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식한 사람이니까 방통위 직원들이 가르쳐주는 대로 공부하겠다.”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5일 한국정보화진흥원으로 인사청문회 준비차 출근했을 당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그는 ‘방통위 정책의 주안점이 무엇인지’, ‘이 대통령이 주문한 사안이 있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 “아직 모르겠다”,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기자들과의 첫 대면에서 보여준 이계철 후보자의 모습은 향후 논쟁이 예고되는 정책 사안에서 그가 얼마나 중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게 한다. 방송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방송사 간에 첨예한 이해 관계가 있는 정책 결정에서 ‘방송 문외한’인 이 후보자가 얼마나 중재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다.

차기 방통위원장은 임명되자마자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의 시행령·고시 제정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미디어렙 제정 과정에서 지상파, 케이블, 종편, 지역·종교방송 간에 드러난 상반된 이해 관계가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를 통해 KBS·MBC와 지역·종교방송 간의 연계 판매율을 어떻게 할지, 코바코의 신공사와 민영미디어렙과의 경쟁 구도를 어떻게 끌어갈지 등 갈등을 조율하기 위해서 방통위 역할이 필수적이다.

앞서, 최시중 위원장 당시에는 SBS측이 미디어렙 입법 공백 상황에서 ‘광고 직거래’에 나섰지만 어떤 행정 조치도 하지 않아 지역·종교방송의 피해와 광고 시장의 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런 언론사 간의 광고 분쟁에서 한 발짝 발을 떼고 지켜보기만 한다면 전임 위원장 당시의 혼란이 재연될 수 있다.

또 지상파와 케이블 간의 재송신 분쟁도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 CJ헬로비전이 지상파 3사에 재송신 대가를 지불하는 것으로 양측이 합의해 일단 분쟁은 봉합됐지만, 협상 기간이 올해까지여서 연말 협상 과정에서 방송사업자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현재 재송신 제도개선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연말까지 1년도 채 안 남은 기간에 사업자간 이견을 최대한 조율하기 위해서는 방통위 수장의 방송 정책에 대한 전문성과 갈등 조정력이 필수적이다.

통신 정책쪽에서는 KT와 삼성전자가 스마트TV의 인터넷망 이용 대금을 두고 충돌한 사태가 재연될 우려가 있다. 일단 양측이 스마트TV의 트래픽 유발 정도, 이용 대금 부과 여부에 대해 이견이 큰 상황에서 진행 중인 망중립성 제도 마련에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이 과정에서 KT 사장 출신인 이계철 후보자가 균형적인 조율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언론노조는 지난 20일 성명에서 “이계철 씨는 통신시장의 조정자 역할을 하기에는 중립성을 의심할 여지가 넘쳐흐른다”며 “방송의 공공성을 되살리기에는 방송 문외한이니, 소신 없는 관료출신의 한계를 드러낼 개연성이 높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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