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경향이 변절했다고? 좌우 나누는 패거리 문화가 더 나빠"
"경향이 변절했다고? 좌우 나누는 패거리 문화가 더 나빠"
[인터뷰] 이대근 경향신문 편집국장 “좌우 모두 엄격히 비판해야 진보 가능”

이대근 편집국장 체제 9개월 째, 경향 내부뿐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경향이 달라졌다’고 평가하고 있다.경향은 지난해부터 한미 FTA 찬성 의원 151명의 사진, ‘나꼼수 비키니 시위’ 관련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단체의 의견을 1면에 실었다. ‘파격’이라는 반응부터 ‘너무 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있다.
 
23일 이대근 경향신문 편집국장(사진)을 만나 의견을 나눴다. 이 국장은 경향신문의 이른바 ‘당파성’에 대해 “신문은 공정성과 균형성을 기준으로 사실의 모든 측면을 다뤄야 한다”며 “우리의 보도지침은 ‘시시비비’”라고 말했다. 그는 진보, 보수 가리지 않고 비판하고 그들의 입장을 고스란히 싣는 게 좋은 당파성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진영논리로 편을 가르는 패거리 문화를 ‘나쁜’ 당파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경향의 진보진영 비판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시민도 적지 않다. 비판은 좋지만 ‘너무 나간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경향은 22일자 <난장에도 규칙이 있다>라는 기사에서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선관위 직원 개입설을 가라앉히는 칼럼을 게재했다.

그러나 이대근 국장은 “분열을 조장한다고 말하면 그건 오해”라며 “경향의 이런 모습은 사실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일부 누락하거나 왜곡, 과장하지 않고 모두 다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의견을 1면에 실은 경우도 마찬가지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의 경향 독자에 불편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이 국장은 “경향은 진보이념의 대변지, 특정한 운동진영이 아니라 신문”이라며 앞으로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서도 모든 정당과 후보자들의 잘잘못을 비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편가르기식 당파성이 신문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를 가져왔다”며 “좌우 가리지 않고 엄격하게 비판하는 게 사회를 진보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총선과 대선의 시대정신을 두고 경향은 ‘삶의 질’을 꺼내들었다. 이대근 국장은 “선거는 나락으로 빠진 사람들의 삶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과정”이라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과 대안들을 꼼꼼하게 따지는 기획을 내겠다고 밝혔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갖고 있는 정당이나 후보자는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다”고 이 국장은 유보했다. 한국 사회에서 좋은 당파성과 패거리 문화가 명확히 구분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서구 선진국의 신문들처럼 특정 정당 지지 천명은 시기상조라는 것.
 
앞서 이대근 국장은 기자, 논설위원 시절 진보언론과 논쟁을 시도한 적이 있다. 2010년 민주노동당을 향해 ‘왜 북한의 3대 세습을 적극적으로 비판하지 않느냐’며 제기한 ‘종북주의 논쟁’이 대표적이다. 이 국장의 문제제기를 두고 ‘진보적 색깔론’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당시 이 국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미디어오늘을 가리키며 “미디어 과거인지, 미디어 김정일인지”라며 비난했다. 이 국장은 이를 두고 “트위터의 특성을 잘 모른 상태에서 한 실언이었다”고 밝혔지만 “이 문제는 아직도 유효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디어오늘에 대해 “당시 다섯개 면에 걸쳐 같은 의견을 동어반복했다”며 “양쪽의 의견을 공히 다뤄야 할 신문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모든 의견을 다 다루려는 원칙 때문에 내부의 불만도 생겼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 보수논객을 칼럼진에 포함시킨 것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를 두고 내부에서 한 때 논쟁을 낳기도 했다. 이 국장은 “독자들이 다른 관점을 보기 위해 다른 신문을 볼 필요가 없게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한쪽 의견만 강조하는 언론은 ‘절름발이’라고 주장했다.
 
경향 내부에서는 국장의 권위가 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앞서 말한 1면과 필진에 대한 것뿐 아니라 전체적인 편집권이 윗선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이대근 국장은 “매일 신문을 만드는데 ‘독자들에게 뭘 던질 것인가’하는 전략적 선택은 위에서 할 수밖에 없다”며 200여 명의 기자가 분야별로 취재하고 시의성과 중요도를 따진다면 최종 편집자인 국장은 전체적인 기획을 해야 하므로 강한 권위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국장과 기자 사이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사 수정 2월27일 오후 6시07분 : “…종북주의 논쟁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주장했다”라는 문장은 이대근 국장의 요청에 따라 “‘이 문제는 아직도 유효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로 수정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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