회 등 단체에서도 성명이 나왔다.

김 사장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명분이 됐던 시청률도 더 이상 담보하기 어렵게 됐다. 그동안 파업동참을 자제하고 있던 드라마 PD들도 사측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MBC PD 291명 중 보직자를 제외한 261명이 김 사장이 물러나지 않을 경우 파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공개 선언하면서 시사교양은 물론 드라마의 정상 제작도 어려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MBC 사원들의 성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구성원들이 김재철 사장 체제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측은 파업 책임자들을 해고시켜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그 결정이 파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던 구성원들을 자극한 결과를 낳으면서 MBC 안에서 김 사장의 입지는 더 좁아지게 됐다.

MBC 기자회는 성명에서 “MBC가 첫 전파를 쏜 지 50년이 넘도록 없었던 일이다. 그 서슬 퍼렇던 군사독재 아래서도 노동조합 간부가 아닌 기자회장이 공정보도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일은 없었다”며 “이미 노조위원장을 해고해 손에 피를 묻힌 사장이 2년 만에 다시 기자회장을 해고하는 만행을 저지른 것도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보도국 고참 기자 65명도 기명 성명을 통해 “박성호 기자회장의 해고와 양동암 영상기자회장의 정직 결정으로 김재철 사장은 더 이상 MBC에 머무를 자격이 없음을 만천하에 스스로 확인시켰다. 구성원들의 진심어린 호소와 충언을 외면하고 후배들을 상대로 해고와 중징계의 칼을 휘두르기 시작한 김 사장에 대해 우리는 즉시 물러나야 한다는 말 외에 이제는 더 이상 그 어떤 요구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 기자들은 이어 “공영방송 MBC의 존립 근거인 ‘공정 방송’의 가치를 송두리째 유린해 후배들을 취재 현장에서 쫓겨나게 만들어 깊은 수모와 모욕감을 안겼던 김 사장, 비이성적 인사 폭거와 편 가르기 식 시혜로 MBC의 오랜 자랑이었던 동료애와 신뢰를 뿌리째 흔들었던 김 사장은 이제 법인 카드 사용을 둘러싼 추문으로 도덕성과 정당성을 그야말로 완전히 상실했다”며 즉각 사장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MBC PD협회도 29일 총회에서 “김 사장 사퇴만이 현 사태 해결의 유일한 열쇠”라며 사퇴 촉구안을 채택했다.

이들 PD들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파업 참가자수, 사상 최대의 간부급 사원이 참여한 사장 퇴진요구 성명 발표, 사상 초유의 보도국 보직간부와 앵커의 파업참가 등에서 여실히 증명되듯이 최고경영자로서 김 사장의 리더십이나 권위는 사원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밝혔다.

이들 PD들은 또 “지난 2년간 MBC에서 벌어진 불공정방송을 위해 김사장은 비정상적 인사이동과 징계 등 강압적 방법을 총동원해 왔다. 그 결과 사장은 구성원의 신망을 잃고 공영방송 MBC의 파국적 상황이 초래되었다”며 “결국 김재철 사장의 사퇴가 방송 정상화를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사퇴 촉구 성명에는 MBC PD 295명 가운데 보직자를 제외한 261명 전원이 이름을 올려 김 사장의 리더십이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이들은 MBC 사장 임면권을 갖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를 향해서도 “MBC 관리감독 의무수행 차원에서 즉각 김재철 사장을 해임할 것”을 촉구했다. 김 사장 체제에서는 파업 사태가 수습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MBC의 관리감독 의무를 지고 있는 방문진으로서도 어떤 식으로든지 입장 표명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MBC 사측의 징계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의 여론도 들끓었다. 트위터에서는 ‘박성호’ ‘기자회장’ 등의 키워드가 ‘인기트윗’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ID @ourxxxx를 사용하는 한 시민은 “MBC 박성호 기자..사회부 기자로 시민단체 담당했을 때 알았으니 정말 오래되었다. 늘 진지한 그의 모습이 기억난다. 난 그가 이기리라 믿는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 미래가 넘 암울하니까”라는 글을 남겼다.

@forxxx라는 ID를 사용하는 한 시민은 “박성호 기자회장이 ‘사내 질서 문란’ 이라고? 김재철 너는 ‘국내 질서 문란’이니? 법인카드 쓸 때는 좋았지?”라며 MBC 사측의 징계를 비난했다.

한편, 사측은 5일 보직을 사퇴하고 파업 동참을 선언한 주말 <뉴스데스크> 최일구 앵커(부국장), <뉴스와 인터뷰> 김세용 앵커, 민병우 전 사회1부장, 한정우 전 국제부장, 정형일 전 문화과학부장, 김민식 노조 편성제작부문 부위원장(드라마 PD), 김정근 노조 교육문화국장(아나운서),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보도국 기자) 등 보직간부 5명과 노조간부 3명 등 총 8명을 추가로 징계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파장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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